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모나카 먹어줘야 진짜 빵순이”…77년 ‘最古 빵집’ 태극당의 비결은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10. 2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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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철 태극당 대표
1946년 서울서 출발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代 경영
모나카·버터 케이크 꾸준히 인기
서울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빵집 ‘태극당’ 전경. <사진=신수현 기자>
올해 나이 77세.

서울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부근(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빵집 ‘태극당’의 나이다. 태극당은 1946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출발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자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역사가 긴 제과 명가로 꼽힌다.

기업이 설립돼 5년 이상 존속하기 힘든데 다른 분야도 아닌 유행에 매우 민감한 외식 분야에서 태극당은 무려 77년 동안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태극당 창업자인 신창근 선생에 이어 그의 아들, 그리고 다시 그의 아들인 신경철 태극당 대표가 뒤를 이어 태극당의 정신과 영혼을 계승하고 있다.

태극당은 장충동 본점을 포함해 총 9개 매장이 있으며, 전부 직영점이다. 1973년 서울 장충동으로 본점을 옮긴 후 지금까지 본점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1946년 설립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에서 신경철 태극당 대표가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들고 소개하고 있다. 태극당이 한때 갖고 있던 목장 ‘농축원’을 벽면에 그려 놓은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사진=신수현 기자>
한 달에 20만개 팔리는 ‘모나카’ 아이스크림
태극당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결합된 ‘모나카’로, 한 달 평균 모나카 판매량은 약 20만개이다. 놀라운 점은 모나카가 1964년에 출시됐다는 점이다.

태극당 본점에서 만난 신경철 태극당 대표는 “모나카의 맛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대량 생산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에 자체 공장을 설립해서 올해 상반기부터 모나카를 공장에서 생산한다”며 “모나카 아이스크림에 우유가 60% 이상 들어가는 데다 아이스크림을 감싸고 있는 과자도 직접 생산해서 신선하고 맛도 좋은 게 인기 비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모나카 아이스크림이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되지만 수출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태극당을 대표하는 또 다른 메뉴는 ‘버터 케이크’이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생크림 케이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버터 케이크를 만드는 빵집이 거의 사라졌지만, 태극당은 지금까지도 버터 케이크를 생산하고 있다. 버터 케이크 전문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태극당의 버터 케이크는 빵이나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명하다.

태극당의 버터 케이크는 분홍색과 흰색을 적절하게 섞은 버터 크림에, 1970~1980년대 케이크를 꾸밀 때 사용되던 꽃·꽃잎 장식품을 넣어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풍조와 맞물려 2030세대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태극당 본점에서 케이크를 미리 주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글자도 초콜릿으로 새겨준다. 맞춤형 레터링 케이크를 생산해주는 셈이다.

신 대표는 “버터 케이크는 장충동 본점,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잠실 롯데월드몰점 등 5개 매장에서만 판매된다”며 “1990년대에 생크림 케이크가 등장하면서 버터 케이크를 밀어냈지만, 태극당이라도 버터 케이크를 지켜야 할 것 같아서 판매량에 동요되지 않고 계속 버터 케이크를 생산해왔다”고 전했다.

태극당 본점 매장 내부 모습. <사진=신수현 기자>
전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의 힘
77년 동안 태극당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신 대표는 세월의 흐름에 맞게 태극당이 조금씩 진화해오면서도 태극당의 옛 모습과 정신을 지켜온 점을 꼽았다.

실제로 태극당 본점은 방문객들이 1980~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처럼 느끼도록 꾸며져 있다. 흰색 건물에 한자로 ‘태극당(太極當)’이라고 상호명을 붙여놓은 외관과 계산대에 놓여진 ‘카운타’라고 적힌 명패,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고풍스러우면서 화려한 샹들리에, 1970~1980년대 고급 식당이나 부잣집에서 사용되던 나무 의자 등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신 대표는 “옛것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취하는 길 대신 옛것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며 “장충동으로 본점을 옮겼던 1973년 당시 매장과 비교해 인테리어가 바뀌었지만, 가급적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현대미와 어우러지도록 매장을 꾸몄다”고 말했다.

태극당에 오면 1980~1990년대 풍경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태극당을 찾는 어르신들도 많다. 낮에 태극당에 오면 삼삼오오 모여 빵과 음료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매장을 찾아오게 하는 즉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태극당을 77년 동안 끌어온 것이다.

태극당이 7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온 덕분이다.

신 대표는 태극당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기 위해 수 십 여개 브랜드와 협업하며 브랜드를 알려왔다. 태극당의 피자빵을 가정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오뚜기와 ‘옛날핏-자’를 2021년 선보였으며, 네이버 ‘라인’의 캐릭터 ‘브라운’을 활용해 ‘브라운 모나카’를 2019년 출시했다. 스니커즈 브랜드 ‘수페르가’와 태극당의 브랜드 정체성(BI)을 결합해 2019년 3월 스니커즈 7종도 내놓았다.

신 대표는 또 태극당 상표권도 올해 통합했다. 신 대표는 “태극당 상표권이 등록돼 있지 않아서 그동안 여러 빵집들이 ‘태극당’ 브랜드와 상호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었다”며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상표권을 통합하고 드디어 올해 ‘태극당’ 상표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태극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00억원으로, 올해 목표 매출액은 230억원이다. 태극당 본점에서 달성하는 연간 매출액은 약 80억원이다.

태극당의 가치를 눈여겨본 여러 업체들이 신 대표에게 태극당 매각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대표는 태극당을 팔 수 없었다. 창업자인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태극당을 지키는 게 숙명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매장 수 확장에 주력할 계획은 없다.

신 대표는 태극당을 100년 넘게 지속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태극당을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빵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요.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대로 어르신들은 어르신들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오고 싶은 곳,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찾아도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태극당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신수현 기자

*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고 많이 팔리게 된 배경, 해당 기업의 경영 전략 등을 담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의 ‘+구독’을 누르시면 놓치지 않고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 ‘매경5F’에서 ‘태극당’ 대표 메뉴인 ‘버터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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