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1000명 늘려도…2030년 의사 ‘연봉 4억’ 받는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10. 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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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의료비 年 7% 증가
의사 3058명씩 배출돼도 부족
덕분에 의사 평균연봉 2억원대
의대정원 늘려도 부족 현상 지속
고령화로 건보 지출액 더 높아져
2030년 의사 평균연봉 4억 될듯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의대진학반 관련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지난 20일 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 숫자는 없지만 의료계와 합의해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게 정부 방침입니다. 일각에선 1000명이 거론됩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입니다. 2006년부터 17년간 3058명이 유지됐어습니다. 1000명이 만일 늘어난다면 4058명이 됩니다.

2020년 기준 의사 평균연봉은 2.3억원(보건복지부 자료)입니다. 만일 정원 1000명이 늘어나면 의사 고연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서 ‘의대 열풍’도 잠재워질 수 있을까요? 통계로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의사연봉 2.3억 비결은? 건보 지출액 2배 증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2020년 간, 의사수는 연평균 3.1% 증가한 반면 의사 평균연봉은 연평균 5.2%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덕분에 지난 2020년 기준 의사수는 11만5185명, 평균연봉은 무려 2.3억원에 달했죠.

올해 의사 평균연봉은 연평균 5% 상승을 적용할시 무려 2.7억원이 됩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 상무급 연봉에 달하죠.

의사연봉이 지난 10년 간 엄청나게 증가한 이유는, 국민이 쓰는 의료비가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건강보험 지출액은 2011~2020년간 연평균 무려 7.7%가 증가했습니다. 건보 지출액은 2011년 37조원서 2020년 73조원으로 2배나 증가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건강보험의 15%가 의사 인건비라고 하죠. 거기에 더해 실손보험(매년 약 비급여로 7조원 지출), 국민 본인부담금몫도 의사 수입원일 겁니다.

한마디로 의사수 연평균 상승(3.1)에 비해서, 국민 의료비 지출액(연평균 7.7%)이 훨씬 빨리 늘어나다보니, 의사 수입 역시 지난 10년 간 연평균 5.2%나 늘어난 겁니다.

이번에 정부는 의사정원 1000명을 증원했는데요.

2025년 신입생부터 반영되고 6년의 의대연수 과정을 거치게 되니깐 일러야 2031년부터 1000명 증원분이 반영됩니다. 이마저도 대다수 의대 재학 남학생이 군의관으로 가는 것을 감안하면 2034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원 증원분이 반영되겠네요.

만일 낙관적으로 2031년부터 ‘1000명 정원증원분’을 반영해도 2023~2040년까지 의사수 연평균 증가율은 2.4%에 불과합니다. 만약 정원 증원을 안했으면 연평균 증가율은 2.1%로 떨어지죠. 지난 2011~2020년 간의 의사수 증가율(3.1%)보다도 낮습니다. 1000명을 증원한다고 하더라도 의사 고수입엔 별다른 영향이 없을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대로 가면 2031년 의사 평균연봉 4억 된다
향후 17년 의사수 연평균 증가분(2.4%)에 비해서 향후 17년간 건강보험 지출액 증가분은 얼마나 될까요? 최신 연구는 17년치는 없고 2032년까지 10년치만 있는 상황인데요
건강보험 재정수지 전망. [자료 출처=국회 예산정책처]
국회예산정책에 따르면, 건강보험 지출액은 2023년 92조원서 2032년 195조원까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지출액 증가율은 무려 8.7%에 달합니다. 지난 2010년대 증가율(7.7%)을 상회하죠.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급증이 예고돼 있는 겁니다.

의대정원을 아무리 늘렸어도 연평균 2.4%만 증가하고, 의사의 수입원인 건강보험 지출액은 연평균 8.7%가 증가합니다. 여전히 의사 수입이 연평균 5%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가 가능한 상황이죠.

만일 지금처럼 연평균 5.5%씩 의사연봉이 증가한다면? 2031년이 되면 의사 평균연봉은 4억원까지 치솟게 됩니다. 현재 주요 대기업 상무 연봉을 받는 의사가 앞으론 대기업 전무 연봉까지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의대 정원증원을 지금의 정원(3058명) 대비 대폭 올려서 근 1만명까지 증가시키지 않는한, 의사수입 증가는 앞으로 10~20년 간 여전히 계속될 전망입니다. (더군다나 은퇴하는 의사도 있어서 실제 활동의사수 증가는 예상보다 더딜 수 있는 사황이죠)

그렇다고 의사수를 연 1만명까지 늘리기도 애매합니다. 향후 연간 20만명이 출생하는 저출생 상황서 의사만 1만명을 배출한다는 것은 5%를 의사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인데요. 다른 분야 인력수급까지 생각해보면 비현실적이죠.

“노인분들 내원 자제하세요” 리더십 필요
합리적인 해법은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 전체를 줄이는 겁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올해 25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5년 후인 2028년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2032년엔 61조원이라는 막대한 적자로 전환됩니다. 건강보험료율을 법정 상한선인 8%까지 올렸다고 가정해도 재정펑크는 이미 예고돼 있습니다. 의료비 지출의 약 40%가 65세 이상 노인 몫입니다. 고령화 시대 때 이미 건강보험 재앙은 예고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건강보험료율을 대폭 올리는데는 가계 및 기업부담이 커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더 논의해야할 것은, 의대정원 증가와 더불어서 우리사회 의료비 지출을 어느정도 선에서 제어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입니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역 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에 입장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기다리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건강보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을 의사수 증가분(2.4%)만큼 낮춰야 합니다. 감기 등 경증질환 본인부담율을 대폭 올리고, 실손보험 체계도 사실상 더 관리해야 합니다. 선진국처럼 정말 중증 아니면 병원 못가는 시대로 만들어야, 그나마 건강보험도 지속가능해지고 의사의 고연봉으로 인한 인재쏠림 현상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격입니다. 그동안 편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했던 국민들에게 “앞으로는 정말 중증 아니면 병원가지 마세요”라고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그리고 이들 눈치를 보는 관료 입장선 최대한 자기 임기 때엔 말하고 싶지 않은 주제이죠. 앞으로 10년은 상관 없습니다. 다만 누적적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203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될 겁니다.

참고로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0만원에 육박합니다. 앞으로 이 부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게끔 관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진료비 지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고령층에게 더더욱 지금처럼 병의원을 가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상을 말하고 “더이상 의료쇼핑을 그만둬주세요”라고 말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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