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人]⑪ 신윤제 어니스트펀드 CDO “AI가 300개 항목으로 돈 잘 갚을 고객 찾죠”
공급에서 연계 투자까지 ‘큰 그림’
내년 10여개 금융사 공급 목표
“‘회·파·복’이라고 아세요? 회생, 파산, 신용 회복에서 한 글자만 따서 모은 업계 용어입니다. 과거와 달라진 ‘회·파·복’ 패턴,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대출 실행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신용평가를 해야 합니다. 어니스트펀드 대안신용평가모델(CSS)인 HF CSS 3.0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으로 200~300개 항목을 사용해 변별력을 개선했습니다.
우량한 고객과 불량한 고객을 얼마나 구분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K-S지표는 클수록 변별력이 높다는 의미인데요. 3.0은 49.6%로, 이전 모델 대비 35% 개선했습니다. 이후 버전을 한 단계씩 올릴 때마다 변별력이 10~20%씩 오르는 등 고도화시키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를 종합한 설루션이 ‘렌딩 인텔리전스(Lending Intelligence)’인 것이죠.”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어니스트펀드 본사에서 만난 신윤제 CDO(최고데이터책임자·Chief Data Officer)는 CSS 개발 당시 어떤 점을 중요시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신용평가사(CB) 나이스평가정보에서 13년 근무했던 신 CDO는 2021년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한 후 첫 프로젝트로 CSS 모델 HF CSS 3.0의 개발 총괄을 맡았다.
2015년 설립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옛 P2P금융)업체 어니스트펀드는 업권 내 유일한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신용대출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 공급망금융(SCF),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투자금액은 1조2811억원, 연평균 수익률은 11.39%에 달했다.
어니스트펀드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의 종합 여신 설루션인 렌딩 인텔리전스를 금융사에 판매하는 사업에 진출했다. 렌딩 인텔리전스는 어니스트펀드가 대출에 대한 모든 정보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학습, 분석하고 실행하는 종합 시스템이다. 각 금융기관 내부 상황에 맞춰 유연한 공급이 가능하도록 기관별 데이터 유형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및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 재학습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렌딩 인텔리전스는 가계 대출 및 정책 등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맞춰 기술적으로 대응·지원할 수 있는 6개의 주요 설루션으로 구성됐다. 불확실한 매크로 금융환경 변화 대응을 위해 외부 거시지표와 신용점수 추세를 바탕으로 리스크 조정 결과를 제공하는 ‘거시 조정 AI 설루션’, 고금리 시장으로 인해 증가하는 부실률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스크 AI 설루션’ 등이다.
어니스트펀드는 금융기관 수요에 따른 맞춤형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단계별로 시장 상황과 수요에 맞는 새로운 데이터 모델도 지속적으로 추가 개발·적용할 방침이다. 렌딩 인텔리전스를 통한 금융기관의 불량률 개선과 수익성 상승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10여개 금융사와 공급 및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신 CDO와 일문일답.
―기업 간 기업(B2B) 사업으로 확대하게 된 이유가 있나.
“최근 온투업계에 대한 기관투자 관련 규제가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투자 유치 관련해 기관들을 접촉해 보니 어니스트평가의 신용평가모델이 얼마나 정확한지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어니스트펀드의 신용평가 기술을 직접 사용해 보고 싶다는 기관의 요청도 있었다. 이 때문에 기술 검증을 통해 투자까지 연계될 수 있는 마중물 역할 차원에서 설루션 사업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기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모델과 다른 점은.
“사실 P2P는 피어투피어(Peer-to-Peer) 즉, 자금이 필요한 쪽과 자금을 보유한 쪽을 연결하는 금융 산업이다. 사람 대 사람(Person to Person), 개인 대 개인 간 대출뿐 아니라 기관도 참여할 수 있다. 신용 대출 만기가 대부분 3~5년인데, 개인 투자자는 보통 못 기다린다. 게다가 P2P 대출 특성상 손실 가능성이 있어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개인보다는 기관이 적합하다. 그래서 해외에서 성공한 P2P 기업 사례 대부분이 기관 투자를 받았다.”
―실제 기관 반응은 어떤가.
“10여개 금융기관의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하는 ‘백테스팅(Back testing)’을 진행했다. 초기 반응은 상당히 좋다. 추가적인 투자까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기관도 많다. 수치상으로 예를 들면, 연체율이 상당히 높고 회·파·복인 고객을 대상으로 불량한 고객(돈을 안 갚는 고객)을 40~50% 정도 더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니스트펀드 CSS 모델의 강점은.
“우선, 소수의 기관만이 자체적으로 CSS 모델을 개발할 수 있어 많은 금융기관이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고 있다. 즉 설루션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주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온투업계 자체가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해 줘야 온투업체가 이를 연계해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기관의 리스크 관리 수요에 맞춰 CSS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
―개발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금융은 규제 산업이고, 금융에 맞는 데이터 분석의 프레임이 따로 있다. 처음에 많이 충원했던 AI 관련 인력의 경우 금융보단 IT 관련이 많아 조율이 어려웠다. 또 설루션을 만들 때 CSS에 맞춘 기술을 하나하나 가져와 조합하고, 이를 모아 실제로 쓸 수 있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일 새로운 유형이 등장하는 대출 사기를 걸러내는 일이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대출 사기는 동시 대출과 명의도용이다. 동시 대출의 경우 말 그대로 한 고객이 한 번에 여러 대출 플랫폼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출 건이 없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다. 아울러 비대면 대출이 늘어나다 보니 타인의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를 빌려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내년 목표는.
“10월에 CSS 3.2 버전을 개발했는데, 변별성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이를 통해 대출 사기를 막기 위한 모델을 개발해 업권에 최적화된 설루션을 제안하는 게 목표다. 내년엔 실제로 설루션을 쓰는 기관을 10개 이상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그 기관이 연계 투자를 하는 등 다양한 사업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신윤제 CDO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석사 ▲나이스평가정보 솔루션사업실 솔루션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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