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소비 위축은 없었다…오염수 방류 그후
날이 추워지면 바다가 맛있어집니다.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방어부터 기름기 가득 오른 고등어,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감도는 갈치까지 제철 생선들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상공에서 밤바다를 환하게 밝힌 갈치배들을 보면서 볼에 찬바람이 스치는 겨울을 준비하곤 합니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수산업계는 우리 수산물이 외면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 바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30년 동안 방류하는 오염수 양만 134만 톤.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해 방류한다는 도쿄전력 주장에도,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수산업계에서 수산물 소비 위축을 우려한 이유입니다.
방류 두 달이 지난 지금, 수산물 소비와 매출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최남단 제주도의 수산업계 동향을 들여다봤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두 달째…"수산물 위축·가격 하락 없었다"
KBS는 제주도의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 동향 보고'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8월 24일부터 10월 23일까지 두 달 동안의 소비 동향을 분석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의 결론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제주 지역 수산물 소비 위축과 가격 변화는 없다는 겁니다.
제주도가 BC카드사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산물 소매업과 일식 음식점업의 매출은 사실상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방류 직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기준 수산물 판매와 가공업체 등 수산물 소매업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 감소했고, 일식 음식점업 매출은 8% 증가했습니다.
다만, 방류 직전과 비교하면 방류 후에 오히려 수산물 소매업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방류를 앞둔 8월과 방류 직후인 9월을 비교하면, 수산물 소매업 매출은 28% 증가했습니다. 특히, 가공업체는 매출이 70% 가까이 증가해 유독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자료를 분석한 제주도청 담당 주무관은 "오염수가 4~5년 뒤 우리나라에 유입된다는 소식에, 가공업체와 소비자들의 소비가 단기간에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식 음식점업의 매출은 방류 직후 17% 가량 감소했습니다.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파가 아닌 관광객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라는 게 제주도의 분석입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파가 미치지 않았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제주시 하나로마트의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습니다. 제주시 동문수산시장과 재래시장,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 등 전통시장 3곳의 매출도 15억 원을 넘어서면서, 온누리 상품권 환급액만 6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갈치와 조기, 고등어 등 수협의 수산물 위판량 역시 전년보다 21.5%, 위판 금액은 15% 이상 증가했습니다.
■여전히 긴장하는 수산업계…"할인 행사에 총력"
물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오염수 방류는 단 두 차례 이뤄졌고,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정화하지 못하는 삼중수소 농도가 일부 장소에서 전보다 높게 관측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수산물을 미리 사 먹고 있다는 소비자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양미정 씨는 "지금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걱정되지만,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며 "그 전까지 부지런히 수산물을 소비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산업계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할인 행사 등으로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양기호 한림수협 조합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오염수 방류가 예고돼있다 보니 항상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음 달에도 할인 행사를 개최하는 등 소비 촉진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이태원보다 홍대·강남 붐빈다”…관계당국은 핼러윈 도보순찰
- [특파원 리포트] ’팔레스타인을 지지합니다’ 거리 나선 미국 고등학생들…학교 반응은?
- 수치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내년 총선 전 처리 가능할까
- 한계 다다른 가자지구 “구호활동 축소”…인질 협상은?
- “지켜주고 싶었는데”…그 날 ‘손’ 내민 사람들
- “가수 영상 보여주며 범행”…‘초등학생 성추행’ 교사 구속
- “차 키 내놔”…훈련복귀 군인, 흉기로 차량탈취 시도
- ‘출입기록 없다’던 국방부…신원식 “당시 발표 잘못”
- 이륜차 번호판 규정도 모르는 지자체…“단속도 못해”
- 경찰, 지드래곤-이선균 출국 금지…지드래곤 “마약 한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