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은 통과, 몸무게 재시죠”…확 찐자에 돈 더 받는 항공사 있다고? [여프라이즈]

항공사, 경비 절감위해 체중 제한 움직임
사모아 항공은 엑스라지 클래스까지 도입
中 하이난항공은 승무원 체중 제한해 논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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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건 어떤가. 살찐 것도 서러운데, 비행기 비용을 더 내라고 한다면? 열받을 수 밖에 없을 터. 이런 일이 곧 현실화 할 지도 모른다.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이번 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몸무게’ 편이다. 본 기자처럼, 100kg 육박하는 분들, 해외여행도 자제해야하는 걸까. 기가 막힌, ‘몸무게’ 스토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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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살’ 타세요…몸무게에 휘청이는 비행기

승객의 몸무게. 도대체 비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일단 무게가 많이 나가니, 연료 소모가 높을 것 같다. 이게 정답이다. 승객의 몸무게가 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각 항공사는 연료 소모를 줄여, 항공기 무게를 낮추고자 전쟁을 벌인다.

경비행기 급 작은 비행기를 타 보면 안다. CG(Center or Gravity)라고 기체에는 무게중심이 있는데, 좌우로 무게가 비례하지 않으면 순항 때,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 경우가 있다. 좌석이 반쯤 비었을 때, 승객 배치를 좌우 균형있게 하는 경우. 이게 CG를 고려한 것이다.

무게는 연비와도 직결된다.

서울-LA 노선의 경우 11시간 정도 비행을 한다. 이때 소모되는 항공유는 16만 9000ℓ 수준. 국제항공유를 갤런당 1달러 50센트 정도로 계산하면, 원화로 약 7850만원이 든다. 단순 계산하면, 11시간 왕복 비행에 연료비만 1억 5700만원 정도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는 어떨까. 김포-제주 노선을 보자. 편도 비행 시간은 50분 정도다. 왕복 계산하면, B747-400기종일 경우, 약 1100만원 정도가 든다.

결론적으로 비행기는 1시간에 500~1000만원 수준의 비용을 쓴다고 보면 된다.

비행기의 경우 정원 수는 줄일 수 없다. 어차피 꽉꽉 채워가야한다면 결국,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 무게일 수 밖에 없다. 가벼운 만큼 연료 소모가 적어지니 말이다.

항공사는 성인 남자 기준으로 약 88kg(휴대가방 포함)으로 설정한다. 이 기준으로 전체 정원을 산정, 이륙 전 연료를 보충한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남자 승객의 표준 체중은 84.6kg(수하물은 6.7kg), 여성 승객의 경우 66.6kg(수하물 5.9kg)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성인 남성의 몸무게를 76kg으로 자동 계산하기도 한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비행기 탑승전, 몸무게 판을 지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셈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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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무게를 잰 항공사가 있다!

그렇다면 과거, 몸무게를 잰 항공사는 있을까. 다들 알고계시는 것 처럼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에 의하면 탑승 전 승객의 체중과 짐의 무게를 재는 것과 관련된 명백한 규정은 없다. 결국 여객기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각 항공사의 지침은 현지 항공 정책의 통제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어떤 국가들이 이 엄청난(?) 일을 해 냈을까.

1. 사모아 항공(2013년)

비만족에게 가장 악명(?)높은 항공사로 남아있는 곳은 사모아 항공이다. 때는 2013년 4월. 남태평양 지역을 오가는 사모아 항공이 이 시기부터 좌석요금제가 아닌 kg당 요금을 과금해 버린 것이다.

이런 식이다. 국제선 항공 용금을 승객의 몸무게와 짐의 무게를 기준 산정한 것. 단거리(1kg당 약 1달러), 장거리(1kg당 약 4.3달러) 별로 할증을 붙인 것이다.

논란은 있었지만, 사모아 항공의 체중별 요금은 미국 교통국의 승인까지 받아 운항에 지장은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더 놀라운 것도 있다. 비행기 좌석은 등급에 따라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로 나뉜다. 사모아 항공 만큼은 다르다. 심지어 뚱뚱한 사람 전용 좌석인 ‘XL 클래스’도 도입한 상황이다.

물론 추가 요금은 붙는다. 엑스트라 차지를 지불하는 만큼 일반석보다 약 30cm정도 공간을 늘려 편하게 탑승할 수 있으니, 비만족 입장에서도 오케이를 한 셈이다.

2. 에어웨이즈 항공사(2015년)

사모아의 만큼 ‘몸무게 얼리 버드’ 정책을 실시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에어웨이즈 항공사다. 중앙아시아, 유럽, 지중해 등지의 노선을 운항한다. 탑승전 몸무게를 측정한다고 공식 발표한 시점은 2015년 8월.

측정 장소는 탑승게이트다. 이곳에서 자신의 짐과 함께 체중을 잰다. 다만, 보여지는 것은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성별, 아동 구분일 뿐, 실제 체중은 비공개다.

당시 에어웨이즈의 표면적인 이유는 항공기 안전 강화 목적으로 승객들의 체중을 쟀다는 것. 항공전문가들은 무게별 추가요금 지불을 위한 준비단계였을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사진=픽사베이]

3. 하와이안 항공(2016년)

지금은 한국에서도 하와이를 갈 때 자주 이용하는 하와이안 항공. 하와이안 항공도 몸무게 측정에 동참한다. 시기는 2016년 10월부터 6개월 간. 승객의 몸무게를 잰 것이다. 설명은 이렇다. 연료소비량이 계획대비 초과한 경우 몸무게를 통해 차이를 확인했다는 것.

이후 무게의 불일치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면 실제 승객의 체중을 확인, 보완해나갈 것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 한다. 몸무게별 과금에 대한, 밑밥(?)을 슬쩍 깔아놓은 셈이다.

4. 핀에어 항공(2017년)

국내에서도 핀란드를 오가는 핀에어. 2017년이다. 핀란드의 핀에어(Finair)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수도 헬싱키 공항에서 탑승하는 승객의 몸무게를 재기 시작했다고 영국과 미국 매체들이 잇따라 보도한 것. 다만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단서가 달린다. 항공사 측에서 승객의 몸무게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몸무게를 재고 있다는 설명을 한 것. 역시나 항공 전문가들은 과금 전단계 조치임을 의심한다. 핀에어는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연료 적재량과 운항속도, 여객기의 좌우 균형 등을 산출한다.

5. 카타르 항공(2022년)

브라질 사이드로 넘어갈 때, 주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넘어가는 카타르 항공. 작년에 몸무게 논란을 일으킨다. 카타르 항공사는 브라질 플러스사이즈 모델인 줄리아나에 대해 무게 때문에 일등석 구매를 권유한 것. 이코노미석은 주변 분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제한됨을 알린 것이다. 이때 논란이 쉽게 가라앉은 건, ‘승객들의 안전’을 내세웠기 때문. 카타르 항공 측은 다른 여행자의 공간을 방해하는 승객, 안전벨트를 고정하거나 팔걸이를 내릴수 없는 승객은, 안전 예방 조치와 더불어 다른 승객의 편안함과 안전을 위해 추가 좌석을 구매해야할수도 있다고 공식화 한다.

결국 줄리아나는 탑승을 거부당한다. 2일 만에 동일 노선의 항공편으로 재예약, 레바논을 출발해 브라질로 컴백했다고 한다.

6. 마침내...대한항공(2023년)

올해. 마침내 한국에도 체중 바람이 불고 있다. 야심차게 체중 측정에 나선 곳은 대한항공. 올 8월이다. 대한항공은 공지사항을 통해 ‘승객 표준 중량 실측을 실시한다’고 밝힌다. 국토교통부 고시 제2017-354호 제6조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 항공사는 승객표준중량 실측을 위한 ‘승객 표준중량 측정 절차’를 수립해 운영하거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공항조업매뉴얼 (Airport Handling Manual) 531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승객 표준 중량을 산정해야 한다.

김포공항 국내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8월 28일~9월 6일까지,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9월 8일~9월 19일까지 휴대 수하물을 포함한 승객표준중량을 측정이 완료된 상태다.

[사진=픽사베이]

7. 승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승무원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하이난항공이 과체중 여성 승무원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겠다며 체중 관리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준 체중을 초과한 여성 승무원에 대해 운항 중단을 명시한 것은 중국 항공사 중 하이난항공이 처음이다.

지난 6월이다. 하이난항공이 객실부에 ‘전문 이미지에 대한 검사 및 관리 지침’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발송한 것. 해당 공지 내용은 이렇다. 일반적인 업무 요구 사항 외에 여성 승무원의 체형·체중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기준이 적혀 있다.

항공사가 제시한 기준 체중 계산 방식은 ‘키(㎝)-110’이다. 예를 들어 키가 170㎝인 승무원의 기준 체중은 60㎏이다.

이를 초과할 경우 과체중으로 분류돼 사측의 통제를 받게 된다는 설명.

관리도 철저하다. 사측은 과체중 수치가 5% 미만인 승무원은 1개월 단위로 체중 모니터링을 실시해 체중 측정 및 관리직의 평가·검토를 한다고 공지한다. 기준 체중의 5% 이상 10% 미만 승무원은 한 달의 감량 기간을 부여받은 뒤 주간 단위로 모니터링한다. 기준보다 10%의 몸무게가 초과한 승무원은 그 자리에서 즉시 업무 배제된다.

논란은 즉시 법적 공방으로 번질 조짐이다. 쓰촨방책법률사무소 궈강 변호사는 위법이라고 단언한다. 궈강 변호사는 “극단적인 경우 승무원이 비행을 중단하는 이 상황은 절대 위법”이라며 “이 사안이 법적 처분을 받게 된다면 항공사 측은 승소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1. 공식적으로 몸무게 과금을 하고 있는 곳은 사모아 항공을 제외하고는 없다.

2. 다만, 다른 승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비만족들은, 탑승 거부 대상이 될 수 있어,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큰 좌석으로 가야할 수도 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여프라이즈 = 매주 수요일을 주목해 주십시오. 매일경제신문 신익수 여행전문기자가 매주 수요일 쇼킹한 여행 랭킹을 전합니다. 이름하여,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상상초월, 여행가 소식들이 총출동 합니다. 간혹 제목으로 낚시도 합니다. 과장도 있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여행이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인데. 글이 마음에 드시면,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 좋아요 잊지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