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래' 유승호 "어느덧 서른, 편한 것만 할 순 없죠"

조은애 기자 2023. 10.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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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호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웨이브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배우 유승호의 재발견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는 그의 거칠고 불안한 눈빛으로 넘실거리는 신선한 스릴러다. 유승호는 연신 위태로운 표정으로 벼랑 끝 청춘의 절박감을 그리며 극의 긴장감을 견인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사무실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유승호는 "이정곤 감독님께서 내 '까까머리'를 보고 싶으셨다더라"며 '거래'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처음 감독님께 이 작품을 받고 솔직히 놀랐어요. 항상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이미지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제안해주셔서 흥미로웠죠. 준성이가 정직하고 착한 본성을 가진 인물이라 그간 해왔던 캐릭터와 180도 다르진 않지만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거래'의 준성은 고교 시절 축구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꿈이 꺾인 후 사채 빚에 쫓겨 군대로 도주한다. 전역만 하면 새 인생을 살기로 다짐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빚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절망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고교 동창 재효(김동휘), 민우(유수빈)를 만난 날, 준성은 갑작스럽게 납치극에 휘말린다.

"끊임없이 '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했지만 납치극을 시작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준성이 납치극을 적극적으로 말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어요. 본인이 처한 상황, 아버지와의 관계, 군대에서 다짐한 것들, 친구 등 여러 가지가 준성의 발목을 잡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준성인 최소한의 도덕적인 선은 지키려 하고, 모든 일을 잘 해결하고 싶어 해요. 그런 숨겨진 심성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친구를 거래한다'는 파격적인 스토리라인 아래 납치극의 키를 쥔 준성을 그리기 위해 유승호는 과감한 변신에 도전했다. 한껏 짧게 깎은 머리, 거친 피부톤은 물론 욕설, 흡연 연기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줬다.

"수염 자국은 일부러 보이게 했어요. 오히려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 어울릴 것 같아서요. 머리는 더 짧게 깎고 싶었어요. 납치범이지만 허술한 범인처럼 보였으면 했거든요. 욕설, 흡연 연기는 카메라 앞에서 처음 해보는 거라 실제로 손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어색해 보일까봐 긴장되더라고요. 군복도 오랜만에 입었죠. 제가 올해부터 민방위를 시작했거든요. 낯설더라고요.(웃음)"

유승호를 비롯해 김동휘, 유수빈의 에너지는 '거래'의 동력이었다. 이들은 20대 청춘들의 서툰 감정부터 순간의 선택으로 각자의 대가를 치르는 과정까지 현실감 넘치는 열연으로 완성했다.

"준성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그보다 더 끌렸던 건 세 남자의 이야기였어요. 이들이 풀어나가는 관계성이 좋았어요. 특히 셋의 액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세트가 굉장히 비좁아서 스태프들, 장비들까지 꽉 차 있었어요. 내부가 정말 뜨겁고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던 기억이 나요. 멋있게 합을 맞춘 액션이 아니라 서로 밀고 당기면서 힘을 쓰는 액션이라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는데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거래'는 마냥 귀여운 이미지로만 각인돼있는 유승호의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데뷔작인 MBC '가시고기' 속 7세 유승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더욱 낯선 얼굴일 것이다. 2002년 영화 '집으로...'를 통해 크게 주목받으며 한동안 아역 배우로 사랑받은 유승호는 21세였던 2013년 군에 입대했다. 신병교육대 조교로, 또래 남자 배우들과 달리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친 그는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30대의 시작을 열었다.

"서른이 되면서 직접적인 변화는 없지만 마음이 좀 이상했어요. 원래 사람을 만나면 긴장을 많이 해서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편하고 좋은 것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을 하다 보면 뭔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어요. 나와 반대되는 것들과 부딪히려고 했죠. 그래서 YG와 만났어요. 왜냐하면 YG엔 가수들이 많고 제 이미지와 반대되는 회사라고 생각했거든요. 나와 다른 결의 회사랑 일하다 보면 새로운 모습을 찾아주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 성향을 잘 이해해 주는 회사라 만족스러워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승호에게 연기는 곧 세상이었다. 좀 더 성장한 이후,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던 때도 있었지만 군 전역 이후 다시 연기 의지를 다지게 됐다. '국민 남동생', '잘 자란 아역' 등의 수식어가 떼고 싶은 꼬리표로만 느껴졌던 시간을 지나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군대에서 TV를 볼 때면 기분이 좀 이상했어요. '나도 저 자리에 있었지' 싶어서요. 그러다 사회에 나가면 다시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무 살 때는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집으로...' 얘길 일부러 피했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던 때도 있었어요. 근데 제 필모그래피 속 소중한 작품이고 이젠 예쁜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 다시 봐도 너무 귀엽던데요.(웃음) '잘 자란 아역'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이젠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연기를 더 잘해서 새로운 수식어를 얻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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