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버스서 현금 슬쩍…1200만원 훔친 그놈 어떻게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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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나흘 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해안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그 사이 봉투 안에 넣어둔 중국 돈 1000위안(약 18만원)과 한화 약 40만원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오전 11시쯤 불상의 한 남성이 충남 보령의 대천휴게소에 세워진 버스 안에 들어오더니 이곳 저곳을 살피고 현금을 빼가는 것이었다.
또 장거리 운행 버스는 대전이나 공주, 보령 등 중부 지역 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운전자와 승객들이 약 20분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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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제 돈 58만원이 사라졌어요. 도와주세요."
지난 8월26일 광주광역시의 한 지구대에 112신고 접수됐다. 나흘 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해안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그 사이 봉투 안에 넣어둔 중국 돈 1000위안(약 18만원)과 한화 약 40만원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형사는 피해자 진술을 바탕으로 고속버스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그 때, 어딘가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오전 11시쯤 불상의 한 남성이 충남 보령의 대천휴게소에 세워진 버스 안에 들어오더니 이곳 저곳을 살피고 현금을 빼가는 것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관할 경찰서인 충남 보령경찰서 수사과 김정훈 경위에게 넘겨졌다.
김 경위는 블랙박스 영상, 휴게소 CCTV(폐쇄회로TV) 등을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했다. 그는 조사를 하던 중 과거 보령경찰서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몇 번 체포가 됐던 피의자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2018년 똑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가 구속이 돼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지난해 출소한 상황이었다.
김 경위는 빠르게 당시 피의자의 모습과 블랙박스 영상 속 남성의 모습을 비교했다. 청바지에 크로스백, 감색 반소매 티셔츠에 흰색 줄무늬 두 개가 있는 모자까지. 똑같은 옷차림이었다. 그는 "그 순간 '이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얼른 신원 조회를 하고 검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휴대폰은 꺼져 있어 위치 추적이 안됐고 거주지도 따로 없어 동선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대신 김 경위는 이 남성이 보령경찰서 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전부터 같은 범행을 계속해서 반복했다는 건 피의자가 범행 장소에 또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그 다음부터는 점심 시간마다 휴게소에 찾아가서 잠복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오전 11시쯤 대천휴게소에서 어김없이 잠복을 하던 김 경위는 멀리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블랙박스 영상 속 옷차림의 남성이었다. 피의자는 주차장에 세워진 고속버스 안에 들어가 한참을 서성였다. 김 경위는 "버스 옆에서 몰래 따라 붙어서 피의자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현행범 체포를 했다"며 "그 때는 '빨리 잡았다' '다행이다'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50대 남성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현재는 1심 재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무직 상태였으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같은 범죄를 총 8차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피해 금액만 약 12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피의자는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해외로 떠나면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여행객들은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또 장거리 운행 버스는 대전이나 공주, 보령 등 중부 지역 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운전자와 승객들이 약 20분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 경위는 "휴게소를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은 사실상 흔치 않다"며 "수사 당시엔 추석 명절 전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 빨리 검거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13년 차인 김 경위는 수사 분야에서만 9년째 일했다. 그는 "수사팀은 개인보다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받는 점이 매력적"이며 "땀 흘리고 고생하지만 그만큼 팀원들과 함께 해서 보람차고 재밌다.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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