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와인] ‘천재가 남긴 숨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스트레다

유진우 기자 2023. 10. 2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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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갔지만, 와인은 남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했던 사람을 꼽으라면 여러 이름이 후보로 오르내릴 수 있다. 그러나 그 후보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뛰어난 예술가였을 뿐 아니라 위대한 과학자이자 수학자, 건축가, 엔지니어, 사상가였다. 기록이 말해준다. 다 빈치는 자동차나 비행기, 헬리콥터, 대포, 전차 같은 첨단 장비들에 대한 기본 개념을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고안했다.

그가 남긴 족적은 요리와 와인에도 또렷하 남아있다. 다 빈치는 젊은 시절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삼지창을 닮은 포크를 처음 상에 올렸다고 알려졌다. 자신이 발명한 스크류를 사용해 지금도 쓰이는 와인 따개 초안을 만들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암브로시아나 도서관에 남아있는 다 빈치 친필 메모 ‘코덱스 아틀란티쿠스’를 보면 와인과 양조학에 관한 심도 깊은 내용이 담겼다.

이 문서에는 남긴 포도 묘목 잘 키우는 법, 와인 제조법, 와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와인을 마시는 법에 관한 기록이 적혀있다.

그는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 인근 빈치(Vinci) 마을에서 태어났다. 다 빈치(da vinci)라는 이름이 ‘빈치에서 태어난’이라는 뜻이다. 피렌체에서 서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빈치 마을은 겨울에 온화하고 여름에 덥고 건조해 와인 양조용 포도를 키우기 좋은 기후다.

빈치라는 이름이 포도나무 줄기를 지지대에 고정하기 위해 사용한 빈코(Vinco)라는 식물 이름에서 유래했다.

역사서에 따르면 다빈치 아버지는 이 지역에 20헥타르(약 6만평) 정도 포도밭을 소유했다. 다빈치 본인 역시 어릴 때부터 아버지 밭을 뛰놀며 자연스럽게 포도주와 친해졌다. 그는 여기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포도원 건물을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빈치에선 1961년부터 30개의 양조장이 뭉쳐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설립해 다 빈치가 남겨놓은 양조 기법을 따르는 와인을 만든다.

그래픽=손민균

다 빈치는 1498년 밀라노 공작으로부터 포도밭을 받아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따로 고품질 와인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다. 그저 포도를 수확해 오래 전 방식대로 와인을 빚고 마셨을 뿐 품질 개선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와인의 고급화에 집중했다. 그는 ‘포도 숙성에 따른 와인 생산의 차이’를 연구한 결과 포도의 당도가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때 수확해야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당도계를 개발했다.

1515년 피에솔레에서 직접 와인을 만드는 본인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포도 재배법과 와인 양조 방식에 관한 문제점을 알려주고 개선하길 원하는 문장이 나온다.

이때 다 빈치가 언급한 방식은 당시에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연구가들이 하나씩 밝혀지게 된다.

이 연구에 따르면 500년 전 레오나르도가 원했던 방식은 현재 프리미엄 와인을 만드는 방식과 거의 동일했다. 다 빈치 방식이 인정받고 널리 알려졌다면 세계 와인 양조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와인 전문가들이 다 빈치 연구가들과 함께 레오나르도 와인 양조학을 연구한 결과물 그대로 따라 만든 와인이다. 현대 와인 양조, 건강한 포도밭 관리, 효율적인 포도 재배 세 가지를 결합해 ‘레오나르도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만든다.

빌라 다 빈치 스트레다는 이 방식을 따라 오로지 빈치 마을에서 자란 화이트 와인 품종 포도 베르멘티노로만 만드는 와인이다. ‘스트레다’는 이 마을에 흐르는 개울을 말한다. 와인 겉표면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걸작 수태고지에서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건네는 꽃을 그려넣었다. 그 꽃처럼 이 와인은 달콤하고 상큼한 꽃 향이 주를 이룬다.

이 와인은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 구대륙 화이트 와인 부문 6만~10만원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입사는 나라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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