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업체도 퇴짜… 대주단 "신용보강 해와"

김노향 기자 2023. 10. 2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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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줄게 빌라 지어라(1)] 오피스텔·주상복합 지을수록 '손해'… 내년도 주택사업 축소

[편집자주]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정부가 주택공급 급감 문제 해결을 위해 '비아파트 건설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궁극적으론 건설 등에 필요한 유동성 지원이지만 고금리에 전세사기 여파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 차액만 내고 매수)가 사실상 바닥인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속도 측면에서 비아파트 공급 지원이 당장 서민·중산층 수요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매수시장을 지탱해온 요소는 갭투자여서다. 정작 아파트 세금·대출 규제 완화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 오피스텔의 주택 수 제외 등이 정책엔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가는 탁상행정이란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고금리와 전세사기 영향으로 빌라와 오피스텔의 매매·전세거래가 얼어붙어 신규 공급 유인이 낮아진 데다 이미 부지를 확보해 할 수 없이 착공했다고 해도 공사비와 인건비 증가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대형건설업체도 퇴짜… 대주단 "신용보강 해와"
(2) 전세사기 사태에 빌라·오피스텔 더 지으라니?
(3) 주택 수 포함 오피스텔 "더이상 공급 힘들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올 8월 말 기준 공동주택 착공과 준공(입주) 물량은 각각 11만3892가구, 23만9059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6.4%, 7.6% 감소했다. 대규모 사업인 아파트보다 다세대·연립주택(빌라)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공급 감소가 두드러져 한해 전보다 입주 감소율은 아파트(3.2%)의 7배인 21.8%에 달했다. 비아파트 착공 감소율은 55.3%로 아파트(56.7%)와 비슷했다. 미분양 주택 수는 총 6만1811가구에 달했다.

건설업계는 고금리와 전세사기 영향으로 빌라와 오피스텔의 매매·전세거래가 얼어붙어 신규 공급 유인이 낮아진 데다 이미 부지를 확보해 할 수 없이 착공했다고 해도 공사비와 인건비 증가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26일 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통해 비아파트 건설자금 대출지원과 보증을 통해 자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밝혔다.


"공제조합 보증 대상 매우 제한적"


정부는 1년간 비아파트 건설자금을 기금 대출로 지원키로 했다. 정부 예산을 들여 민간 사업자의 금리 지원을 하는 것이다. 대출한도는 가구당 7500만원, 금리는 최저 3.5%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사업자금 조달금리가 7%대를 넘어 기금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절반 이상 줄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비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건설하는 경우 대출한도를 기존 7000만~1억2000만원에서 9000만~1억4000만원으로 확대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무주택자 등이 시세의 70~95%만 내고 거주할 수 있고 10년간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로 제한된다.

비아파트 사업장에 대출보증도 지원한다. 건설공제조합 보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대해 공제조합이 이행보증할 수 있도록 신설했다. 보증 규모는 3조원. 본 PF·모기지 등 3조원 규모 사업자대출 지급보증 도입도 추진해 총 6조원의 지급보증이 신설된다.

공제조합은 10월 말 국토교통부에 보증계획을 제출, 올해 안에 상품을 출시하고 내년 1~2월에는 1호 보증이 승인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공제조합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으로 재무 리스크와 상품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아파트 보증지원은 그동안 출시한 적 없었던 상품으로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심사능력을 강화하고 매우 보수적·제한적인 대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라의 경우 PF 실행 사례가 적고 대부분 후분양을 실시해 보증 대상이 되기 어렵지만 대형·중견건설업체의 브랜드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등은 보증 수혜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공능력 10위권 건설업체들은 자체 보증이 가능했는데 최근엔 대주단이 신용보강을 요구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신탁사업이 늘면서 시공사가 책임준공 확약으로 손해가 발생했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따른 리스크가 증가해 대주단이 신용보강을 요구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업체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호반건설 등이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조달금리 7%대 - 임대수익 5%대… "지을수록 마이너스"


국토부는 건설업체가 금융지원을 활용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비아파트 사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주택이 부족한 지역에 신속한 공급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비아파트의 매매시장은 실수요자 시장이 아닌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이용해 임대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금리 시대에 높은 전세금과 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전세사기 영향으로 임차 수요도 위축돼 수익성이 낮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25일(계약일 기준)까지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 거래 건수는 5만4986건으로 전년 동기(7만6311건) 대비 27.9% 감소했다. 오피스텔 전세 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2만6122건에서 2만586건으로 21.2% 줄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가 있지만 빌라·오피스텔은 다주택자 수요가 있어야 해 신규 투자 유인은 낮다"며 "대형사들이 그동안 브랜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등을 통해 비아파트를 공급한 것은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 조달금리가 7%대, 임대수익률이 5%대로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됨에 따라 분양가를 높여도 사업성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주택사업을 축소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착공 후 공사비가 부족해 공사를 중단한 경우 보증을 통해 준공까지 끌고 갈 수는 있겠지만 입주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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