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위 "北, 작년 2.3조원 암호화폐 훔쳐…핵 활동 지속 관측"

김현 특파원 2023. 10. 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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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패널, 보고서 발표…암호화폐 탈취 및 해외 노동자 파견으로 외화벌이
"北 위성능력 개발 위해 자원 계속 투자 예상…정제유 불법 반입 지속"
ⓒ News1 DB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지난 2022년 17억 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가상화폐)를 훔쳤다고 밝혔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지난 2월 사이버 보안 회사인 '체이널리스'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라자루스 그룹 등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행위자들이 지난 2021년에 훔친 암호화폐의 3배가 넘는 규모라고 전문가패널은 전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암호화폐 해킹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북한 연계 해커들이 훔친 암호화폐 중 약 3분의 2(약 11억 달러)는 블록체인 플랫폼 '하모니 브리지', 게임 '액시 인피니티'의 로닌 네트워크 해킹 등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통해 이뤄졌다.

전문가패널은 지난 5월 또 다른 사이버보안 분석회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자금을 얻기 위해 지난 2017~2022년까지 23억 달러(약 3조10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훔쳤다고 밝혔다.

한 회원국 당국자는 지난 5월 북한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통해 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문가패널은 전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들이 "점점 더 정교한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자금과 정보를 탈취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국방, 에너지, 보건 분야 회사들이 주요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사이버위협 행위자들은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와 가상자산 산업을 더욱 광범위하게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북한의 이같은 금융제재 위반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패널은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해킹조직 '김수키'가 이메일 메시지를 중간에서 가로채고, 이를 도용할 수 있도록 한 구글 크롬용 확장 프로그램을 배포했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공개했다.

그 외에도 라자루스 그룹과 블루노로프 등 북한 정권과 연계된 사이버 조직이 '가짜 웹페이지' 등을 이용해 일반인을 속이는 스피어피싱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노동자들의 해외 파견을 통해서도 핵 및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의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2019년 말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금지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 라오스 등에서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IT 노동자들 중 일부는 미국 회사에 불법적으로 취업해 작업 대금을 암호화폐로 지급할 것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은 또 노동자 파견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들을 보낼 때 학생비자를 받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4월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화성-18형)'을 발사했다고 14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화성-18형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와 함께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과 관련해 "2017년 9월 이후 핵실험이 탐지되지 않았지만, 영변 핵시설 부지 전반에 걸쳐 신규 건설 활동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지속적인 활동들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한 회원국은 2023년 3~4월 영변 핵시설의 경수로와 연계된 냉각수 체계에 대한 시험 가능성을 감지하고 이 원자로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문가패널은 소개했다.

전문가패널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2022년 패널이 관측한 것과 거의 동일한 구룡강의 한 지점에서 1월부터 간헐적으로 물이 방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패널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속도로 계속됐다고 평가했다. 패널은 지난 4월 1000km를 비행했던 대륙간 사거리로 의도된 신형 고체추진 미사일 '화성-18호'를 시험발사한 후 탄도미사일 추진체의 문턱에 도달했을 수 있다며 "이같은 발전은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무기고의 전략적 구성 요소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속적 개발은 물론 군사용 위성 발사 시험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지난 2021년 1월 북한이 발표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중 △지상 발사 고체 연료 ICBM △전술핵무기 능력 획득이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패널은 분석했다.

패널은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추가 목표인 추가적인 표적화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널은 다만 이번 인공위성 발사는 북한 내부 메시지와 위신을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은 "북한은 이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계속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 유형과 발사 플랫폼 개발, 미사일 숫자의 증가는 전쟁 억제력과 핵반격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공해상 선박간 환적 등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해 불법으로 정유 제품을 반입하고 석탄 등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재위에 공식 통보된 북한 정제유 공급량은 연간 상한인 50만 배럴의 30%에 불과하지만, 한 회원국은 올해 1월1일~5월1일 사이 25척의 북한 선적 선박이 북한 남포와 다른 지역의 유류시설에 총 46차례에 걸쳐 정제유를 운송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제공했다"고 패널은 밝혔다.

25척의 선박 중 9척은 안보리 제재 대상 선박이었다고 한다.

패널은 북한 선박들이 적재중량 90%를 채웠다고 가정할 경우 이미 지난 5월1월 기준으로 연간 상한을 넘어선 약 78만1497배럴의 정제유를 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유엔 회원국은 북한이 2023년 1분기에만 약 8만톤, 즉 63만8400배럴에 달하는 정제유를 불법으로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패널은 전했다.

북한은 불법 수출 석탄 등을 해상에서 중국 선박 등에 옮겨 싣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차단하거나 교란하는 수법을 사용했으며, 허위 선박 정보를 발신하는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신규·중고를 불문하고 수송용 선박이나 유조선을 구입할 수 없지만,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에 14척의 선박을 취득했고, 이 중 10척은 중국 기업 소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패널은 또 북한으로 사치품 유입이 계속 이뤄진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월 평양으로 운송된 것으로 알려진 랜드로버사의 '디펜더 110'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제조사로부터 해당 차량이 2020년에 생산된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명시했다.

또한 패널은 2021년 북한에서 포착된 그랜드 피아노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사치품 수입을 금지한 상태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올해 1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담았다.

기존 사례를 취합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보고서에 게재된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과 대량살상무기 개발 사례는 대부분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

지난 보고서에서 북한이 군 통신 장비와 탄약을 수출한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밝힌 패널은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각국 정부와 기관에 주의를 환기하는 의미가 있다"며 "대북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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