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들고 좋아했는데...' 15승→부상→PO부진→11승→부상→등판거부→KS 불발. 2년 26승 투수의 씁쓸한 이별[SC초점]

LG 트윈스 아담 플럿코가 처음 계약을 했을 당시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아담 플럿코 SNS 캡쳐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LG 선발투수 플럿코가 역투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2023.08.15/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1루 LG 플럿코가 삼성 강한울의 번트타구를 바로 잡은 후 1루로 던져 더블플레이를 완성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8.15/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년간 26승8패 평균자책점 2.40. 이 엄청난 성적을 올린 투수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과 이별했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다.

LG는 27일 "플럿코가 이날 오후 4시 미국으로 출국했다"면서 "그동안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재활에 매진했지만, 구단과 협의 끝에 한국시리즈 등판이 어렵다고 판단, 오늘 출국했다"고 밝혔다.

LG는 2021시즌 10승2패로 승률 8할3푼3리로 승률왕에 올랐던 앤드류 수아레즈와 과감히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대신 아담 플럿코를 영입했다. 당시 설명은 '제2의 켈리'였다. 켈리처럼 내구성 좋고 여러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질 줄 아는 투수라는 것.

실제로 플럿코는 2022시즌 켈리와 원투펀치를 이루며 LG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28경기서 15승5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16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켈리에 이어 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 3위에 올랐다.

당연히 재계약을 했고, 올시즌 전반기엔 부진했던 켈리 대신 에이스 역할을 했다. 11승 1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전반기 당시 다승은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12승)에 이은 2위, 평균자책점은 3위였다.

하지만 문제는 부상에 이은 그 대처였다.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루 LG 플럿코가 롯데 전준우의 직선타를 잡아낸 3루수 문보경에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3.06.2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2사 1,3루 LG 플럿코가 두산 김대한을 삼진으로 잡아낸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3.06.18/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경기. LG가 3대2로 승리했다. 플럿코와 켈리가 즐거워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6.14/

지난해 막판 플럿코는 갑작스런 등 통증을 겪었다. 9월 25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선발 등판했는데 등 통증으로 1타자만 상대(자동 고의4구)하고 내려왔고 이후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구단에서는 플레이오프 등판에 앞서 연습경기에서 던질 것을 제안했으나 플럿코는 라이브 피칭만을 고집했고, 결국 실전 등판 없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등판했다가 1⅔이닝 8안타 6실점(4자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 선발진이 부진해 켈리와 플럿코에 대한 의존도가 강했던 LG로선 1,2차전 승리가 절실했는데 2차전에서 플럿코가 무너지며 패한 것이 결국 3,4차전 패배로 이어지고 말았다.

올시즌엔 후반기 골반뼈 타박상이 문제가 됐다. 부상 이후 치료 과정에서 호전된 모습을 보였고 국내 병원에서는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플럿코는 9월 23일 한차례 불펜 피칭을 하기도 했고 LG 염경엽 감독은 그의 1군 등판 일정을 잡기도 했지만 플럿코는 이후 미국 의료진을 더 신뢰했고, 구단 측의 피칭 권유를 끝내 거부했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한번 시도라도 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컸다. 플럿코는 결국 스스로 '몸이 재산'인 용병이 된 셈이다.

플럿코는 구단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구단과 동료,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응원을 전했다.

플럿코는 "LG 트윈스 팬 분들께 지난 2년 동안 우리 가족의 안식처가 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드린다"면서 "제 아들은 이곳에서 학교에 다녔고, 아내도 한국을 정말 사랑했다. 저희 모두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LG 동료들에게 "제가 여러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면서 "지난 2년간 우리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저는 마운드에 올라가 공을 던질 때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LG트윈스의 우승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6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1루 LG 1루수 오스틴이 KIA 소크라테스를 병살로 잡아내며 플럿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5.2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수비를 마친 LG 플럿코 박동원 배터리가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5.09/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연장 10회말 2사 2,3루 LG 신민재가 끝내기 내아안타를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5.09/

플럿코는 "김현수가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 줬다. LG 트윈스는 왕조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함께 할 수 있음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플럿코는 자신은 뛰지 못하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응원했다. 플럿코는"LG 트윈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것이고 선수단도 원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서 "저는 평생 LG 트윈스를 응원할 것이고 LG 트윈스가 저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LG 트윈스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승리할 것이다. LG 트윈스 파이팅.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처음 LG와의 계약을 했을때. 플럿코는 가족과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며 한국행을 기뻐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그의 SNS에 LG의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얘기는 올라와 있지 않다. 최근 부상과 그에 따른 등판 거부 문제로 팬들로부터 비난 DM을 받아 플럿코와 가족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년간 뛴 팀이 우승을 했는데 마냥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플럿코는 2년간 26승8패 평균자책점 2.40이라는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올렸다. 성적만 놓고 보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부상과 그에 따른 입장 차이로 그와 한국과의 인연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