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골목 '썰렁'…"매출 반토막" 핼러윈 악몽에 떠는 이태원 [르포]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3. 10.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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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중심 상권인 해밀턴 호텔 인근의 한 거리.

이어 "이태원의 상권은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믿으며 버티고 있지만 이번 겨울은 힘들 것 같다"며 "코로나19 시기 트렌스젠더 킹클럽 사건이 터지고 연이어 이태원 참사가 터져 한 방에 갔다"고 했다.

국내 한 카드사로부터 입수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분기(4~9월) 이태원 상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75%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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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건물. /사진=정진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중심 상권인 해밀턴 호텔 인근의 한 거리. 관광객들로 북적여야 할 이곳은 썰렁했다. 임차인을 구하는 광고물이 붙어있는 빈 건물이 3개 늘어서 있었다. 맛집 거리로 유명한 퀴논길에도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영업 중인 카페와 식당의 테이블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대부분의 상인은 상권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에서 38년간 옷 가게를 운영한 A씨는 "공실률이 심각하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상권은 죽었는데 임대료는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매일 잠이 드는데 아침에 텅 빈 거리를 보면 다시 마음이 무겁고 다 그만하고 싶다"며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렵다"고 했다.

2021년 11월쯤 개업했다는 한 음식 전문점 사장 B씨도 손으로 상승곡선 보여주다가 떨어뜨리며 "매출이 핼러윈 사건을 기준으로 정확히 반토막 났다"고 밝혔다. 이어 "다들 가게 인력을 4명에서 2~3명으로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핼러윈을 앞두고 시위가 열릴까 걱정이 많다"며 "우리 가게는 그래도 외국인이 많이 와서 핼러윈 용품을 몇 가지 갖다뒀다. 무사히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턴 호텔 앞 삼거리 /사진=정진솔

카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카페 사장 김모씨는 "핼러윈 참사 이후 4개월 동안은 말도 안 되게 힘들었다. 매년 기다리던 핼러윈이 두려운 날이 됐다"며 "핼러윈 때 영업을 안 한다는 업자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클럽이 장사 안 한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참사 이전 주말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0만원"이라며 "이태원에 오던 손님들이 압구정이나 한남동으로 많이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원의 상권은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믿으며 버티고 있지만 이번 겨울은 힘들 것 같다"며 "코로나19 시기 트렌스젠더 킹클럽 사건이 터지고 연이어 이태원 참사가 터져 한 방에 갔다"고 했다.

국내 한 카드사로부터 입수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분기(4~9월) 이태원 상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75%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 분석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이태원 1·2동에 있는 음식점(한식·패스트푸드·카페·주점)과 편의점, 의류·화장품·잡화 업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태원에 대해서 우리가 갖는 감정은 '국제적이다' '글로벌하다' 등"이라며 "여기에 더해 외국에서 핫한 것을 빨리 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히스토리는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며 "이를 살릴 수 있다면 앞으로 상권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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