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개코원숭이도 상호주의 따라 다른 개체와 전략적 협력"

이주영 2023. 10.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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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연구팀 "인간의 전략적 협력 행동, 원숭이와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사람을 대할 때 작용하는 상호주의를 나타내는 말이다. 개체 간 협력 관계를 위해 상호주의에 따라 전략적 결정을 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징일까?

개코원숭이들도 다른 개체와 협력을 위해 상호주의에 기반한 전략적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확인됐다. 이는 인간의 이런 행동이 유인원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았을 가능성을 크다는 것으로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개코원숭이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pixaba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앤서니 포모 박사팀은 28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기니개코원숭이(Papio papio) 18마리를 반야생 환경에서 사육하면서 개체 간 상호작용을 기록하고 관계를 관찰하는 실험을 통해 이들이 파트너 선택과 통제를 통해 협력 수준을 전략적으로 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높은 수준의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과 편익을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전략적 협력자이며, 이는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숭이와 유인원의 경우 이런 유연한 형태의 협력 행동을 하기에는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기니개코원숭이 18마리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반야생 환경을 만들어 개체 간 상호작용을 기록하고, 서로 짝을 이뤄 협력 과제를 수행할 때 선택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자동화된 터치스크린 시스템을 설치해 95일간 개체 간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예를 들어 터치스크린에서 '친사회적' 자극을 선택하면 선택을 한 원숭이와 파트너에게 모두 먹이가 주어지고, '이기적' 자극을 선택하면 선택을 한 원숭이에게만 보상이 주어지며, '통제' 자극을 선택하면 둘 모두에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방식이다. 파트너 원숭이는 투명 칸막이를 통해 다른 원숭이가 하는 선택을 지켜볼 수 있다. 연구팀은 또 이들의 선택이 파트너와의 협력 등 사회적 관계를 고려한 행동이 아니라 우연일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 위한 조건 통제 실험도 했다.

기니개코원숭이 18마리를 이용한 사회적 관계 실험 연구팀은 반야생 환경의 우리에서 기니개코원숭이 18마리를 사육하면서 터치스크린 시스템을 통해 먹이를 공급하는 장치로 개체 간 상호작용을 기록하고 관계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Anthony Formaux et al./Science Advance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험에서는 95일 동안 153쌍의 원숭이가 짝을 이뤄 과제를 수행하고 상호 작용하는 모습이 24만8천616회 촬영됐다. 영상에는 특정 원숭이들 사이에 협력이 시작되고 지속되면서 높은 수준의 협력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물론 파트너의 이기적 선택 때문에 협력관계가 깨지는 모습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담겼다.

영상 분석 결과 기니개코원숭이들은 파트너가 이전에 '친사회적' 선택을 해 자신에게 먹이가 제공되도록 한 적이 있을 경우 자신 역시 그 파트너와 과제를 수행할 때 '친사회적'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이전 실험에서 파트너가 '이기적' 선택을 한 경우에는 파트너를 다른 원숭이로 바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험에서는 8마리의 기니개코원숭이가 특정 파트너가 있을 때 그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상이 늦어지는 것과 같이 자신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을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숭이들이 파트너 선택과 과제 수행에서 결정을 할 때 파트너와의 사회적 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상호주의 원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고 수년간 실험에 참여해온 원숭이 집단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전 실험들보다 더 명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며 "이 결과는 기니개코원숭이가 직접적인 상호주의 파트너 선택을 통해 높은 수준의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원숭이가 파트너 선택과 통제 전략을 조합해 협력 수준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류의 공통 조상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인간 사회에서 전형적인 협력 형태로 진화하는 토대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Anthony Formaux et al., 'Guinea baboons are strategic cooperators', http://dx.doi.org/10.1126/sciadv.adi5282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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