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슈머도 명품족도 달라졌다…플렉스 대신 짠테크[만원의한숨]③
명품 소비도 스몰 럭셔리로…투잡·앱테크로 가치 소비 유지
[편집자주] 2000년 '서민 음식의 대명사' 자장면 평균 가격은 2742원이었다. 만원이 있으면 세 끼를 먹고도 돈이 남았다. 그래서 한때 '만원의 행복'이란 신조어가 유행했으나 이제 까마득한 옛말이 됐다. 2023년 '자장면 7000원'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수중에 있는 돈이 만원뿐이라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고물가 시대를 어떻게 버텨야 할까. <뉴스1>이 집중 진단해봤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좋아하는 공연 작품이나 관련 제작사 SNS는 틈날 때마다 들어가봐요. 잘하면 반값 표도 살 수 있어서요."
20대 취업준비생 한모씨는 자기소개서 작성 등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뮤지컬 클래식 공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한다. 할인 행사 및 이벤트 등에 걸리면 최대 40~50%가량 할인된 가격에 원하는 공연 티켓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지난해 직장을 다닐 때보단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어져 취미 생활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식료품을 살 때는 100원이라도 싼 걸 고르고,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는 등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줄이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렉스'(flex) 등 과시적 양상으로 치닫던 청년층의 소비 문화가 고물가 시대를 맞아 새로운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좀 더 가치를 둔 곳에 합리적 지출을 하는 실속형·절약형 소비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특히 하비슈머들이 달라졌다. 이는 취미(hobb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을 뜻한다.
뮤지컬 관람이 취미인 MZ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고물가에도 지갑을 기꺼이 연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중예술 공연 티켓 판매 액수는 약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했다.
다만 이들도 합리적 지출을 한다. 최근 티켓 가격 부담이 커지자 청년들은 작품 및 제작사의 SNS 할인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절약형 소비를 하고 있다. 인터파크 등 주요 판매처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지난 9월 최대 10만원까지 할인된 당일 잔여 좌석을 할인하는 '로터리 티켓'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플렉스의 대표 격인 '명품족'도 바뀌고 있다. 최근 이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비싼 의류·가방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품 등에 소비를 치중하는 '스몰 럭셔리'가 유행이다. 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명품 브랜드 화장품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0%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명품 매출 증가율의 4~5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치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잡', '앱테크' 등 방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여행이 취미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달부터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블로그 운영 등 투잡 수익창출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식비나 교통비를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려면 새로운 수익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최근엔 걸으면 현금이나 기프티콘으로 변환 가능한 앱 미션에도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 가치 소비 선호하는 청년들…관심 분야 외엔 허리띠 졸라매 전문가들은 가치 소비 습관을 가진 청년들이 고금리 등 경기 위축으로 지갑이 얇아지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이 같은 소비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MZ 세대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자랐고 SNS 등을 통한 공유 경험 등이 활발해 다른 세대보다 소비와 관련된 정보량이 많고, 이에 따른 소비 취향도 확실한 편"이라며 "오늘날 '앱테크'와 '스몰 럭셔리' 등 상반된 소비 패턴이 공존하는 것도 세분화된 취향에 맞는 소비 패턴이 다양화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져 양질의 일자리 등 고용시장 사정이 악화되고 고금리 기조로 신용도 하락폭이 커지면 경제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청년 계층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과거엔 '플렉스' 등 소비 중심적 경제관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중심축이 절약으로 옮겨가며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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