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수출한다는 와인…스위스 발레를 꼭 가야하는 이유
와인·치즈 먹고 포도밭 걷기만 해도 힐링
(발레=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스위스 꼭 맛봐야 하는 것이 있다면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세계적 와인 산지이자 국경을 맞닿고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못지 않은 맛과 종류의 와인을 자랑하는 곳이 스위스다.
다만 생산량 자체가 워낙 적은데다 거의 전량이 내수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스위스 와인을 맛보려면 스위스를 가야한다. 단 1.5% 정도만이 수출된다
스위스 면적은 한국의 40%밖에 되지 않은 작은 나라지만 다양하고 색다른 토양이 있다. 250여 종의 포도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흔히 재배되는 레드 품종은 피노 누아(27%), 가메이(8%), 메를로(8%)이고, 화이트 품종은 샤슬라(25%), 뮐러-투르가우(3%), 실바네르(2%)다.
스위스 와인은 그럼 어디서 먹어야 할까. 와인의 3분의 1정도가 스위스 남부 발레주(州) 포도밭에서 생산된다. 포도밭은 론느(Rhône) 강을 따라 해발고도 270m에서 1100m 사이에 자리해 100km가량 뻗어나 있다.
다시 말해 스위스 와인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도밭 다수가 론느강 상류지역을 따라 형성된 언덕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약 600곳의 생산지 가 발레에 있다.
매년 발레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양은 750㎖ 기준 5600만병이다.
여기에 더해 발레는 와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치즈'로도 이름난 곳이다. 치즈를 녹여 감자, 피클과 함께 먹는 '라클렛'의 발생지다.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4세기 발레에서 추운 날 치즈를 장작불에 데워서 먹었는데 그 방식이 지금의 '라클렛'의 탄생 배경이다.
◇ 와인, 라클렛 원없이 맛보기…시에르 '샤토 드 빌라' 발레 와인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시에르'다. 와인 박물관, 누구나 걷기 쉬운 포도밭 트레일(트레킹 코스), 다양한 와인 셀러, 와인 테마의 성(城)도 있다.
시에르에서 '짧고 굵게' 발레주 와인과 라클렛을 섭렵하고 싶다면 '샤토 드 빌라'(valais château de villa)를 가면 된다.
언덕 위, 포도밭을 배경으로 16세기에 지어진 성이자 저택으로 와인 시음과 구매를 할 수 있는 '와인 도서관'과 발레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갖춘 곳이다.
성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풍스러운 건물과 주변을 둘러싸는 울타리를 덮은 포도 나무 덩쿨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와인 도서관'은 지하에 있는 데 마치 '비밀 공간'처럼 만들어 졌다. 계단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름에 걸맞게 책장에 책처럼 수많은 와인이 선반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시음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와인 종류는 약 780종으로 발레의 소규모 생산자부터 협동조합까지 약 110여 개의 와이너리의 와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음(테이스팅)은 도서관에서 엄선한 20종에 한해서 100㎖l당 4.9스위스프랑(약 7000원)에 즐길 수 있다.
도서관 안에는 '동굴'(Cave de Garde du Villa)이 있는데 110개의 와이너리에서 자랑하는 빈티지 와인만 모아 보관하고 홍보하는 공간이다. 각 와이너리마다 최대 5개의 와인을 맡긴다.
와인 시음 후엔 와인 도서관을 나와 1층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샤토 드 빌라'의 필수 코스다. 약 70년 된 레스토랑으로 다양한 발레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요리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은 '라클렛'이다. 발레의 총 25개 지역에서 생산한 치즈를 시기, 계절에 따라 5가지를 엄선해 코스로 맛볼 수 있다. 코스 가격은 36스위스프랑(약 5만4000원)으로 치즈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빵과 삶은 감자, 절인 채소, 피클을 제공한다.
◇ 포도밭만 걸어도 힐링
샤토 드 빌라에서 와인과 라클렛으로 배가 두둑히 채워졌다면 걸어보는 것은 어떨가. 주변에 걷지 않고서는 못 베길 포도밭 하이킹 코스가 있다.
시에르에서 발레의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 마을 중 하나인 '잘게쉬'까지 이어지는 '와인 트레일'(Sentier viticole)이다. 총 7.5km 길이로 목적지인 '와인 박물관'까지 여유 있게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난이도는 쉬운 편이다.
조용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방대한 와인밭이 나오고 이어서 와인 제조 마을, 야생의 '라스필레' 협곡을 만날 수 있다.
길을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레일을 따라 간격을 두고 80개의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안내판엔 각 포인트마다 갖춘 풍경의 특징, 포도나무 종류, 와인 재배 기술 및 역사를 소개한다.
◇ 알프스 보며 '전통' 와인·치즈 맛보기 스위스에서 빠질 수 없는 '알프스'의 경관을 바라보며 전통 와인과 치즈를 맛보려면 '알레취 아레나'로 가면 된다. 알레취 아레나는 유럽에서 가장 길고 알프스에서 최대 규모의 빙하인 '알레취' 주변 지역을 부르는 명칭이다.
알레취 아레나엔 4000m 알프스 봉우리에 둘러싸인 산장 리조트들이 많은데 저마다 현지에서만 나고 자란 식자재를 이용해 만든 요리를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발레식 치즈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을 꼽으면 '알파인 뮤지엄'이 있다. 400년 전 만들어진 산장을 체험 공간을 탈바꿈한 곳으로 과거 스위스 고산 지역의 사람들이 어떻게 농업을 해왔고 치즈와 버터를 만들었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시음 시간. 현지인이 직접 만든 진한 향의 오래된 치즈와 싱싱한 버터, 빵과 함께 알레취에서 생산한 와인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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