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떠밀려온 공항…이제 모르는 명품이 없어요"[금준혁의 온에어]

금준혁 기자 2023. 10. 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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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특송업체 DHL코리아 공항업무팀 김태환 파트장
화물터미널서 24년간 검사업무…"우리가 걸러내야 짝퉁도 DHL 피해"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김태환 공항업무팀 파트장(DHL코리아 제공)

(인천공항=뉴스1) 금준혁 기자 = "자기도 모르는 명품 메이커를 다 알고 있다고 아내가 놀라죠. 모르는 게 있으면 세관과 공부하고 노하우를 직원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김태환 DHL코리아 공항업무팀 파트장은 DHL코리아에서만 24년째 공항물류를 맡고 있다. 그중에서도 검사업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교육업무도 담당하는 검사 전문가다.

◇"아태 최대 규모의 게이트웨이…전 세계 물류 이곳으로"

DHL코리아는 독일에서 1969년 설립된 세계적인 물류기업 DHL의 한국 법인이다. DHL은 항공기를 통해 전세계에 특송화물을 배달한다. 최근 DHL코리아는 인천공항 게이트웨이(화물 터미널)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확장했다.

매일 새벽 인천공항에는 아시아 물류허브인 홍콩공항에서 화물기를 통해 받은 수입물량이 들어온다. 전 세계 택배 물량이 세 곳의 허브에 모이고 허브에서 게이트웨이를 거쳐 다른 국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허브의 하위개념인 게이트웨이지만 규모가 큰 만큼 허브의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

김 파트장은 "실무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인천공항은 전략적으로 위치가 좋고 동북아시아 환적 물량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게다가 한국은 전 세계 6위의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대국이기도 하다"며 게이트웨이의 가치를 설명했다.

항공사도 에어카고(항공화물) 서비스를 한다. 항공사와 화주를 연결하고 각종 절차를 대행하는 포워딩 업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과 큰 차이를 못 느낄지도 모른다.

김 파트장은 '도어 투 도어' 서비스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고객이 집에서 택배를 맡기고 택배가 항공을 거쳐 다시 육로로 고객 집 앞까지 가는 과정을 모두 DHL이 담당한다는 의미다. 중간 과정이 생략돼기에 특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DHL익스프레스에는 7대의 전용 화물기가 있지만 항공사와 계약한 40대의 화물기도 이용한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카고를 이용해 화물을 받아서 처리하기도 한다. 하루에 인천공항에서 처리하는 화물 물량은 평균적으로 100톤에 달한다.

김태환 공항업무팀 파트장(DHL코리아 제공)

◇두시간 반이면 화물분류 끝…"특송은 시간과의 싸움"

특송은 오전 7시면 분류를 시작해 오전 9시반이면 배송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검사시간이 줄어들수록 시간당 소화할 수 있는 물류의 양은 늘어난다.

24시간 돌아가는 화물 터미널의 하루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수입물량을 소화하는 아침 근무, 수출물량을 소화하는 오후 근무 그리고 데이터클렌징을 하는 심야 근무다.

데이터클렌징은 사전 선별작업으로 화물의 데이터를 미리 받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화물을 걸러내는 것이다. 데이터클렌징으로 먼저 우범화물(범죄와 연관될 수 있는 화물)을 걸러내고 터미널에 도착했을때 엑스레이로 두번째, 일부 의심화물을 뽑아 사람이 직접 검사하는 세번째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터미널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물론 우범화물이라고 해서 모두 마약같은 밀수품은 아니다. 해외 직구(직접구매)시 150달러까지는 관세가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러 가격을 낮춰 신고한 물품도 우범화물로 분류된다.

이에 김 파트장은 생소한 패션 브랜드를 줄줄이 꿰고 있다. 제품의 평균적인 가격대를 알아야 데이터클렌징 단계부터 허위 신고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물류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중국 직구업체를 통해 오는 이른바 짝퉁(모조품)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김 파트장은 "우리가 계속해서 적발해야 짝퉁을 파는 업체가 DHL을 피하게 된다"며 "세관에서도 DHL의 선별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검사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태환 공항업무팀 파트장(DHL코리아 제공)

◇DHL의 변화 함께한 미술학도 "항상 도전하고파"

화물 터미널의 규모는 축구장 3개를 이어붙인 약 6만㎡(1만8000평) 수준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인력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화물을 사람이 분류했지만 이제는 자동화돼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내부에는 정글짐처럼 다양한 컨베이어 벨트 라인이 있지만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엑스레이를 거쳐 통관을 완료한 화물은 길을 따라 계속 분류되고 트럭으로 옮겨진다. 컨베이어 벨트는 높낮이가 다른데 대체로 분류가 될때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 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갈 수 있는 곳 중에는 파손된 화물이 가는 병원도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 같은 업계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김 파트장이지만 그는 사실 물류와 거리가 먼 미술학도였다. 김 파트장은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생계가 다급해졌고 DHL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들어왔다"면서도 "제일 먼저 했던 것이 검사업무인데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파트장은 여전히 도전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는 "원래 직무를 탄력적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저는 특이한 경우"라며 "은퇴 전에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고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공항업무팀 파트장(DHL코리아 제공)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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