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에 진출한 K-로봇…27세에 300억 원 투자받은 비결[영상]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 자율주행 구현…가격경쟁력 확보
순찰 로봇, 골프장 로봇 등…자율주행로봇의 확장
▶ 글 싣는 순서 |
①네옴시티에 진출한 K-로봇…27세에 300억 원 투자받은 비결 (계속) |
1조 달러 규모의 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에 우리나라 로봇업체인 뉴빌리티가 진출해 3일 만에 지도를 그리고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약 1조 달러(약 1358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뉴빌리티는 네옴시티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테스트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이미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가능성을 입증한 27살 동갑내기가 꾸려낸 K-로봇의 신화다.
라스트 마일, 소비자를 만나는 물류의 마지막 구간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물류의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마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물류는 상품이 생산지에서 출발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며, 물류 흐름은 △퍼스트마일(생산지~물류 보관 창고) △미들마일(보관 창고~최종 배송 전 보관 창고) △라스트마일(최종 보관 창고~ 소비자)로 나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에 힘을 쏟는 추세다. 라스트마일에 드는 비용이 전체 배송비의 약 4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이 구간의 서비스 품질이 소비자 만족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뉴빌리티는 라스트마일에서의 물류 자동화를 위해 자율주행로봇 '뉴비'와 플랫폼인 '뉴비고'를 개발했다. 뉴비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방배 1동 전역에 상품을 배송하고 있으며, 건국대학교에서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뉴빌리티의 강기혁 부대표는 "반경 1.5km 이내가 가장 뉴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간"이라며, "본 구간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비 1천원… 40분만에 커피 배달 완료
건국대학교에서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 1.2km 떨어진 편의점에 자율주행로봇 배달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 방법은 간단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 카카오톡 SNS에 친구추가를 한 후, 주문 가능한 상품을 선택하고 결재를 진행했다.
주문과 동시에 '결재 완료' 알림이 뜨면서 뉴비가 출발했다. 방지턱을 넘을 때 약간의 덜컹거림이 있었지만, 걸어가는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면서 주행을 이어나갔다. 커피를 배달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0분. 사람이 직접 배달하는 것보다는 약 10~15분 정도 더 걸렸지만, 배달비는 3분의 1 수준인 1천 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뉴비가 문 앞까지 직접 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건물 앞으로 물건을 받으러 나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눈·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에는 상품을 받으러 나가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더 크게 느껴질 듯했다.
한 시민은 배달하고 있는 물건을 누가 훔쳐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상품을 싣는 순간 잠금장치가 작동하고, 주문자가 휴대폰으로 '적재함 열기' 버튼을 눌러야만 잠금장치가 해제되기 때문에 도난이나 분실 염려는 적었다.
강 부대표는 "뉴비의 자체 무게가 약 60kg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이 들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다 없앴다… '레이더'와 '카메라'만으로 위치 추적
뉴빌리티의 강점은 가격경쟁력이다. 일반적인 자율주행차량은 빛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고가 센서인 라이다(LiDAR)를 사용하지만, 뉴비는 라이다 없애고 전파로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더(RADAR)와 카메라를 탑재해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활용하면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자율 주행이 가능해지며,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으로 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를 기반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도 구현할 수 있다.
강 부대표는 "자율주행로봇을 실외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카메라 기반의 지도 작성과 위치 추적 기술을 활용하면 GPS가 안 되는 실내에서의 자율주행도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율주행로봇에 인공지능 기능을 결합하는 방안도 개발 중이다.
현재 자율주행로봇은 위도와 경도 등의 좌표를 이용해 길을 찾아간다. 하지만 사람은 좌표가 없어도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큰 건물을 끼고 코너를 돌면서 목적지에 다다른다. 로봇과 달리 사람은 가야 할 길을 의미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강 부대표는 "자율주행로봇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위치 정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로봇도 사람과 같이 길을 찾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실내외 범용성과 여러 현장에 대한 범용성을 모두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순찰 로봇, 골프 로봇 등… 자율주행로봇의 무한한 확장
뉴빌리티는 기존 자율주행로봇에 필요한 기능을 얹는 모듈러 방식을 활용해 위험지대를 자율주행하는 '순찰로봇'과 골프장에서 음료와 다과를 판매하는 '뉴비골프'를 개발했다.
앞서 작년 7월 인하대에서 여대생이 동급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추락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교정 내 경비 인력이 4명밖에 없었으며, 사고 현장에서 5분 거리에 경비 초소가 있었으나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캠퍼스 내 순찰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뉴빌리티는 순찰 인력 부족 사태를 자율주행로봇으로 해결하기 위해 SKT, SK쉴더스와 협업해 자율주행로봇 위에 카메라를 얹는 형식으로 순찰 로봇을 개발해 지난 8월부터 강원대 삼척캠퍼스, 인천대공원 및 강원도 내 리조트 등 실증지역 5곳에서 총 20대의 순찰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강 부대표는 "로봇이 밤에 순찰도 해주면 좋겠다"는 고객의 요청을 듣고 순찰 로봇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순찰이 뉴빌리티의 영역이 아니라며 순찰 로봇 개발로의 방향성 전환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뉴빌리티는 자체적으로 순찰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자율 주행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추가적인 순찰, 골프, 캠핑 등의 기능은 협력업체의 기능을 얹어서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각자의 회사가 잘하는 분야의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23세에 취업 대신 '창업'에 뛰어든 청년
고등학교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는 강 부대표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는 또래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었던 창업이었기 때문에 같은 학교 동창이었던 이상민 대표가 창업을 제안했을 때 바로 수긍했다. 실패가 두렵긴 했지만, 어차피 실패를 할 거면 젊을 때 하자고 생각해 도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23세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꾸려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엔지니어였던 그가 관리자 역할 처음 맡으면서 인사, 재무 등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부모님 뻘인 경영진과의 의사소통도 도맡아 해내야 했다. 석사 이상인 전문 연구진들과 소통하기 위해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300억 원을 투자받았을 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큰일 났다'였다. 투자금액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큰 무게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강 부대표는 투자금을 잘 활용해서 결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체계나 시스템 등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맨땅에 헤딩을 하는 심정이지만 그는 '여기서 불만을 가질 것이냐, 아니면 개선점을 찾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서 회사 분위기를 '해보자, 할 수 있다'라는 방향으로 바꾸는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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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나영 기자 k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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