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먹은 김덕훈 총리' 농사가 살렸다?

최유찬 2023. 10. 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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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문란하다, 무책임하다는 질책을 받으면서 경질이 예상됐던 김덕훈 내각 총리가 여전히 자리를 보전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요즘 북한 방송에선 보기 드문 작황이라며 농업분야 성과를 선전하는 보도가 잇따르는데요. 이런 분위기가 김덕훈 재신임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농촌 상황은 어떤지, 과연 김덕훈은 숙청 위기를 벗어난 건지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북한에서 가장 빨리 벼농사가 마무리됐다는 황해남도 배천군의 한 농장.

지난해보다 정보당 1톤 이상의 알곡을 더 생산했다며, 수북히 쌓여진 쌀 포대 옆에서 흥에 겨운 농민들이 한바탕 춤판을 벌입니다.

[조선중앙TV/10월 8일] "흥겨운 농악무가 펼쳐지는 분배장에 올해 농사에서 풍작을 이룩한 농장원들의 기쁨이 한껏 차 넘쳤습니다."

잇따라 보도되는 다른 농장들도 한결같이 잔치집 같은 분위기입니다.

최근엔 수확한 벼를 노동당에 바친 뒤 농장원들이 나눠갖는 이른바 결산분배도 속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여러 농장에서 알곡생산계획을 초과 달성했다며 예년에 없는 흐뭇한 작황이라고 선전합니다.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벼도 평당 포기 수가 제대로 보장된 것 같고 그 다음에 포기당 알 수도 잘 여물었고..작년보다 농사가 잘 된 건 맞고요."

올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곡물 가격도 최근 크게 하락했습니다.

평양의 쌀 1kg 가격은 이달 초 6400원에서 최근 4900원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1000원 가량 쌉니다.

올해 생산된 옥수수나 쌀 등이 시장에 풀리면서 식량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올해 작황이 좋아졌다는 게 사실화되면서 곡물을 유통하는 상인들이라든지 관련 기관이라든지 이런 데서 자기네가 보유하고 있던 곡물들을 빨리빨리 지금 시장에 내놓는 것 같고요."

전문가들은 올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적은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농기계 보급, 그리고 올해 농업부문 예산을 15%까지 증액하는 등 농업자재 보장에도 집중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비료라든지 농약이라든지 비닐과 같은 자재들이 농장에 공급이 됐다면 당연히 올해 농사에 도움이 됐고요."

보기 드문 풍작이라며 떠들썩하게 선전하는 북한 농사 현장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는건 김덕훈 내각 총리입니다.

[조선중앙TV/10월 24일] "김덕훈 동지가 농업부문을 비롯해서..인민경제 여러부문의 사업을 현지에서 요해했습니다."

평안도 안석 간석지 침수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던 때와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조선중앙TV/8월 21일]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고..책무수행에 대한 사소한 의지조차 결여 된 의식적인 태공행위라고 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곧 경질될 거라는 전망과 함께 한동안 공개 석상에서 위축되고 경직된 모습을 보이던 김덕훈은 이제 환하게 웃기도 하며 내년 농사까지 챙겼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4일] "(김덕훈은) 영농물자 확보를 비롯해서 다음해 농사차비를 빈틈없이 갖출데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한때 김덕훈이 숙청 뿐 아니라 처형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었는데, 최근 김덕훈의 행보는 이런 분석과 예측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올해 농사 실적이 좋아 김덕훈이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농업 성과 등 이런 부분이 지금 현재 상태로는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측면에서 총리를 전격적으로 교체하고 어떤 틀을 바꾼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고"

김덕훈이 양정사업소를 중심으로 한 농업분배 시스템 개선과 수매양정성 부활 등 조직 개편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유례없는 풍작이라는 북한 주장과 달리 올해 북한의 농사 실적이 작년보다 조금 나아진 평년작 수준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여전한 대북제재 속에서만성적인 식량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북제재와 농업생산 정책..이런 총체적인 실패에 기인을 하기 때문에 일부 기상여건이나 이런 것으로 식량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덕훈의 경질은 주민들에게 당국의 경제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임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덕훈을 경질하게 되면 올해 12개 경제 목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입증을 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연말까지는 김덕훈의 위상은 변동이 없을 거다."

김정은식 인사 원칙과 연관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집권 초기에는 장성택 등 간부급 인물들에 대해 처형 등의 강력한 조치로 권력을 휘어잡았지만, 최근에는 문책과 좌천 이후에도 능력이 인정된 인물들은 일정 기간 근신을 거쳐 복귀시키는 방식의 인사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은 지난해 6월 해임됐다 1년 만에 복귀했고, 한때 처형설이 돌기도 했던 박태성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장도 복귀해 최근 방러수행단에도 포함됐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몇 년 사이에 김정은이 보이고 있는 인사는 주로 기존 인력풀 내에서 근신성 좌천과 근신성 경질, 이 정도는 이루어지지만 다시 빠르게 복귀시킴으로써 그 자리에서 다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임무를 부여하는 그런 방식의 회전문 인사를.."

인력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김덕훈을 경질한다 해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고, 결국 문책보다는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잘못을 만회하라는 식의 주문이 이어졌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은 올해 달성해야 할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고지 중 첫번째로 알곡을 내걸고 온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분석이 엇갈리긴 하지만 대풍작을 주장하며 선전도 강화하는 상황.

하지만 또 다른 중요고지들을 포함한 경제 목표 전반에 대한 연말 성과평가에 따라 경제사령탑 김덕훈의 거취는 또 한번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3796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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