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위하준 “비흡연자인데 흡연신 多, 정말 힘들었다”[M+인터뷰①]
제작발표회에서 ‘최악 섹시’ 예고..만족스럽게 보여줬을까
비흡연자로서 흡연신 촬영하며 느꼈던 고충과 스스로의 다짐
‘최악의 악’ 위하준이 ‘최악 섹시’를 예고했던 가운데 누아르에 대한 로망을 실현한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디즈니+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정기철로 활약한 위하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박준모(지창욱 분)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위하준은 강남연합의 보스를 맡아, 젊으면서도 강렬한 마초적인 매력의 정기철을 선보였다. 그는 증량과 감량을 오가며 외형적인 요소부터 ‘악’을 저지르면서도 강남연합의 보스인 만큼 아우라와 포스, 분위기 등도 연구하며 비밀스러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실제로 흡연을 하지 않는다는 위하준은 정기철 역을 소화하기 위해 스스로와 약속까지 하며 흡연신을 촬영, 흔들림 없으면서도 단단한 면모도 공개했다. 그는 철저한 자기 관리부터 디테일하면서도 진지했던 캐릭터 구축 등으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위하준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누아르에 대한 로망을 언급, 그 로망이 실현된 것에 대한 만족도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등에 대해서도 유쾌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A. 제안 받은 거는 감사하게 제안을 해주셔서 대본을 받았다. 그런 로망이 있었다. 누아르라는 로망이 있었다. 한국에서 젊은 층의 배우들이 누아르 장르를 한다는 건 쉽지가 않다. 하게 된다면 새로운 매력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감독님의 ‘남자가 사랑할 때’의 팬이기도 했다. 당연히 걱정은 했다. 너무 뻔한 소재니까 언더커버라는 게. 그래서 ‘너무 비슷하고 뻔하면 어쩌지?’ 하고 대본을 읽어 봤는데 단순히 조폭, 경찰, 액션이 아니라 뒤로 가면 갈수록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감정의 변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점점 공허해지고 피폐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인 그런 부분들이 되게 새롭더라. 굉장히 어렵겠지만, 새로운 느낌의 누아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내가 나를 못보겠더라. 민망해서. 다른 분들 연기하는 거 보면서 흐뭇해하고 많이 공부하고 있다.
Q. 누아르가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했는데, 이 작품을 한 뒤 남성 팬들도 늘어났을까.
A. 주로 여성팬분들이 많았는데, 근래에 기분 좋고 신기한 경험들이 그거였다. 헬스장에 가서 몸이 좋으신 분들이 갑자기 와서 ‘정기철 잘보고 있습니다’ 하시는 것. 또 얼마 전에 브랜드 행사장에 갔을 때도 ‘강철부대’ 프로그램 하시는 분들, ‘피지컬 100’ 나오신 분들이 행사장에 계셨는데 나를 기다리시더라. ‘최악의 악’을 너무 재밌게 봐서 꼭 한 번 인사하고 싶다고. 너무 좋더라. 식당에 가서 남자 사장님들이 많이 알아보신다. 사장님도 격투기 하시고 하신 분이라면서. 남성성이 강한 분들이 더 좋아해주시고 하니까 워낙 팬의 입장에서 되려 감사했다. 기분이 좋았다.
Q. 정기철은 강남연합의 보스이다. 젊은 보스인 만큼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며 고민들도 많았을 것 같다.
A. 아무래도 아직은 나이도 엄청 많지도 않고 그런 경험들이 많지도 않았다. 또 실제로도 제일 막내였고 다 형이었는데, 막내가 보스를 해야 하는 상황의 부담이 너무 큰 거다. 누아르 명가에서 제작을 하는 거고, 내가 막 ‘이야아!’ 한다고 임팩트가 셀 것 같지도 않고. 이 인물을 봤을 때, 인물을 생각했을 때 ‘가장 차가워 보이자. 냉정해 보이자’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얘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게끔 하는 게 나에게 아우라든 포스든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방법 같았다. 정기철이라는 인물이 그런 행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중점을 많이 주고 되려 더 세게 감정을 갈 수 있는 부분에서 더 줄여버리고.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침착하고 냉정함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다른 캐릭터들이 가장 에너지를 많이 주기 때문에, 나는 냉혈하고 기계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Q. 아우라나 포스를 내는 부분 외에 혹시 외형적으로도 신경을 쓴 부분이 있을까.
A. 처음에는 무게감, 중압감을 주고자 조금은 불렸다. 현재는 68~69kg이다. 당시 시작할 때는 75kg로 시작했다. 그 뒤에는 점점 감정이 피폐해지고 무너져가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에 그때는 살을 좀 빼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조금 더 빼서 66kg까지 뺐던 것 같다. 75kg로 시작해서 66kg로 끝난 것 같다. 외형적인 변화를 주고자 했었다.
Q. 극 초반에는 ‘DJ 처리’라고 해서 디제잉 신도 있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브리지 헤어도 하는 등 변화를 준 것 같았다.
A. 90년대 디제이에 나이트, 클럽도 싫어하고 나이트도 안 가봐서 참고 자료를 뒤져봐도 잘 안 나오더라. 부모님 세대분들한테 ‘그때 디제이는 뭐 했어요?’ 하고 물을 수밖에 없더라. 시각적으로 참고할 수밖에 없었고, 디제이 기계 만지시는 분께도 배우고 했다. 그 다음에는 음악에 몸을 흔드는 건 나니까, 차라리 앞에서 춤을 추라면 추겠는데 그건 어렵더라. 그 신이 가장 어려운 신 중 하나였다. 브리지는 내 아이디어기도 하다. 분장팀도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 ‘머리 하나만 붙여 볼까?’도 하고, ‘한쪽 머리에만 브리지를 해볼까?’ 하기도 했는데 웃겼다.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옷도 많이 입어보고 했는데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했었다.
Q. 기철이 준모와 의정(임세미 분)의 관계를 알고 나면 굉장히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의정을 향한 기철의 사랑은 아픈 사랑이다.
A. 기철은 아픈 사랑이라고 생각을 안했을 거다. 첫사랑 누나와 우연치 않게 만났고, 얘 나름으로 이룰 거는 이뤘고, 재산도 좀 있고. 흔들리지만, 어쨌든 결혼한 걸 알았고, 이혼했다고 의정이 거짓말을 하고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아픔도 나누고, 점점 의정에 대해 빠지게 되면서, 어릴 때 약속한 거나, ‘당신을 책임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거다. 만약 그런 준모와 의정이가 경찰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때부터는 그럴 것 같다. 기철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가슴이 아플 거다. 시청자로서는 기철이를 사람으로서만 보면 불쌍한 지점이지만, 범죄 조직 보스 지점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묘한 것 같다. 사람으로서는 불쌍해보이지만, 수사의 일원으로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잡아야 하지 않을까.)
Q. 누아르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누아르 영화가 있다면?
A. 제일 좋아하는 누아르는 군에 있을 때 ‘신세계’를 진짜 30번이나 봤다. 대테러쪽이어서 항상 상황실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초동 조치를 해야 해서. 출동이 없으면 사무실에서 지키면 TV도 보고, 밤을 새울 때는 순찰 전에 맨날 ‘신세계’만 봤다. 훗날 거의 10년 후에 ‘신세계’를 만든 제작사에서 비슷한 느낌의 작품에 출연하게 돼서 그때 생각도 나더라. 군대에서 그 영화를 보면서 배우를 꿈을 꾸기도 했다. 감회가 새로웠다.
Q. 누아르가 로망이었다고 했는데, ‘최악의 악’을 하면서 이룬 제일 하고 싶던 로망의 장면은 무엇일까.
A. 오마쥬한 신이기도 한데, 거리에서 활보하는 장면. 그런 건 너무 로망이지 않나. 실제로 보면 ‘저 깡패XX들 돌았나. 잡아쳐 넣어야지’ 하는데, 그것만 보면 어릴 때 환상이지 않나. 그거를 찍었을 때 그렇게 등장하는, 슬로우 걸어서 걷는 게 재밌었다. (웃음)
Q. ‘최악의 악이 아니라 최악의 로맨스가 아니냐’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로맨스를 이뤄가는 관계가 복잡하다. 특히 강남연합은 끈끈한 선후배의 의리를 보여줬는데, 의정으로 인해 흔들리는 기철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기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또 이 과정에서 정배(임성재 분)와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굉장히 이 장면에서 감정이 중요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A. 시청자로 봤을 때는 ‘기철이가 바보구나’ 했다. ‘연기하고 찍을 때는 몰랐는데 바보네’ 했다. 어휴 답답아. 왜 그걸 믿냐. 모르냐. (웃음) 촬영하면서는 온전히 정기철의 입장으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상황들, 계획적인 것도 있었겠지만, 정기철의 신뢰를 받았어야 하는 준모나 의정이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도 있고, 상황상 위기의 순간에 정배와 희성(차래형 분)이가 없다. 또 승호(지창욱 분)가 대신 죽을 뻔도 한 상황들의 반복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믿음을 줄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시작은 태호(정재광 분)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베풀었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하면서 믿음이 생겼고, 의정이라는 인물이 나타나고, 그 사람에게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을 거다. 그런 내용은 안나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철이 이 일을 분명히 안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유지보다 시드머니를 마지막으로 만들어서 다른 사업을 하든, 이 다음 인생은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찰나에 승호(준모)와 의정이를 만나면서 그런 믿음이 확고해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로 인해 정배를 의심하게끔 푸시를 받는다. 정배가 실제로도 따로 약을 빼돌려 뒤에서 다른 일을 벌이기도 했다. 정배와 세게 감정이 부딪히는 장면에서, 정기철의 입장으로 볼 때는 정기철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되려 정배가 이야기를 하는데, 반대로 정기철의 감정도 똑같았다. ‘내가 너를 믿고 따랐는데, 너가 뒤에서 이런 짓을 해?’라는 배신감과 분노가 있었다. 성재형이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그런 감정이 세게 왔었고, 편집이 됐지만, 뒤에 정배를 내치고 나서 눈물이 계속 났다. 그 부분은 안 썼다. 안 쓰는게 연출적으로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연기하는 그 순간만큼은 슬펐다. 그걸 찍었던 날들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
Q. 흡연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흡연신을 촬영하며 힘들지 않았나.
A. 원래는 흡연을 안한다. 진짜 많이 힘들었다. 정말 많이 힘들었다. (흡연신을) 많이 줄이기도 했다. 다행이었다. 과거에는 영화 때문에 시작은 했었는데, 혹여나 이번에 흡연신이 많다 보니까 중독이 다시 될 수도 있지 않나. 분명히. 계속 담배를 피우면 처음에만 불편하지, 나중엔 습관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그거는 스스로 약속을 많이 했다. ‘진짜 신 아니면, 만취를 해도,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자’라고. 정말 자부하지만, 진짜 지켜서 스스로에게는 그 부분은 너무 잘한 거다. 전혀 생각 그런 것 없다.
Q. 실제로는 형인 지창욱을 동생처럼 둬야 했다. 언더커버로 분하면서 막내가 된 지창욱과 함께한 소감은?
A. 일단 다 형이었다. 형서 빼고는 내가 남자 중에서는 제일 막내였다. 동생으로 둔다기보다는 동료로 연기하는 부분이었고, 워낙 내가 어렸을 때부터 형들이 동생으로 잘 안 봤다.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동생인데 뭔가 귀여워하지 않는, 잘 다가가지 않는, 늘 그런 동생이었다. 이번 ‘최악의 악’은 형들도 많았지만, 그 형들이 너무 좋았고 너무 잘해줬다. 가장 나 다운 모습을 많이 나오게끔 해줬다. 나도 너무 편하니까 애교 아닌 애교도 떨고 했다. 가장 동생처럼 지냈던 현장이었던 것 같다. 너무 행복했다. 사랑받는 느낌도 들었고. 애교는, 내 기준에서는 애교인데, 그들은 애교라고 안 느끼기는 하는데, 안기기도 하고. ‘밥 먹었어요~?’ 묻거나 한 거다.
Q. 지창욱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호흡은 또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진짜 좋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준모, 승호로서 연기하는 걸 봤을 때 정말 놀라웠다. 너무 잘 표현을 해서 되려 전반적으로 형들 연기를 배우면서 봤다. 묵묵히 지켜보는 신들이 많았다. 문득문득 연기하는 것도 감탄하면서 보기도 하고. 순간 빠져서 내 거를 못한 적도 있고, 그리고 너무 잘하더라. 형 연기에 빠져서 내 대사를 까먹기도 했다. 그만큼 그분들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좋고 하니까 나도 감정을 받아야 하는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창욱이형도 개인적으로도 워낙 긍정의 에너지와 배우로서의 태도, 사람적인 마인드가 배울 게 많았다. 지금 나에게도 큰 도움이 돼서 진짜 많이 고맙다.
Q.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이번 작품에서는 ‘최악 섹시’를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잘 보여준 거 같나. 섹시라는 키워드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A. 잘 모르겠다. (웃음) 보시는 분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섹시라는 키워드가 되게 부담스러운데 좋다. 그렇게 되뇌이면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그 당시 ‘오징어 게임’ 때만 해도 섹시 키워드를 싫어했다. 부담이 되는 걸 싫어하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걸 많이 안타까워했다. 너무 안 즐긴다고. 섹시에 대해 이야기만 해도 싫어했다. 월드만 말해도 ‘이야기하지마라’ 했다. 왜 싫어했냐면, 정신이 안 좋아질까봐, 흔들리고 이상한데 심취할까봐였다. ‘아예 꺼내지도마’ 했는데, 주위에서는 내가 그걸 못 즐기는 거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있었다. 잠깐뿐인데. 그걸 어느 순간 받아들이고. ‘그래, 나 섹시가이이다’ 하고, 그 다음 작품 할 때도 ‘미스터리 섹시 보여드릴게요’ 하면서 자신감, 텐션을 올려주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게 봐주셔서 또 너무 감사하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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