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가스라이팅 당했다…못 버티고 2000만원 손절"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영업이익 반토막… 마진율도 도요타에 뒤처져
머스크 "폭풍 몰려와, 고금리 환경 쉽지 않다"
평소와 달리 보수적 발언, 멕시코 공장도 지연
주가 또 200弗선 급락, 주주들 "희망고문 지쳐"
'테슬라 주식 130억' 개인 투자자 드볼트 조언
"내 성공의 절반은 패닉 때 아무 것도 안한 것"
“테슬라가 200달러선을 사수할까요? 물타기 할 현금도 없고 2000만원을 손절하려니 눈물납니다”
-9.3%. ‘검은 목요일’이었습니다. 두 달간 250달러선을 횡보하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 후 허망하게 무너졌습니다. 급기야 지난 23일엔 장중 202달러까지 하락하며 간신히 200달러선을 지켰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2021년 11월 409달러 최고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이 시기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아직도 계좌가 ‘반토막’입니다. 작년 하반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현 X)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대량 매도가 하락의 결정타였습니다. 많은 주주들이 못 버티고 ‘손절’ 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올해 주가도 부침이 심합니다. 100달러 초반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한 주가는 지난 7월 300달러 직전까지 회복했습니다. 회사를 믿고 기다렸던 테슬라 투자자들은 ‘전고점 회복’의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3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자 실망성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1,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2년간 전고점 회복을 기대했지만 ‘희망 고문’ 더는 못 버티겠다. 오늘부터 테슬라 ‘안티’가 될 것”이라는 날 선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자동차 회사 됐다”
vs “수비 모드로 전환”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233.5억달러(약 31조7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2% 급감한 17.6억달러(약 2조3900억원)였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0.66달러로 월가의 평균 예상치(0.73달러)를 9.8% 밑돌았습니다.
당초 시장에서 3분기 실적을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머스크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분기엔 공정 개선 등으로 생산량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모델3 하이랜드(부분변경 모델) 및 사이버트럭 생산 준비가 주된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들어 수요 논란이 불거진 차량 가격 인하도 마진이 줄어든 요인입니다. 전년 동기 17%를 웃돌았던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7.6%로 급감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를 제외한 3분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7.5%입니다. 완성차 1위 도요타는 10.2%(월가 추정치) 현대차는 9.3%입니다.
그간 시장에서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라는 논리는 20%에 육박하는 ‘압도적 마진율’에서 나왔습니다. 이 수치가 떨어지자 월가에선 ‘테슬라가 평범한 자동차 회사가 됐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습니다. 콜린 랭건 웰스파고 연구원은 “테슬라에 더 이상 장밋빛 안경은 없다”며 “판매량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고 이익률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톰 나라얀 RBC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자동차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전장, 배터리, 충전, 자율주행 SW 등의 공급업체로 변모할 가능성을 놓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도 “테슬라의 전략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됐고 현재는 후자”라며 “장기적으로 올바른 전략임이 입증될 것”이라고 두둔했습니다.
어닝콜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 콜도 주가 급락에 한몫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날 어닝콜은 시작부터 어수선했습니다. 기술적 문제로 머스크의 초반 발언이 무음 처리됐습니다. 6분 만에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로보택시, 인간형 로봇 등 미래 비전을 거침없이 말하던 평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머스크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낮추는 보수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 “사이버트럭이 실제 이익에 반영되기까지 1년~18개월 걸릴 겁니다. 적절한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사이버트럭으로 무덤을 판 셈입니다”
- “멕시코 신공장을 건립하자니 고금리 환경이 걱정됩니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 여력이 없습니다. (착공 전에) 세계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 “(2021년 공언했던) 50% 성장률을 영원히 지속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테슬라는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 “FSD(완전자율주행)는 북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승인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해당 지역 고객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무거운 분위기의 컨퍼런스 콜에 ‘테슬라 강세론자’들도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조나스는 “우리가 수년간 들었던 테슬라 컨퍼런스 콜 중 가장 신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도 “지난밤 발표는 마진 하락을 막을 방법을 듣고 싶어했던 월가에 ‘작은 재앙’이었다”고 했습니다.
머스크, 세계 경제 침체 징조 봤나
머스크는 왜 이런 부정적 발언들을 쏟아낸 걸까요. 그는 어닝콜 1시간 내내 고금리 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폭풍이 몰아치는 경제 조건에선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기가 있다”며 “전 세계 전쟁이 터지는데 사람들이 새 차 구매를 우선 순위로 두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2009년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한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나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나서 일종의 편집증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머스크가 말한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인생 최악의 시기를 뜻합니다. 당시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줄 월급조차 궁할 정도로 현금이 바닥났습니다. 첫 번째 부인과 이혼까지 겪었습니다.
그는 과거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은행에 일주일 버틸 돈도 없었고 신경쇠약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여러 차례 창업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사업이 외부적 요인으로 언제든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때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테슬라의 실적 발표 및 기술 행사를 꾸준히 취재해온 테크 뉴스 스타트업 픽쿨의 이태호 대표는 “머스크가 2009년을 언급한 것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안보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거시경제 환경에서 위기를 느끼고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0년 투자 ‘테슬라 백만장자’의 조언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당분간 쉽사리 반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려있는’ 투자자들의 고행이 얼마나 길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테슬라 백만장자(테슬라네어)’로 유명한 제이슨 드볼트는 최근 X에 술렁이는 주주들을 다독이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2013년부터 테슬라 주식을 사 모은 초기 개인 투자자로 현재까지 약 4만8000주(26일 종가 기준 약 133억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글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지난 10년간 테슬라 투자를 하면서 하루 9% 이상 급락한 날이 26번 있었습니다. 스무 번 지나니 모든 게 무덤덤해졌습니다. 기업의 재무는 주가의 후행 지표입니다. 재무지표가 좋아 보일 때쯤엔 저 같은 초기 투자자가 최고의 수익을 거둔 뒤입니다. 선행 지표를 봐야 합니다. 공학 서적을 읽어보세요. 피터 린치는 ‘당신이 소유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주식은 가격이 중요하다고요? 재테크 책에서 읽으셨나요? 행운을 빕니다. 저는 이 주식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말에 관심을 끄고, 수년간 조용히 사 모았습니다. 향후 131년간 하루에 한 주씩 팔 수 있는 수량의 테슬라 주식을요. 인내심을 가지세요. 내 성공의 절반은 다른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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