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m 안데스 산맥서 발견한 생쥐 미라…고지대 생존비밀 '미스테리'[사이언스 PICK]
춥고 산소 희박한 곳에서 체온유지 비결 파악 안돼
일회성 방문 아닌 장기 거주 증거 有…"포유류 한계 깬 발견"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류를 비롯한 포유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서 사는 생물이 새롭게 발견됐다. 작은 크기로 인해 춥고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살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쥐가 6700m 고도에서 서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확인됐다.
26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는 남미 안데스 산맥에 있는 높이 수천m의 산들에 살고 있는 잎귀쥐의 미라를 발견했다. 이 쥐들이 발견된 지역은 밤에는 기온이 영하 수십도 수준으로 떨어지고, 산소 농도도 해수면의 40%에 불과한 곳들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에 모두 게재됐다.
이번 발견은 미국 네브래스카대학교, 칠레 오스트랄대학교 등의 연구팀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중앙 안데스 산맥의 21개 봉우리, 그 중에서도 6000m 이상 지역에서 잎귀쥐 13마리의 미라 유해를 발견했다. 5000m 이상 지역에서는 수십 종의 살아있는 쥐들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최소 18종 이상의 쥐 500마리를 포획했고, 이 가운데 5종의 표본이 새로운 고도 기록을 써 내렸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포유류는 고지대처럼 산소가 적고 추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온이 낮을수록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 생성을 위해서는 많은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쥐처럼 작은 동물들은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 생성에 불리해 열을 더 빨리 잃는 것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안데스 산맥에서 발견된 쥐들이 이같은 정설을 깨부순 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잎귀쥐들은 포유류를 넘어 지금까지 발견된 척추동물 중 가장 높은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조류들이 6700m보다 높게 날아오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 높이에서 거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장 높은 고도에서 서식한 포유류는 100여년 전 에베레스트 산 6200m 높이에서 발견된 '우는토끼(새앙토끼)'라는 토끼목 포유류였다.
쥐와 같은 설치류들이 고지대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0여년 전 안데스 산맥 정상에서 잉카 유적을 연구하던 고고학자들이 추위로 인해 자연 미라가 된 쥐들을 발견했던 것. 하지만 그 쥐들은 현지 서식종이 아니라 잉카인 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고지대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잎귀쥐들은 고지대에 완전히 정착해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발견된 쥐 미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암컷과 수컷의 수가 같았고, 일부 봉우리에서는 부부나 가족으로 추정되는 두 쌍의 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분석 결과 6000m 이상에서 서식한 쥐와 더 낮은 곳에서 사는 쥐들의 DNA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쥐들이 실제로 각기 다른 높이의 고지대에서 번식·거주했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알려줬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연구팀은 잎귀쥐가 원래 고지대에서 서식, 진화하면서 점차 낮은 곳으로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쥐들이 이렇게 춥고 산소도 희박한 곳에서 어떻게 체온을 유지하는지 등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로키산맥의 4350m 고지대에서 사는 사슴쥐의 경우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쥐들과 다른 유전적 변화를 보이는데, 이번에 발견된 잎귀쥐들은 이같은 유전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안데스 산맥 꼭대기처럼 척박한 곳에서는 먹이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연구팀은 발견된 쥐들의 위장 내부 DNA를 예비 분석한 결과 이끼가 이 쥐들의 주식이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된 쥐들의 생태를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연구팀은 "안데스 산맥 꼭대기의 극도로 추운 밤과 낮은 산소 농도는 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번 연구는 동물, 특히 포유류의 환경적 한계에 대한 우리의 상식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그간 포유류의 극한 환경 적응력과 생존력을 과소평가해왔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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