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 포함 오피스텔 "더이상 공급 힘들다"

김노향 기자 2023. 10. 2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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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줄게 빌라 지어라(3)] 주택공급대책, 급조된 전형적 탁상행정

[편집자주]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정부가 주택공급 급감 문제 해결을 위해 '비아파트 건설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궁극적으론 건설 등에 필요한 유동성 지원이지만 고금리에 전세사기 여파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 차액만 내고 매수)가 사실상 바닥인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속도 측면에서 비아파트 공급 지원이 당장 서민·중산층 수요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매수시장을 지탱해온 요소는 갭투자여서다. 정작 아파트 세금·대출 규제 완화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 오피스텔의 주택 수 제외 등이 정책엔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가는 탁상행정이란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골목을 시민이 걷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대형건설업체도 퇴짜… 대주단 "신용보강 해와"
(2) 전세사기 사태에 빌라·오피스텔 더 지으라니?
(3) 주택 수 포함 오피스텔 "더이상 공급 힘들다"

#. 2023년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짓고 있던 A오피스텔 공사가 중단됐다. 현장에는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해 유치권 행사 중'이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유치권이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 등이 채권 보전을 위해 현장을 점유하는 것이다. 해당 오피스텔의 시공사는 올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다. 이 회사는 범 현대가로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다.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토목공사업체가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자 유치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속된 저금리의 틈을 타 오피스텔 가격이 급등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오피스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2021년 11월 분양한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12만4426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13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거형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아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다가 2020년 7·10 부동산대책 이후 규정이 바뀌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부과됐다. 2021년 8월 시작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2022년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아파트 특례 보금자리론 한도 완화 등을 시행함에 따라 오피스텔 투자수요가 이탈했다.


오피스텔 공급업체, 정부 대책에 "실망"


정부는 다세대·연립주택과 오피스텔 공급대책을 내놓은 배경으로 비아파트가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업계는 정작 가장 중요한 주거형 오피스텔의 주택 수 포함 규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공능력평가 20위권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오피스텔 주택 수 포함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면서 "현재 오피스텔 공급을 막고 있는 최대 걸림돌인 만큼 이를 해결하면 공급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오피스텔은 주거상품으로 보지 않는데도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수요가 있어서 공급 메리트가 있었다. 현재로선 사업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이중 규제'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고 있지만 주거 목적으로 전입신고한 경우에는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보증한 특례 보금자리론 등에선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부가 올 1·3 부동산대책에서 아파트 특례 보금자리론을 확대 시행하며 그동안 대안 주거상품으로 오피스텔을 선택했던 유인이 약화된 것이다.

대출에선 차별받고 세금은 동일한 기준으로 부과됨에 따라 오피스텔 소유주들이 주택 수 제외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유보적인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청약·대출·세금 규제 완화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오피스텔 자금이 빠져나가자 사업자 자금을 지원해 공급을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번 대책이 나온 것이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경매시장도 오피스텔 외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25일(계약일 기준)까지 오피스텔 매매거래 건수는 6487건으로 집계, 전년 동기(1만2928건) 대비 6441건(49.8%) 급감했다.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99.43으로 1년 3개월째 하락했다. 매매가격지수는 100 이하일 때 하락세를 나타낸다.

부동산 거래시장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경매시장에서도 오피스텔은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9월 서울 오피스텔 낙찰률은 11.3%를 기록했다. 전체 142건 가운데 16건만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8월(12.9%)보다 1.6%포인트 낮아졌다. 오피스텔을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적다 보니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낙찰가율)도 88%대에 그쳤다.

계속되는 금리 상승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늘어 경매에 넘어간 오피스텔은 갈수록 쌓이고 있다. 경매시장으로 나온 서울 오피스텔은 ▲7월 78건 ▲8월 116건 ▲9월 142건 등으로 늘고 있다. 2년 전인 2021년 9월에는 경매 진행 물건이 14건에 불과했고 지난해 9월에도 44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된다. 인천·경기 등에 위치한 오피스텔도 유찰이 반복돼 지난 9월 인천 오피스텔 낙찰률은 5.8%, 낙찰가율은 74.9%를 나타냈다. 경기 오피스텔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각각 34.7%, 76.1%로 집계됐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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