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카운트다운’…인질 협상이 브레이크? [세계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3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감행하면서 납치한 인질들은 모두 229명으로 추산됩니다. 하마스는 처음에는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운운했다가 필요한 게 생기자 '인도적 이유로 풀어준다'며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질 석방 협상이 커져가는 지상전 개시 시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하마스…시간 끌며 지상전 최대한 연기
하마스가 두 차례에 걸쳐 인질 4명을 풀어주면서 든 이유는 "인도적인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마스의 첫 인질 석방이 이뤄진 다음날, 가자지구 안으로 첫 구호품 반입이 이뤄졌습니다. 하마스의 인질 석방의 속내는 두 번째 석방이 이뤄진 현지 시간 23일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이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인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연료를 대가로 민간인 인질 석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추가 인질 석방이 가자지구 내 연료를 공급받기 위한 카드였음을 짐작케 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전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인도주의적인 목적으로도 가자지구 안으로 연료가 들어가는 걸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마스는 현재도 카타르와 이집트 등과 함께 '다수의 인질 석방'을 놓고 협상 중입니다. 하레츠 신문은 이를 두고 "하마스가 이스라엘 교도소 등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의 석방을 요구하거나 연료를 포함한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협상이 길어질 수록 하마스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의 앞선 이스라엘 방문도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압박하기 위한 거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상전을 며칠이라도 뒤로 미루는 것은 하마스에겐 가장 큰 수확입니다. 지상전이 연기될 수록 하마스는 전투를 준비하는 시간을 벌고, 공습을 계속 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약화됩니다.
■카타르 등 중동…인질 석방이 먼저
카타르와 이집트 등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마스 측에는 인질 관리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과 인질 대거 석방으로 얻을 수 있는 국제사회의 태도 변화를 이유로 들어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스라엘 측에는 교전 중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인질 협상을 담당하는 무함마드 알 쿨라이피 카타르 외무담당 정무장관은 현지 시간 26일, "중재자가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으려면 '진정된 기간'에 도달해야 한다"며 양측이 교전을 중단하면 인질은 며칠 내로 석방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도 가세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하마스는 민간인을 테헤란에 풀어줄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죄수 6,000명의 석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중동 나라들이 인질 석방의 대가로 언급하는 건 다르지만 인질 추가 석방이 가까워졌고, 그만큼 이스라엘이 지상전 개시 시점을 잡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지상전 묵인? 미묘한 기류 변화
미국은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질 석방에 총력을 기울여 왔는데요.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220여 명 가운데 138명이 외국인이고, 미국인은 12명으로 추정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모든 인질의 석방과 안전한 귀환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질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압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목한 그 시점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살짝 다른 기류가 읽힙니다. 바이든은 최근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와 같은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습니다. 인질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인질을 구출할 수 있다면 구출해야 한다"고만 했습니다. 인질 석방 협상과 더불어 중동 일대에 미군 전력 보강을 완료하면 이스라엘의 지상전 연기를 추가적으로 더 압박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미군 기지에 대한 방어시스템 확충이 완료되는 시점은 이르면 이번 주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상전 이후의 전략을 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이 지상전이 지연되는 요인이고, 출구전략 부재에 대해 미국이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군이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목표가 부족하고, 지상 침공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이스라엘
피의 보복을 공언한 이스라엘이었지만 인질 문제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여론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상군을 대거 투입한다면 인질들이 위험에 놓일 수 있고,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인질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합니다. 인질들은 가자지구 곳곳에 분산돼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인질의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주면 보상해 주겠다는 전단을 한때 뿌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가자지구에 소수 병력을 침투시켜 일부 인질을 구출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러나 인질 석방 협상을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하마스는 지상전 연기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바라며 전략적으로 2명씩 인질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지상전 채비를 다 마친 이스라엘 군과 오히려 헤즈볼라를 먼저 공격하자고 주장하는 강경 여론도 버티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는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연설하면서도 "개시 시점은 전시 내각의 만장일치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말은 곧 내각 안에서도 지상전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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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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