최동단 해변 통일을 향한 질주
◀ 김필국 앵커 ▶
완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오늘은 좀 특별한 마라톤 대회를 하나 소개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통일을 기원하며 한반도 동쪽 끝을 달리는 마라톤 대회가 얼마 전 경북 포항에서 열렸다는데요.
벌써 21년 째를 맞은 그 대회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한반도의 동쪽 끝, 우리나라 육지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어서 해맞이 장소로도 유명한 경북 포항의 호미곶.
그 포항 해변을 따라 조성된 길에선 출렁이는 파도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깅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곳 포항 호미곶엔 보시는 것처럼 민족의 새로운 천년을 희망하는 조형물이 들어서 있는데요, 이 최동단 해변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는 마라톤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이른 아침, 포항종합운동장에 운동복에 운동화 차림을 한 시민들이 가볍게 몸을 풀며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올해로 21회 째를 맞은 통일기원 포항해변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3000여명의 건각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습니다.
[김승유/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북 포항시협의회장] "포항이 한반도 동쪽 끝이고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한반도가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끝에서부터 시작을 하자는 의미로..뛰는 분들도 그런 통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뛴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회 취지에 맞춰 경기장엔 통일기원 4행시 공모전 당선작들이 전시돼 있었는데요.
평-화-통-일, 자-유-평-화 같은 머리말을 앞세워 이산가족의 아픔, 통일에 대한 소망을 담은 작품들이 대회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하수자/포항 시민(통일기원 4행시 공모전 1등)] "제가 사회복지사다 보니까 주위에 방문을 하면 어르신들이 하소연 한번씩 하시거든요. 명절만 되면 그 하소연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하신 적도 많았어요. 그래가지고 생각하다보니까"
이런 마음을 담아 마라톤 대회에 나선 시민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운동장.
성별, 연령을 뛰어넘어 남녀노소 모두 결연한 의지로 준비 운동에 임했고요.
드디어 21km를 달리는 하프, 그리고 10km, 5km 출전자들로 나뉘어 차례로 출발합니다.
"3 2 1 출발~~"
먼저 수준급인 21km 하프 참가자들이 출발했고요.
곧이어 스파이더맨 복장의 참가자도 보인 아마추어급의 10km.
마지막으로 가장 짧은 5km 구간엔 난생 처음 마라톤 도전에 나선 사람들부터, 직장 동료들끼리, 가족끼리, 심지어는 유모차 부대까지 합류했습니다.
"5km 단체팀 지나가고 있는데요, 유모차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권기혁/하프 참가자] "(통일이) 모든 국민들의 염원인데 언젠가는 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또 이렇게 뛰는게 그런 취지도 있고 또 우리 마음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한반도 최동단 해변을 따라, 또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인 포항의 제철소까지 끼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탁 트여진 길을 오르내리며 달리고 또 달리는 시민들.
힘들 때엔 중간중간 걸어서라도 끝까지 포기할 순 없었고, 숨이 차 올라오는 와중에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는데요.
출발 30분이 넘어갈 무렵, 짧은 5km와 10km 참가자들이 먼저 결승점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맨발로 완주한 투혼의 외국인부터, 배트맨에 스파이더맨까지.
"배트맨 들어오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궁금합니다. 아, 스파이더맨~ 아, 스파이더맨! 벗고 왔네요 얼굴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손현정/10km 첫 완주] "바닷가도 있고 그래서 좀더 뛰기가 좋은 것 같아요. 덜 힘든 것 같아요. 풍경 바라보면서 뛰니까 좀 덜 힘든 것 같아요."
[양예지/5km 첫 완주] "이게 원래 완주 못할 줄 알았는데 하니까 되게 뿌듯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그래서 너무 좋아요."
통일을 기원하는 마라톤 대회 소식에 포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도 한 걸음에 달려왔는데요.
마라톤을 마친 참가자들에게 김과 까나리가 들어간 북한식 주먹밥, 그리고 옥수수로 만든 통강냉이죽을 대접하며 마라톤 대회의 의미를 한층 높였습니다.
[김별님/탈북민] "하얀 쌀밥 가지고 채소는 그냥 북한식으로 넣어가지고 드리는거죠. 봉사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왔죠. 통일 자만 봐도 그런거죠."
출발 1시간을 넘길 무렵, 드디어 하프 참가자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는데요.
마라톤의 거리, 기록과 상관없이, 친구끼리..가족끼리..
순간순간 난관을 극복하며 이뤄낸 소중한 시간들이었고요.
[이준희/5km 완주] "쾌적하기도 하고 오늘 코스가 안전하기도 하고..모두가 하나 돼서 뛰니까 너무 좋았어요."
역시 어렵고 힘들지만 언젠간 반드시 완주해나갈 통일의 길, 통일을 향한 마라톤처럼 하나하나가 값진 한걸음 한걸음이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3796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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