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원킬' 손흥민, 8호골 폭발→토트넘 2-0 승리...PL 최다골 24위 등극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손흥민은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
토트넘은 28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10라운드에서 2-1으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개막 10경기 무패를 달린 토트넘은 승점 26점이 되면서 2위권과의 격차를 승점 5점 차이로 벌렸다.
토트넘의 경기 명단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먼저 공격진은 그대로였다. 최전방에 손흥민이 위치하고 2선에 히샬리송, 제임스 메디슨, 데얀 쿨루셉스키가 자리했다. 중원에 퇴장 징계로 빠져있던 이브 비수마가 복귀했다. 파페 마타 사르도 그대로 출전했다.
수비진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풀럼전에서 부상을 당했던 데스티니 우도지가 끝내 출전이 불발됐다. 우도지 자리에는 벤 데이비스가 나왔다. 미키 판 더 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는 또 한번 선발로 낙점됐다. 골문은 역시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맡았다.
벤치에도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바로 십자인대 파열 부상에서 돌아온 로드리고 벤탄쿠르였다. 벤탄쿠르는 2021-22시즌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돼 토트넘의 상승세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 쿨루셉스키와 함께 엄청난 공헌도를 보여주면서 토트넘의 4위 등극을 이끈 주역이었다.
2022-23시즌에도 벤탄쿠르는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와 함께 토트넘 중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무릎이 꺾이면서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약 9개월 정도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벤탄쿠르는 정말로 9개월 정도의 재활을 거친 뒤에 경기 명단에 포함됐다. 파페 사르와 비수마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베테랑이기에 토트넘의 상승세에 또 하나의 동력이 추가됐다.
한편 이번 경기부터 토트넘 선수들은 특별한 유니폼을 착용했다. 토트넘은 2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1군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의 공헌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클럽 역사학자들의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현재 879개의 레거시 등번호가 부여됐다. 레거시 번호는 1894년 10월 FA컵 경기부터 지금까지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는 토트넘의 역사에서 그들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레거시 번호 프로젝트를 진행한 토트넘은 1882년에 창단한 구단의 역사에 따라서 1군 경기를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고유의 등번호를 부여했다. 레거시 번호는 현재 선수단 등번호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손흥민은 등번호 7번이고, 레거시 번호는 805번인 것이다. 구단은 앞으로도 레거시 번호 프로젝트를 계속할 계획 속에 팰리스전부터 선수들의 유니폼에 고유의 번호를 추가해줄 예정이다. 레거시 번호는 유니폼 뒷면에 박힌다. 등번호와 이름 윗부분에 위치한다.
토트넘 구단은 레전드에 해당하는 특정 인물들에게만 소개 멘트를 작성했고, 당연히 손흥민도 포함됐다. 손흥민을 대해서는 "세계 축구계 스타로 그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손흥민은 토트넘의 전설이 됐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수출품인 손흥민은 지금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하면서 축구계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현재 주장인 그는 자신의 토트넘 역사에 더 많은 챕터를 써 내려가고 있다"라며 전설다운 극찬을 남겼다.
경기 초반에는 토트넘 선수들의 성실함과 다르게 초반 기회는 팰리스가 만들었다. 전반 6분 팰리스가 역습에 나섰다. 판 더 펜이 휴즈를 견제해 지연시켰지만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아예우가 공을 이어받아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지만 비카리오 정면으로 향했다. 비카리오의 선방쇼가 이어졌다.
전반 7분 이번에는 팰리스가 세트피스 공격을 시도했다. 슐럽의 불안정한 터치가 운이 좋게 에두아르에게 전달됐다. 에두아르가 결을 살려 기습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비카리오가 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토트넘이 위기를 넘겼다.
토트넘이 조금씩 올라서기 시작했다. 전반 9분에 처음으로 공격작업이 잘 만들어졌다. 히샬리송이 좌측으로 침투하는 메디슨을 잘 이용했다. 메디슨이 공을 이어받아 중앙으로 연결해줬지만 손흥민과 데이비스에게 연결되지 못했다.
토트넘이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반 14분 손흥민에게 전달되면서 시작된 공격을 메디슨이 잡았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비수마가 나섰지만 슈팅은 매우 부정확했다. 토트넘이 공세를 펼쳤다. 전반 17분 히샬리송이 머리로 잘 넘겨준 뒤에 메디슨이 슈팅까지 이어갔지만 슈팅이 하늘로 향했다.
좌측에서 메디슨과 히샬리송의 호흡이 잘 이뤄졌다. 전반 19분에는 히샬리송과 메디슨이 좋은 원투패스를 주고받았다. 히샬리송이 중앙으로 이동해 과감하게 골문을 조준했지만 옆으로 향했다.
팰리스가 계속해서 거친 플레이를 보여줬다. 경기 초반 휴즈가 판 더 펜의 아킬레스건을 밟아버리는 플레이가 나왔지만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 전반 31분에는 로메로가 에두아르한테 거칠게 밀려서 얼굴에 고통을 호소했다. 에두아르는 1분 뒤에 판 더 펜의 무릎을 가격하면서 또 반칙을 범했지만 경고는 계속해서 나오지 않았다.
판 더 펜은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에 투입됐다. 다시 나오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뛰어난 커버를 보여주면서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토트넘이 공격에서의 기어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전반 38분 포로가 손흥민을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줬다. 손흥민이 잘 버텨준 뒤에 메디슨에게 공을 넘겼다. 좋은 기회였지만 레르마가 먼저 처리했다.
팰리스가 전반 막판 코너킥으로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워드의 슈팅, 안데르센의 헤더까지 나왔지만 골로 연결되기엔 아쉬움이 따랐다. 토트넘은 남은 시간 동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그대로 전반이 종료됐다.
손흥민에게 기회는 1번이면 족했다.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좌우 측면을 오가면서 움직임을 가져갔다. 하지만 팰리스의 늪축구에 토트넘은 고전했고, 최전방에 있는 손흥민이 많은 걸 해낼 수가 없었다. 손흥민이 슈팅 기회를 잡기조차 어려운 환경이었다.
다행히 토트넘은 메디슨의 활약 속에 조엘 워드의 자책골이 터지면서 앞서갔다. 안정적인 리드를 위해선 1골이 더 필요했던 순간, 손흥민이 등장했다. 후반 23분 막 교체로 들어온 브레넌 존슨이 머리로 메디슨에게 패스를 연결해준 뒤 다시 침투했다. 존슨이 메디슨의 절묘한 패스를 이어받아 손흥민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손흥민은 가볍게 골망을 갈랐다.
이번 경기 손흥민의 첫 슈팅이자 토트넘의 첫 유효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장면이었다. 경기 내내 큰 활약상이 없었다고 해도, 손흥민의 골 결정력은 역시 최고였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손흥민에게 평점 7.3점을 부여했다. 2골에 모두 관여한 메디슨이 7.5점으로 가장 높았고, 손흥민은 파페 사르와 함께 두 번째로 평점이 높았다.
어느덧 손흥민은 10경기에서 무려 8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동료들이 손흥민이 만들어준 기회를 조금만 더 잘 살렸어도 경기당 공격 포인트 1개는 충분히 넘었을 것이다.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PL에서만 111번째 득점을 터트렸다. 이로서 손흥민은 PL 역사상 최다골 TOP 25위에 진입했다. 디온 더블린과 사디오 마네와 동률을 이루면서 리그 역사상 최다골 공동 24위에 자리했다. 아스널 레전드이자 역대 최다골 23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안 라이트의 113골 기록도 금세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은 팬들을 향해 약속했다. "지난 시즌에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이번 시즌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손흥민을 보여주고 싶다. 나 자신을 증명하고, 내가 속한 구단에 돌려주고 싶다. PL에서 뛰는 건 내게 꿈이고, 이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며 손흥민다운 활약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사타구니 부상을 당한 와중에도 손흥민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출전을 강행했다. 뛰지 않고 쉬어도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겠지만 손흥민의 절실함은 경기장에 나타났다. 주장 손흥민의 모범 속에 토트넘 선수들을 하나로 잘 뭉쳤고, 그 결과가 시즌 초반에 정말로 잘 나타나고 있다.
PL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답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임하는 중이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 그는 "PL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았다. (기)성용이 형이 예전에 한국의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었냐. 지금은 돈은 중요하지 않고, 축구의 자부심과 제가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팀에서 그리고 PL에서 더 뛰고 싶다. 돌아가서 잘 준비하겠다"고 답한 적이 있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