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대 '가성비 경차’…넉넉한 출력·실용성이 장점 [시승기 - 레이EV]

2023. 10. 2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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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한 실내공간·효율성 갖춘 파워트레인
답답함 없는 가속 ‘만족’…전비 7.2㎞/㎾h
보조금 받으면 ‘2000만원 초반’ 부담 낮춰
기아 레이EV 외관. [김성우 기자]
레이EV 외관.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x)’. 우리말로 ‘야구통계학’은 현대 야구판을 상징하는 용어다. 딱 한 가지 장점만 가진 ‘원툴 플레이어’라도 팀 승리에 기여만 할 수 있다면 현대 야구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선수의 모든 기록과 통계가 ‘승패’와 연관된다. 타율은 낮지만 볼넷을 잘 골라내는 리드오프, 여러 수비 포지션을 도맡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까지. 이전에는 주전이 될 수 없던 선수들도 최근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최근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라인업’에서 장단점이 뚜렷한 ‘세이버메트릭스형’ 모델이 등장하는 추세다. 치솟는 물가와 치열해진 경쟁에 놓인 완성차 브랜드가 특정한 장점을 갖춘 모델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틈새시장’을 위한 전략이다.

기아의 경형 전기차 ‘레이EV’는 제조업체의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차량이다. 가성비와 실용성에 치중했다. 중국 CATL이 공급한 LFP(인산철) 배터리를 넣으면서 몸값은 2000만원대로 낮췄다. 주행가능 거리는 205㎞(복합연비 기준)다. 장거리에는 무리가 있지만 ‘장보기’, ‘출퇴근’ 용도로는 충분하다. 기존 차체를 활용하면서 공간도 넓다.

레이EV 실내공간. [기아 제공]
기아 레이EV 테일게이트로 들여다본 적재공간. [김성우 기자]

최근 레이EV를 타고 서울 양재동에서 충청도 충주시까지 왕복 230㎞를 주행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살펴봤다.

첫인상은 기아의 ‘내연기관 레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꼽자면 내연기관에서 가로형이었던 전면부 그릴이 매끈해지고, 그릴 가운데 충전구를 마련했다. 박스카 디자인의 형상이 귀엽다.

실내에 들어서면 전기차의 특성이 느껴진다. 먼저 인터페이스에 변화를 주면서 계기반을 10.25인치의 컬러 LCD로 구성해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였다. 기어 노브를 스티어링휠 뒤로 배치하면서 수납공간도 늘었다. 집 열쇠나 카드, 휴대전화를 넣기 충분하다.

공간 활용도 역시 우수하다. 전장 3595㎜, 전폭 1595㎜, 전고 1710㎜ 등 위아래로 넉넉하다. 심지어 전고는 싼타페(1730㎜)나 쏘렌토(1700㎜) 등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수준이다. 실용적인 14인치 휠이 기본이다. 기존 레이의 장점이었던 천장 수납공간과 광활한 레그룸도 마찬가지다. 슬라이딩 방식의 뒷문으로 짐을 싣고 내리기도 쉽다.

기아 레이EV 수납공간. [김성우 기자]
기아 레이EV 엔진룸. [김성우 기자]

레이EV에 탑재된 35.2㎾h의 인산철 배터리는 주행 성능을 다방면으로 개선했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와인딩 구간의 쏠림 현상 개선이다. 배터리로 차량 무게(공차 기준)가 250㎏ 늘어난 1295㎏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 더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경차 특유의 ‘답답함’도 사라졌다. 레이EV의 최고출력은 87마력, 최대토크는 15㎏.m이다. 객관적인 지표상으론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80㎞/h 내 가속 구간에서 아쉬움이 없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나오는 전기차 특유의 속도감이 경쾌하게 느껴진다.

전비도 우수한 편이다. 충주까지 가는 길에는 국도를,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평균 7.2㎞/㎾h의 전비가 나왔다. 공인전비인 5.1㎞/㎾h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주행거리는 아쉽다. 양재에서 충주까지 국도로 약 150㎞를 주행하자 연료 게이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레이EV는 배터리가 25% 남았을 때 경고등이 뜬다. 장거리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기아 레이EV 센터디스플레이에 경고등이 뜬 모습. [김성우 기자]
레이EV를 충전하고 있다. [김성우 기자]

편의 기능도 아쉽다.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이 탑재되지 않았고, 4단계로 조절 가능한 회생제동 기능은 다른 전동화 차량보다 투박하다. 차량에 탑재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답답할 정도로 작게 느껴졌다. 레이EV를 선택하는 운전자의 연령과 성별 등 소비자 취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사항을 기대한다.

도심형 전기차로 제작된 레이EV는 실용성 측면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다. 충전시설이 많은 도시, ‘집밥’을 먹일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하다. 플래그십 전기차처럼 긴 주행거리와 다양한 편의 기능은 없지만, 넉넉한 적재공간과 가성비는 다른 모델을 압도한다. 가격은 승용 기준 2775만원(라이트 기준)부터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조금을 적용받으면 2000만원대 초반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가성비 좋은 첫차를 고민하는 도시의 20~30대 젊은 세대나, 세컨카로 추천한다.

기아 레이EV [김성우 기자]
기아 레이EV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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