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국감 끝…주요 금융법안 논의 재개될까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금융안정계정설치법 등 산적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올해 국정감사가 종료되고 다음달부터 국회의 법안심사가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중점 금융법안 처리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위원회의 국감 제출 자료에 따르면 15개 중점추진 법안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다룬 보험업법을 제외한 14개 법안이 아직 처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마지막으로 올해 국감 일정을 마무리했다. 11월부터는 정기국회 일정에 따라 법안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취약계층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만큼 시장안정과 민생지원을 위한 금융법안 입법을 최대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분야 중점법안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다. 정무위 상정을 앞두고 있는 이 법안은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책무구조도'를 각 금융회사가 도입토록 하고 CEO에게는 회사 내에서 장기간, 반복적·조직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금융사의 미비한 내부통제는 이번 국감에서도 주요 화두였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대 횡령사건의 여파가 다 가시기도 전에 업권 가릴 것 없이 금융권 전반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만 경남은행 직원의 10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횡령과 증권업무를 대행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127억원대 부당이득, 대구은행 직원들의 고객 동의 없는 주식계좌 1000여개 불법 개설,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의 105억원 배임 사실 등이 드러났다.
국감 기간 여야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금융사고와 관련한 금융사 CEO 등에 대한 책임 추궁 및 내부통제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던 만큼 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주목된다.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중점추진 법안 중 하나다. 금융안정계정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금융사에 부실이 발생하면 사후적 지원을 하는 현재 방식과 비교하면 금융권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부실 대응·정리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예보의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고 그 사용목적을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자금지원'으로 규정했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는 다수 부보금융회사의 유동성이 경색되거나 재무구조 개선 또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경우 예보는 부보금융회사와 지주회사에 금융안정계정을 활용한 자금지원을 할 수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적기에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사 부실을 사전 예방하는 금융안정계정이 서둘러 도입돼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 개인 차주들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채무자의 연체이자와 추심 부담 완화를 위해 마련한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도 국회 논의가 주목되는 법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2020년 2월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은 상태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고금리 영향으로 연체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채무자의 연체를 의미하는 가계대출 연체율은 0.38%로 1년 전에 비해 0.1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76%로 전년동월말 대비 0.34%포인트나 올라 상승세가 가팔랐다. 주담대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2%에서 0.24%로 두배 증가했다.
이는 그나마 연체율 관리가 잘 된 은행의 경우이고 상대적으로 차주 신용도가 낮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개인 연체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취약 채무자 보호와 재기 지원이 시급한 만큼 금융당국은 개인채무자보호법 논의를 국회가 서둘러주길 바라고 있다.
제정안은 채무 중 일부만 연체돼도 원금 전체에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하던 현재 방식을 바꿔 상환기일이 도래한 연체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부과토록 연체이자 부과 방식을 바꿨다.
예컨대 2000만원을 1년 간 연 6% 금리에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았다가 월 10만원의 이자를 연체했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원금 2000만원 전체와 밀린 이자 10만원에 대해 연체 이자가 붙지만 앞으로는 연체 이자 10만원에 대해서만 가산이자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채무를 연체한 채무자가 채무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요청권'도 신설된다. 추심총량제, 연락제한요청권, 추심 유예 등을 통해 과잉추심 등 채무자에게 불리한 추심관행을 개선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겨 있다.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도 중점추진 법안 중 하나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유예·탕감과 추가 자금투입 등의 지원을 해주는 대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부실징후기업을 회생시키는 제도다.
지난 2018년 10월16일 5년 한시로 공포·시행된 기촉법은 지난 15일로 일몰을 맞았다. 이 때문에 현재는 기존과 같은 수준의 부실 기업 워크아웃 신청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금융위는 금융권 자율협약을 가동해 기촉법 공백에 대응하고 있지만 채권자 범위, 법적 구속력, 구조조정 관련 각종 특례 적용 불가 등의 한계가 있는 만큼 기촉법의 조속한 재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간편송금과 통장협박 등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응해 신속한 피해구제를 가능케 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도 정무위에서 신속히 논의돼야 할 법안으로 꼽힌다.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은 사기범이 피해자를 속여 간편송금 계좌로 돈을 보내게 하거나 운반책의 은행 계좌로 송금을 받은 뒤 간편송금을 통해 피해금을 다른 계좌로 돌리는 식이다. 피해자가 범인의 계좌를 모르기 때문에 간편송금사업자로부터 송금 확인증을 받아야만 하는데 이런 절차에 2~3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통장협박의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신고하면 범죄와 무관한 제3자의 계좌가 거래정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악용한 신종 수법이다. 사기범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계좌를 도용해 자영업자 계좌로 돈을 보냄으로써 피해자의 신고로 보이스피싱과 무관한 자영업자의 계좌를 묶어버린 뒤 지급정지 해제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개정안은 금융사와 간편송금 등 전자금융사업자 간에 사기이용계좌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해 보이스피싱 신고시 해당 계좌의 신속한 지급정지와 피해금 환급이 가능토록 했다.
통장협박의 경우 피해자의 이의신청 등을 통해 계좌잔액 중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들어온 돈으로 판단되는 액수에서만 지급정지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내용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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