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낳은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피할 수 없는 신랄한 비판 [N초점]

고승아 기자 2023. 10.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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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은퇴를 번복하며 제작 기간만 7년이 걸린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성공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이후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며 혹평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소년 '마히토'가 미스터리한 왜가리를 만나 펼쳐지는 시공초월 판타지로, 미야자키 감독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전적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 25일 개봉 첫날에만 25만5212명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엘리멘탈' 등 올해 흥행한 애니메이션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인 것.

그간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으며 큰 사랑을 받은 미야자키 감독의 이름만으로 거둔 성과다. 10년 전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7년의 제작 기간과 지브리 스튜디오 최대 제작비를 들인 만큼 기대감을 높였던 터다.

그러나 막상 개봉 이후 국내 관객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CGV의 실관람객들 평가를 지수로 표현하는 에그지수는 27일 오전 67%를 기록 중이다. 소위 말해 '달걀이 깨진', 혹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가장 비판받는 지점은 시대적 배경이다. 193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쿄에 살던 11세 마히토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런데 마히토의 아빠가 군수공장을 운영하고, 마히토가 군수공장에서 생산한 군수용 비행기를 보고 감탄하는 장면 및 주인공의 엄마가 도쿄 공습으로 인해 죽은 점 등은 영화의 반전 메시지를 희석시키고, 일본도 피해자라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는 한국에겐 일제 강점기이기에, 이 부분들은 한국 관객에는 더욱 불편한 요소로 다가온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AFP=뉴스1

실제로 미야자키 감독의 아버지가 군용기 부품을 생산하던 군수공장을 운영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이 주인공의 배경과 동일시되면서 비판을 피하긴 어려운 모양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영화를 자전적 이야기라 소개하고 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의 위치에 있는 감독이 만든 영화를 과연 시대적 배경을 배제한 채 단순히 개인의 성장 영화로만 바라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여기에 마히토의 엄마가 화재로 죽은 뒤 곧바로 마히토의 아빠가 엄마의 동생, 즉 처제와 재혼하는 설정도 당혹스럽다.

이렇듯 비판받는 소재들을 차치하더라도, 영화적 완성도 역시 기존 미야자키 감독이 보여준 기대감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그간 미야자키 감독이 선보여온 유명 작품들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나와 팬들에 반가움은 더해줄 수 있으나 특별한 장치로 사용되진 않는다. 또한 스다 마사키, 아이묭, 기무라 타쿠야, 쿠니무라 준 등 일본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성우로 합류했으나 어색한 연기톤이 영화와 어우러지지 못했다. 영화는 대사를 통해 '평화로운 세계를 지향한다'는 평범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말하는데, 이를 다소 난해한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쉽게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는 언론시사회를 비롯해 개봉 전 어떠한 시사회도 열지 않으며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는데 막상 영화가 공개되고 비판을 받자, '비판을 피하고 개봉 첫날에 흥행 성적을 노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냐'는 지적 역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측은 뉴스1에 "콘텐츠 자체로 승부하고 싶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의사를 반영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같이 적용해 시사회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영화의 평을 예상해서 시사를 안 한 것은 아니고 지브리의 방침에 따라서, 충분히 감독의 작품과 이름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의 반응들에 대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영화에 해석의 여지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가이드를 줄 수 있게 개봉 후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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