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명산 단풍 적극 촬영…해외 관광객 유치 포석

KBS 2023. 10. 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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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고 있는데요.

울긋불긋 오색 단풍을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 명산으로 가을 여행 떠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북한은, 단풍이 지난해보다 열흘 정도 늦어 이달 말쯤에 최고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하는데요.

오가산과 금강산, 묘향산 등의 가을풍경을 조선중앙TV가 최근 잇따라 방송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촬영기법도 다양해져 더욱 눈길을 끄는데요.

국경 개방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오색 단풍으로 물든 북녘의 가을 풍경과 함께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 전략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가장 먼저 가을옷을 갈아입은 곳은 자강도와 양강도 경계에 위치한 오가산입니다.

해발 1,227미터.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산림지대에 속한 오가산엔 전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등 200여 종의 나무들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17일 : "오가산 원시림은 천 년 이상 자란 주목과 700여 년 자란 피나무를 비롯해서 진귀한 천연기념물들이 많습니다."]

가을엔 단풍 든 큰 산이란 뜻의 풍악산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금강산도 그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조물주가 빚은 예술 작품이라 불리는 만물상의 단풍과.

[엄향심/금강산 관광 안내사 : "만물상은 해발높이가 1,263m입니다. 단풍은 산봉우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아래로 점차적으로 내려오면서 물듭니다."]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구룡연도 신비로운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평양시민은 물론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묘향산도 붉게 물들었는데요.

남녀노소, 다양한 등산객들이 단풍을 만끽했습니다.

단풍으로 물든 북녘 산들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드론을 사용하는 ‘촬영가’들 모습입니다.

항공 촬영이 주를 이루면서 보다 시원한 화면 연출이 가능해진 건데요.

북한 미디어 발전의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북한의 미디어 기술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들어 방송 분야에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과 촬영 기법들을 결합하고 도입하는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미디어 기술 발전을 관광자원 촬영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은 더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달 초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산 8경’입니다.

영화는 백두산의 해돋이부터 향도봉 친필 글발, 장군봉과 백두연봉, 백두산 천지와 그곳에 서식하는 산천어, 만병초와 칼바람 등 이른바 8경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언제 촬영한 건진 불분명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인터뷰까지 인용해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내세웁니다.

[백두산 관광객 : "백두산에 오르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백두산은 세계에 이름난 명산입니다. 여기 유서 깊은 백두산에 오니 흥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북한 기록영화 ‘백두산 8경’ : "백두산에 오른 수많은 외국인들도 그 웅장함과 신비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해하면서 백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조선 민족의 자랑만이 아니라 세계 인류의 자랑이기도 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3년 8개월간 봉쇄했던 국경을 다시 연 만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명승지를 소개하는 영상들이 이전에도 나온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최근 연달아서 명승지라든가 관광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또 소개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닫혀 있던 국경이 개방되기 시작하면서 인적이나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서 더욱 북한의 개방이라든가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 집중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관광산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강원도 원산과 금강산 일대를 아우르는 대규모 경제특구인 ‘원산-금강산 국제관광특구’를 설치하고 해외 투자 유치도 꽤 진행했는데요.

[허지환/세계 해외조선인 무역협회 회장/2015년 인터뷰 : "원산 금강산 여기 와 보니까 참 아름답고요. 경치도 좋고 환경도 좋고 물도 맑고 참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 유치회에 와서 투자하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대북 제재가 이어지면서 실제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관광 자체가 중단되진 않았습니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2016년에 북한의 대북 제재가 처음으로 굉장히 확대가 됐는데 그 확대된 상황에서 북한의 외화 수입의 주된 통로로 관광을 포함시키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인도주의적인 문제들을 야기하거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안으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이 돼서..."]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엔 북미는 물론 남북 관계까지 경색돼 북한 경제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역시 관광을 돌파구로 삼았습니다.

방북한 시진핑 주석이 제재 범위 내에서의 관광 협력에 합의하면서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 ‘유커’가 급증한 겁니다.

당시 숙박시설 부족으로 평양 중국인 관광객을 하루 천 명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을 정돕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월부터 국경 봉쇄에 들어간 북한.

물적, 인적 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하지만 북한 당국의 관광개발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내수 시장을 노린 겁니다.

2020년 1월에 개장한 양덕온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조선중앙TV/2020년 1월 : "안녕하십니까. 우리 양덕온천 문화휴양지에 오신 여러분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인정하고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 몇 달을 제외하고는, 양덕온천을 찾은 관광객 모습을 꾸준히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중국 관영매체 CCTV는 국경 개방을 본격화한 북한이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관광법’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국내관광을 활성화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관광을 확대하고 관광객들의 편의를 보장하며 생태환경을 적극 보호할 데 대한 문제 등이 관광법에..."]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 동해를 중심으로 관광개발에 치중했다면, 코로나19 발생 시기엔 서해에 주력해 균형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서해 관광지들을 개보수하거나 명승지를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는 겁니다.

[조선중앙TV/10월 16일 : "황해남도 룡연군 남서쪽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몽금포는 서해안에서 대표적인 명승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들도 북한 관광산업엔 호재로 보입니다.

얼마 전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정성일 북한 국가관광총국장이 북중 수교 75주년인 내년에 관광교류 협력 심화에 뜻을 같이했고, 평양을 찾은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자국 관광객들에게 북한을 휴가지로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중국에서의 북한에 대한 관광에 대해서는 더 활성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고 이전까지는 의미가 너무 미미해서 별로 크게 보이지 않았던 러시아와의 관계가 지금 강화가 되고 있고 적어도 북한의 2019년까지 상황들보다는 좀 더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한때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이 자체 개발을 강조하면서 자칫 남북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다만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적극적인 개발에 나설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최은주/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금강산 지구 개발 계획은 수립했다고 북한이 발표했는데 그 이후에 진척 사항과 관련한 내용이 거의 소개가 되고 있지 않아서 일단 보건 의료 파트와 당에서 주요한 정책으로 추진했던 지방 발전을 위해서 북한의 주택 건설 이런 사업에 먼저 예산이 투입되면서 관광에 대한 투입이 줄어든 게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현재 북한은 매년 4월에 여는 평양 국제마라톤 개최를 알리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내년엔 더 적극적인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설 거란 전망입니다.

최근 공개한 오가산과 묘향산, 금강산의 가을 풍경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하승희/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 : "해당 영상들이 충분히 유튜브 등의 다양한 외부 매체를 통해서도 관광 선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요. 이런 동향들을 봤을 때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빌리빌리(중국 동영상 싸이트) 외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북한 당국은 앞으로 관광 선전 관련 영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아 합법적인 외화획득이 가능한 관광산업.

그리고 이를 경제난 극복에 활용하겠다는 한결같은 의지를 보여온 북한.

국경 봉쇄 완화와 관광법 정비까지 마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외국 관광객을 받아들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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