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으론 설명 불가…고비마다 '대운' 따르는 위메이드

최우영 기자 2023. 10. 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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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모바일 전환시대 '캔디팡' '윈드러너' 깜짝 대박으로 동력 확보
적자 심화되는 올해는 액토즈소프트와 장기 소송전 마무리하며 5년간 5000억 받기로
50억~100억씩 투자한 비상장사는 죄다 수십배 가치 폭등하며 대박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한때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 일부에는 캐릭터의 스탯(능력치) 항목 중에 'luck'이 있었다. 필드에서의 아이템 드랍률이나, 아이템 합성 성공률 등에 영향을 주는 수치였다. 기본적으로 체력과 정신력 등에 스탯 수치를 배분하는 플레이어들은 이 같은 '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 요새 게임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게임사 중에 유독 '운' 수치를 올려놓은 걸로 추정되는 곳이 있다. 미르 시리즈, 위믹스 등으로 알려진 위메이드다. 위메이드 임직원들의 실력과 노력도 뒷받침됐다고는 하지만, 경영의 고비마다 찾아온 '대운'이 없었다면 현재의 위메이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MMO 1세대 '미르의 전설' 박관호, 독립 1년만에 중국 정벌
위메이드를 만든 박관호 의장은 액토즈소프트 개발팀장 출신이다. 액토즈 경영진과의 불화에 시달리던 박 의장은 2000년 2월 위메이드의 전신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박관호라는 1세대 에이스 개발자와 '미르'라는 IP(지식재산권)가 확보됐지만, 이게 곧바로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런데 박관호는 당장 이를 해냈다. 설립 다음해 미르의 전설2를 중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대박'이 났다. 미르2는 중국 최초의 동시접속자 '75만명' 기록을 세웠다. 2008년에는 누적 회원 2억명을 기록했다.

이때 힘이 붙은 미르 IP를 기반으로 미르3, 미르4 등의 후속작이 연이어 나왔고, 이는 위메이드가 20여년 넘도록 생존하는 밑천이 됐다. 그러면서 동시에, 박 의장의 친정이던 액토즈소프트와 지긋지긋한 소송전을 벌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캔디팡, 윈드러너는 왜 떴을까
윈드러너. /사진=구글플레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의 중심이 넘어오기 시작하던 2012년, 위메이드도 모바일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모바일게임 브랜드 '위미'를 만들고, 주로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하는 게임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카톡 친구들에게 하트 구걸 메시지가 밤중에 난무하던 바로 그 시기다.

당시 스마트폰의 폭발적 보급에 힘입어 쟁쟁한 모바일 게임이 쏟아졌다. 횡스크롤 러너게임의 대표주자는 쿠키런, 3매치 방식의 퍼즐게임은 애니팡, 종스크롤 슈팅게임은 드래곤플라이트 등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런데 '양산형 게임'으로 일컬어지던 위미의 게임들이 또 히트를 쳤다. 퍼즐게임 캔디팡은 애니팡의 경쟁자로 유의미한 싸움을 벌이며 출시 20일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모바일게임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것을 넘어선 것이 또 다른 위미 러너게임 윈드러너. 1000만 다운로드에 12일이 걸렸다.

사실 쉽지 않은 싸움이었던 게, 쿠키런과 애니팡은 한 회사가 사활을 걸고 '원히트 원더'로 만든 게임들이었다. 결국 이 IP들이 주춧돌을 놔 데브시스터즈와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라는 상장사를 탄생시킬 정도였다. 위메이드는 2013년 4월 국내 업체 최초로 구글플레이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1위에 올랐는데, 그만큼 많은 게임을 찍어냈다는 뜻이다. 적지 않은 모바일 게임들은 2015~2016년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그 이전에 벌어들인 돈들은 모바일 시대 위메이드가 먹고 살 밑거름이 됐다.
개미지옥 카카오 투자로 돈 번 기업 위메이드
게임사지만 게임 외에 투자도 잘하는 곳이 위메이드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많은 개인투자자의 원성을 듣고 있는 카카오지만, 위메이드에게는 천군만마였다. 모바일 전환시대이던 2011~2012년 위메이드는 250억원을 들여 카카오 지분 3.5%를 확보했다. 5~6년간 보유하던 이 지분을 2017년 전량 처분했는데, 1937억원을 회수했다. 수익률이 700%에 달한다.
2016년 위메이드의 전체 매출이 매출 1080억원이었으니, 매출의 2배 가까운 돈이 순이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상장사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이뤄낸 결실이었다. 이 같은 비상장사 투자 및 고액 회수 방침은 향후 위메이드의 투자 기조로 자리잡게 된다.
설왕설래 위믹스, 거래소 재상장하며 이미지 회복
김남국 무소속 의원. /사진=뉴시스
최근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메이드도 코인을 발행하는 거버넌스에 참여했다. 그 유명한 '위믹스'다. 위메이드라는 실체 있는 상장사가 게임플랫폼에서 쓰일 용도라고 밝히자 시장에서도 호응했다. 오죽하면 국정감사중이던 국회의원까지 국감은 내팽개치고 위믹스 거래에 혈안이 되었을까.

그런데 유통 물량이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가 됐다. 위메이드의 항변에도 불구, 지난해 말 국내 주요 거래소에선 위믹스 거래를 정지시켰다. 하지만 그 전에 위메이드는 위믹스 자체 발행으로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이 돈이 선데이토즈 인수자금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봉이 김선달' 논란까지 나왔다. 자신들이 찍어낸 코인으로 돈을 조달해서 썼다는 논란이다.

당시의 유통물량 논란은 올해 들어 점점 개선되는 모양새다. 국내 거래소 중 코인원에서 위믹스의 거래를 재개하기 시작했으며, 시장의 평가도 한결 나아진 상황이다.
힘겨운 올해 중국서 온 연락 "5년간 5000억 드릴게"
미르4 대표이미지, /사진=위메이드
올해 국내에선 넥슨을 제외한 게임사들의 상황이 대부분 녹록치 않다. 위메이드 역시 마찬가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영업손실 871억원을 기록했다. 쉽지 않은 한 해가 예상되던 때였다.
그런데 올해 8월 갑자기 '미르의 전설' IP의 중국 내 사용을 두고 2017년부터 싱가포르에서 법정 공방을 벌여온 액토즈소프트와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액토즈소프트가 5년간 총 5000억원을 내고 미르 2·3 라이선스의 중국 서비스 독점권을 갖기로 한 것이다. 올해 주기로 한 1000억원은 지난달에 액토즈가 위메이드에 지급했다.
비상장사 투자 손 대면 대박...장현국 대표에게 '투자의 신' 내렸나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위메이드는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지분을 지난 24일 정리하면서 800억원을 회수했다. 2018년 11월 100억원을 투자한 지 5년만에 700%의 수익률을 거뒀다. 2017년 카카오 지분 처리 수익률과 유사하다.

이 밖에도 위메이드는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에 50억원을 투자해 수천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보유지분 5만3578주 중 절반이 안되는 2만2209주를 처분한 금액만 1187억원이었다. 이 밖에도 네시삼십삼분, 하운드13, IMC게임즈, 엔드림 등 비상장 개발사에 50억~100억원씩 투자해놨다.

이 같은 개발사 지분 쇼핑은 2014년 취임한 장현국 대표의 손끝에서 나온다. 장 대표는 위믹스플랫폼의 성공을 확신하며 연봉 전액을 위믹스로만 지급 받는 '위믹스 전도사'지만, 투자에서만큼은 '무당'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투자처에 대한 정보 취합이야 어느 회사가 비슷한 프로세스로 진행되는데, 유독 장 대표가 신속하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평이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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