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사태에 빌라·오피스텔 더 지으라니?
[편집자주]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정부가 주택공급 급감 문제 해결을 위해 '비아파트 건설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궁극적으론 건설 등에 필요한 유동성 지원이지만 고금리에 전세사기 여파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 차액만 내고 매수)가 사실상 바닥인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속도 측면에서 비아파트 공급 지원이 당장 서민·중산층 수요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매수시장을 지탱해온 요소는 갭투자여서다. 정작 아파트 세금·대출 규제 완화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 오피스텔의 주택 수 제외 등이 정책엔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가는 탁상행정이란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기사 게재 순서
(1) 대형건설업체도 퇴짜… 대주단 "신용보강 해와"
(2) 전세사기 사태에 빌라·오피스텔 더 지으라니?
(3) 주택 수 포함 오피스텔 "더이상 공급 힘들다"
정부가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비아파트(연립·다세대·다가구·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대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9·26대책 후속인 이번 조치는 주택 공급 부족 지역에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보다 시공 기간이 훨씬 짧은 빌라나 오피스텔을 더 짓도록 유도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가뜩이나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으로 뒤숭숭한 데다 오피스텔의 경우 수요 급락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주차전쟁을 방불케 하는 혼란 속에 주차장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것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란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사업자는 비아파트를 분양하는 경우 가구당 최대 7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다가구·다세대·도시형생활주택은 연 3.5%, 연립주택과 오피스텔은 각각 연 4.3%, 4.7%의 금리가 적용된다. 민간임대주택 건설자금은 가구당 최대 1억2000만~1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금리는 연 2.0~3.0%, 장기일반임대주택은 2.0~2.8%다. 국토부는 주택 인·허가, 착공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금융 지원을 통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비아파트 사업자의 사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비아파트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신속히 지을 수 있기에 공급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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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 건수의 경우 5만5197건으로 전년 동기(7만6311건) 대비 27.6%(2만1114건) 감소했다. 서울 오피스텔 전세 거래량은 올 1월 2266건에서 10월(25일 기준) 1038건으로 반토막났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해선 금융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를 자극하지 않고 공급 부문만 건드린다면 사업이 잘될 가능성이 낮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아파트를 짓는 대형건설업자도 있는 반면 소규모 주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업자들도 있다"며 "다만 시장에서 수요가 줄었더라도 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 역시 맞지 않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업자들을 위해 제도적 지원을 할 의무는 있다"면서도 "이러한 비아파트 규제 완화책으론 시장에서 공급이 이뤄지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업자는 분양성·수익성이 좋을 때 사업을 하는데 지금은 돈을 빌려줘도 사업성이 안 나온다"며 "자금 지원을 확대해주는 것만으론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실효성도 부족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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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B씨는 "입주민들도 주차공간이 없어 불편한데 무단으로 주차하는 얌체족들이 있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빌라 대부분은 지정주차구역이 없고 거주자 우선 주차 공간으로 운영한다. 말 그대로 선착순이다. 치열한 주차 전쟁으로 거주지에 주차장이 있어도 인근 주차장에서 월 정기권을 끊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부는 금융지원 뿐만 아니라 비아파트 활성화를 위해 상업·준주거지역 역세권(500m 내)에 건설하는 도시형생활주택(전용 60㎡ 이하)에 공유차량 활용 시 주차장 확보 기준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가구당 0.6대의 주차장을 갖춰야 했지만 앞으로는 가구당 0.4대만 충족해도 된다. 다만 전체의 20% 이상은 공유차량 전용으로 확보해야 한다. 자전거 등 공유 모빌리티 전용공간 확보 시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을 두고 실제 빌라와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입주민들은 공급자만을 위한 대책이라며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에 거주 중인 입주민은 "요즘 지어진 신축빌라의 경우 주차장이 더 좁은 상황인데 공유차량 주차장까지 들어서면 더 복잡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공급자 입장에서 주차장 요건을 완화해 주겠다는 것인데 완화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주차"라며 "주택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지만 주차장 문제는 시장에 맡긴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차 문제는 완화보다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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