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장마당 세대가 만드는 통일 공동체

KBS 2023. 10. 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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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0년도 전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의 Z 세대를 합쳐 요즘 MZ 세대라고 부르는데요.

북한에는 MG 세대가 있다고 하죠.

정지원 아나운서! 혹시 들어보셨나요?

네, MG, 즉 마켓 제너레이션 (market generation).

바로 장마당 세대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1990년대 중반 이후 배급 시스템이 무너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존을 위해 장마당으로 나온 세대를 뜻한다고 합니다.

장마당 세대, 젊은 탈북민들이 통일된 미래를 준비하며,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현장이 있다고 해서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특히 4년 전,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북한의 종교 탄압 실태를 증언해 화제가 됐던 주일용 씨도 이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네요.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2019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 세계 각지의 종교 탄압 피해자들이 모였습니다.

탈북민 주일용 씨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주일용/탈북민 : "제 고모 가족 모두가 정치범 수용소에 있습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어디입니까?"]

[주일용/탈북민 :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들을 새벽에 데려갔습니다. 단지 고모의 시아버지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사촌들은 마음으로 따랐다는 이유로 신앙을 나눴다는 이유로 처형당했습니다."]

일용 씨의 말을 경청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합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 : "(북한의 종교 자유) 문제를 제기할 겁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4년 전인 2019년 미국 백악관에서 북한의 종교 탄압과 인권 침해 실태를 호소했던 한 청년을 여러분들은 기억하시나요.

당시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 청년은 2009년 한국에 정착한 주일용씨인데요.

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통일 한국을 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함께 만나실까요.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 길 오셨습니다."]

일용 씨와의 첫 대화는 자연스럽게 백악관 방문 당시를 회상하며 시작됐습니다.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원래는 다른 행사에서 10분 정도 스피치를 하게 돼 있었는데 그 행사가 취소되고 정치인을 만난다길래 갔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 딱 계시길래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북한의 실상이 여전히 실망스럽습니다.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저로선 안타깝죠. 제 가족이 친척들이 아직 거기 있고 또 같이 살던 동료들이 그 고통 속에서 정말 자유를 원하고 있는데 ‘나는 간절한데 왜 이 사람들은 간절하지 않지’라는 안타까움도 있고, 네..."]

하지만 일용 씨는 그대로 있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여기가 식당이고 저기가 힐링센터, 디톡스 할 수 있는 곳이고 저 아래가 조그맣게 저희가 하는 농장입니다."]

탈북민 청년들이 주축이 돼 만든 협동조합에서 틈틈이 식당 일을 돕고 있는데요.

특히, 이 식당에선 고소하고 구수한 풍미의 북한식 옥수수 국수를 찾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주문하신 국수 나왔습니다."]

이렇게 판매를 통해 나온 수익금은 어떻게 사용될까요?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조합원들이 배당금처럼 나눠가지는, 그렇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 수익이 많지는 않습니다."]

이 협동조합은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을 계기로 준비하기 시작했고 2021년 설립을 마쳤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수혜자로 살던 탈북민들이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이 사회에 도움을 주는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거듭나기 위함입니다.

또한 갑자기 닥칠 수 있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한데요.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북한 같은 경우에는 거의 90% 이상의 지역 농장들이 다 협동조합 시스템으로 운영이 됩니다. 물론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아래 협동조합이지만 저희는 자유시장경제의 가치에 기반한 협동조합 시스템을 만들어서 통일 이후에 사회 통합까지 생각해서 협동조합으로 했습니다."]

이 협동조합의 핵심 구성원인 젊은 탈북인들은 스스로를 북한의 MG 세대라고 칭합니다.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MG세대. market generation (장마당 세대요.) 맞아요."]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에 태어난 세대들로 생존을 위해 장마당으로 진출한 지금의 이삼십 대를 의미합니다.

청년 시기에 남한에 정착한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새로운 기회의 ‘장마당’이 되고 있습니다.

보빈 씨도 협동조합을 통해 좌욕과 족욕이 가능한 시설을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님이 됐습니다.

두 번의 북송 끝에 어렵사리 도착한 한국에서 꿈을 펼치며, 새로운 가족의 탄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보빈/OO협동조합 : "제가 한국 오다가 북송 되면서 감옥 생활을 많이 했고요. 감옥 생활 하면서 구타도 많이 받으면서 건강이 안 좋았어요. 근데 여기 우리 협동조합을 통해서 힐링센터를 통해 내 건강이 회복되면서 실은 계획적인 준비가 아니지만 다섯째가 들어섰어요."]

신경섬유종이란 희귀난치성질환으로 한쪽 눈이 불편한 경미 씨는 카페 일에 여념이 없는데요.

2012년 한국에 정착한 이후, 두 번의 사기를 당하며, 어려움도 겪었지만, 가족이 있기에 좌절할 시간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경미/OO협동조합 : "자녀가 세 명이에요. 아기가 또 있어요. 한 명 배 안에 그래서 낳게 되면 네 명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힘이 날 것 같고..."]

탈북 청년들이 더 나은 북한의 미래를 고민하는 동시에 스스로 성장하는 공간인 이 협동조합이 탄생하기까지는 일룡씨의 어머니 이소명 목사의 힘이 컸습니다.

탈북자 가운데 흔치 않게 교회를 개척하고 있는 이 목사가 협동조합을 통해서 꿈꾸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모자가 함께 협동조합 한편의 농장을 둘러봅니다.

비닐을 걷어낸 자리에 작고 푸른 새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고급채소로 꼽히는 영채입니다.

[주일용/OO협동조합 팀장 : "여기 와서 고향의 맛을 찾았죠. 그래서 근데 한국 분들이 몰라서 그렇지 드셔보신 분들은 영채 김치도 계속 재주문하시고 드셔보신 분들은 잘 드시더라고요."]

이렇게 사업 아이디어를 얻고, 공동체를 만들기까진 어머니의 이소명 목사의 도움이 컸습니다.

2008년 탈북에 성공한 이소명 목사는 한국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소명/OO교회 목사 : "KBS 라디오 한민족 방송인가요. 지금은 그래서 그것들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생활적인 것들을 보며 동경하게 되고 정말 우리는 꼭 저기로 아이들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했는데."]

현재는 목회 활동을 하며, 북한의 종교 상황을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소명/OO교회 목사 : "북한에서 종교의 자유는 없죠. 그러니까 흔히 우리 여기서 말하는 지하교인 하는데 지하교인이 무슨 보이지 않는 지하에 들어가 하는 그게 아니고 드러내진 않지만 이 사람들은 그 나름으로 방식대로 전도하고 있거든요."]

어머니와 아들은 협동조합의 활동이 가까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 한국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소명 /OO교회 목사 : "탈북민들뿐만 아니고 서로가 남북이 함께 아픈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회복도 되고 이러면서 함께 우리가 만들어 가는 여기서 우리가 작은 통일을 이미 연습하고 그렇게 할 때에 어느날 통일은 오지 않을까 이런 맘을 갖게 됩니다."]

한국의 라디오 전파가 북한에 있던 자신에게 닿아서 변화가 시작됐던 것처럼, 이들은 오늘 협동조합을 통해 뿌린 통일에 대한 열망의 씨앗이 곧 건강히 움트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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