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지지합니다’ 거리 나선 미국 고등학생들…학교 반응은? [특파원 리포트]

김양순 2023. 10. 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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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페어팩스 교육청 산하의 저스티스 고등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현지시각 27일 금요일 오전.

학교에서 수업이 한창일 시간이지만, 미국 워싱턴 인근 페어팩스의 맥클린 고등학교 정문에서는 75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걸어나왔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표명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시위입니다.

맥클린 고등학교 2학년인 홀리 라헵은 성조기를 들고 "우리는 탐욕에 의해 증오와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물려받기를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학생은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 문제와 싸워왔고 매번 겁에 질려 침묵했지만 이번에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 학살과 인종 청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 페어팩스 고등학교들의 릴레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페어팩스 카운티의 고등학교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가 학교별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학교 고등학생들은 이번 주를 '인도주의적 파업 주간'으로 명명하고 23일 애난데일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연대 시위에 나섰습니다. 페어팩스 교육청 산하 고등학교들은 각급 학생회를 중심으로 날짜를 지정해 학교 수업을 접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할 친구들은 거리로 나오라고 공지했습니다.

페어팩스 교육청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지만, 미국에서도 교육 특구로 유명합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맥클린 고등학교에서는 75명, 옥튼 고등학교에서는 200여 명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행진은 각 학교의 무슬림 학생회가 주관하고 있지만, 참여자가 무슬림이 아닌 학생도 많았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보다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지를 표현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미국에서 고등학생들이 집회를 조직하고, 시위에 나서는 일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낙태 처벌' 결정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해서, 2018년에는 '총기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 '평화 시위' 지지한다면서도 '왜 나섰는지'는 침묵한 학교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처럼 학생들의 생활과는 살짝 동떨어져있는, 그리고 대단히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집회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맥클레인 고등학교 제니퍼 힐 교장은 오늘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학생들은 자유로이 10시 반 쯤 학교 교문을 나섰고, 가두 행진을 한 뒤 30분 뒤에 학교로 평화롭게 돌아왔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페어팩스 교육청은 학생들이 평화롭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단 "이같은 표현의 자유가 다른 학생들의 학업권 등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라고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의밉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부모들은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가두 시위를 했는지 밝히지 않는 학교가 더 이상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학생들이 가두 시위를 했다"고만 썼을 뿐, 어떤 이유에서 가두 시위를 했는 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미국 내에서 대단히 예민한 문제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미 하버드 대학 등 미국 내 유명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을 올렸다가 졸업생들, 기업들의 반발로 학생들이 자진해서 철회했던 사건도 그렇습니다.

■ '다양성' 존중하는 미국...묵인과 침묵 사이 어딘가의 다양성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전쟁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습니다.

"하마스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으로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목적을 숨기려 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인명을 존중하지 않고 자국민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팔레스타인에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그 열망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 유대인 학생들

미국의 언론, 미디어를 믿을 수 없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현재 서방 미디어는 완전히 선전 선동입니다.
이스라엘의 한 기자는 생방송 뉴스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아기 40명을 참수했다고 주장했는데,
생방송이 끝난 뒤에는 "증거가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 엘렌(가명) 맥클린 고등학교

이스라엘은 미국의 오랜 우방이고, 미국에서 유대인 커뮤니티는 손꼽히는 이익 집단입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 정치가 유대인 위주로 흐르는 행태는 달라질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오슬로 협정 이후 중동에서 30여 년 간 평화가 지속되는 동안, 아랍권 커뮤니티 역시 미국에서 꽤 자리 잡았습니다. 9.11을 겪었던 미국에서 아랍이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켰던 것도 20여 년이 지나며 상당히 희석됐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에 페어팩스 고등학생들이 보여준 '팔레스타인 연대 가두시위'를 교육청에서도 묵인하는 것은 그만큼 아랍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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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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