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버스서 현금 슬쩍…1200만원 훔친 그놈 어떻게 잡았나

김지은 기자 2023. 10.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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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나흘 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해안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그 사이 봉투 안에 넣어둔 중국 돈 1000위안(약 18만원)과 한화 약 40만원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오전 11시쯤 불상의 한 남성이 충남 보령의 대천휴게소에 세워진 버스 안에 들어오더니 이곳 저곳을 살피고 현금을 빼가는 것이었다.

또 장거리 운행 버스는 대전이나 공주, 보령 등 중부 지역 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운전자와 승객들이 약 20분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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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충남 보령경찰서 수사과 김정훈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8월22일 충남 보령 대천휴게소에 세워진 고속버스 안에 50대 피의자 A씨가 몰래 들어와 현금을 훔치는 모습. /사진=독자제공

"제 돈 58만원이 사라졌어요. 도와주세요."

지난 8월26일 광주광역시의 한 지구대에 112신고 접수됐다. 나흘 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해안 고속버스를 이용했는데 그 사이 봉투 안에 넣어둔 중국 돈 1000위안(약 18만원)과 한화 약 40만원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형사는 피해자 진술을 바탕으로 고속버스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그 때, 어딘가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오전 11시쯤 불상의 한 남성이 충남 보령의 대천휴게소에 세워진 버스 안에 들어오더니 이곳 저곳을 살피고 현금을 빼가는 것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관할 경찰서인 충남 보령경찰서 수사과 김정훈 경위에게 넘겨졌다.

지난 8월22일 충남 보령 대천휴게소에 세워진 고속버스 안에 50대 피의자 A씨가 몰래 들어와 현금을 훔치는 모습. /영상=독자제공


김 경위는 블랙박스 영상, 휴게소 CCTV(폐쇄회로TV) 등을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했다. 그는 조사를 하던 중 과거 보령경찰서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몇 번 체포가 됐던 피의자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2018년 똑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가 구속이 돼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지난해 출소한 상황이었다.

김 경위는 빠르게 당시 피의자의 모습과 블랙박스 영상 속 남성의 모습을 비교했다. 청바지에 크로스백, 감색 반소매 티셔츠에 흰색 줄무늬 두 개가 있는 모자까지. 똑같은 옷차림이었다. 그는 "그 순간 '이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얼른 신원 조회를 하고 검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인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휴대폰은 꺼져 있어 위치 추적이 안됐고 거주지도 따로 없어 동선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대신 김 경위는 이 남성이 보령경찰서 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서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전부터 같은 범행을 계속해서 반복했다는 건 피의자가 범행 장소에 또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그 다음부터는 점심 시간마다 휴게소에 찾아가서 잠복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오전 11시쯤 대천휴게소에서 어김없이 잠복을 하던 김 경위는 멀리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바로 블랙박스 영상 속 옷차림의 남성이었다. 피의자는 주차장에 세워진 고속버스 안에 들어가 한참을 서성였다. 김 경위는 "버스 옆에서 몰래 따라 붙어서 피의자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현행범 체포를 했다"며 "그 때는 '빨리 잡았다' '다행이다'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경찰서 수사과 김정훈 경위. /사진=본인제공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50대 남성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절도)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현재는 1심 재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무직 상태였으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같은 범죄를 총 8차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피해 금액만 약 12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피의자는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해외로 떠나면 바로 신고하지 못하고 여행객들은 다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또 장거리 운행 버스는 대전이나 공주, 보령 등 중부 지역 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운전자와 승객들이 약 20분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 경위는 "휴게소를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은 사실상 흔치 않다"며 "수사 당시엔 추석 명절 전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 빨리 검거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13년 차인 김 경위는 수사 분야에서만 9년째 일했다. 그는 "수사팀은 개인보다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받는 점이 매력적"이며 "땀 흘리고 고생하지만 그만큼 팀원들과 함께 해서 보람차고 재밌다.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경찰서 수사과 김정훈 경위. /사진=본인제공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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