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톰슨의 고백 “남다른 투수가 되고싶어서 김병현을 따라했습니다” [MK인터뷰]

김재호 MK스포츠 기자(greatnemo@maekyung.com) 2023. 10.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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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큼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사이드암, 혹은 언더핸드 투수를 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우완 라이언 톰슨(31)은 그런 의미에서 독특한 투수다. 2020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뷔한 우완 사이드암인 그는 지난 4년간 13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존 모로시는 최근 그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그가 어린 시절 김병현의 투구를 보고 따라하면서 사이드암으로 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라이언 톰슨은 애리조나의 사이드암 투수다. 사진(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지난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진행된 월드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그를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병현의 이름이 나오자 표정이 밝아진 그는 “어린 시절 나는 남다른 사람이 되고싶었다. 어떻게 공을 던질지를 결정하는데 있어 남다른 모습을 원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TV와 비디오게임을 통해 독특한 투구폼을 가진 투수들을 봐왔고,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투수가 바로 김병현, 그리고 올랜도 에르난데스였다.

“김병현의 투구 동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에르난데스의 큰 레그킥도 좋아했다. 내가 열 살 때 이 두 가지 투구 동작을 조합해서 나만의 투구 동작을 만들기로 했다. 뒷마당에서 이들의 투구폼을 따라하며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투구폼을 갖고 프로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23라운드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됐다.

변화도 있었다. 그는 “하위 싱글A까지는 그렇게 던졌다. 그러나 2015년에 그런 투구폼으로는 던지기 힘들겠다고 판단해 지금의 투구 폼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톰슨은 어린 시절 김병현의 투구폼을 보고 따라했다고 말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리고 2023년, 그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김병현이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에서 뛴 것처럼 똑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고 같은 무대에 나선다.

그는 “처음 이 팀에 왔을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나에게 영감을 줬던 투수가 뛰었던 팀에서 내가 지금 던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번 시즌 그는 탬파베이에서 18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6.11로 부진한 뒤 방출되는 설움을 맛봤지만, 애리조나와 계약한 이후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9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그는 이전 팀과 현재 팀의 가장 큰 차이로 역할을 꼽았다.

“탬파베이에서는 역할이 정해져있지 않다 보니 언제 어떻게 던질지 알 수 없었다. 2이닝 이상 던질 때도 있었고 아웃 하나만 잡고 내려갈 때도 있었다. 4회에 나올 때도 있었고 마무리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런 역할을 수년간 견디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모두가 각자의 준비를 위한 루틴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루틴을 경기 도중에만 2~3차례 소화할 때도 있었다. 경기에 투입될 거라 생각하고 몸을 풀다가 던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 팀에서 7~8주간 그런 일이 단 두 차례 있었다면 그곳에서는 매주 수 차례 있었다. 팔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경기에 나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이 팀에 왔을 때는 감독님이 제일 처음에 ‘그런 일은 없게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물론 포스트시즌은 조금 다르다.”

브렌트 스트롬 투수코치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올드스쿨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다. 보통 투수코치들은 데이터에 집착하기가 쉽다. 그러나 실전에서 투구를 할 때는 타자들을 잡는데 있어 컴퓨터가 말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며 스트롬 코치의 방식에 대해 말했다.

톰슨은 애리조나 불펜의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는 “처음에 왔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달라. 우리는 너의 활약이 필요하다. 너의 능력을 믿는다. 좌우타자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줬다. ‘좌우 타자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말은 이전 팀에서는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자신감이 생겼다”며 새로운 팀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월드시리즈는 처음이 아니다. 탬파베이 소속이던 지난 2020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중립지역에서 경기를 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이곳 글로브라이프필드였다.

“그때는 관중이 절반밖에 들어오지 않아서 약간 다른 분위기였다”며 말을 이은 그는 “관중들이 주는 에너지와 열정이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곳이 만원관중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가 된다. 이런 분위기는 연습에서는 만들어낼 수가 없다. 경험으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과거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 그리고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상황은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월드시리즈에 임하는 설렘을 전했다.

[알링턴(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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