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 종말이..." 전재산 바쳤건만 '휴거'는 없었다 [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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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92년 10월28일 자정 서울의 한 교회.
다미선교회 담임목사 이장림은 프랑스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휴거를 암시한 요한계시록을 뒤섞어 자신만의 시한부 종말론을 만들었다.
그는 1999년 세계가 멸망할 것인데, '요한계시록'에 멸망 전 7년 동안은 짐승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내용이 있으니 1992년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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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92년 10월28일 자정 서울의 한 교회. 새 하루를 알리는 알람 소리에 기도는 흡사 절규로 바뀌었다. 여기저기서 눈을 질끈 감고 '할렐루야'를 외쳤으나, 그리스도의 재림이나 종말은 요원해 보였다.
"휴거는 왜 일어나지 않습니까" 한 교인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목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고 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수습했다. 다른 목사도 "더 기다려보자", "몇년을 준비해온 우리 입장을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휴거는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휴거(携擧)는 '그리스도가 재림해 '믿는 자'만 하늘로 들어 올리고, 지상엔 대환난을 일으킬 것'이라는 가설이다
다미선교회 담임목사 이장림은 프랑스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휴거를 암시한 요한계시록을 뒤섞어 자신만의 시한부 종말론을 만들었다.
그는 1999년 세계가 멸망할 것인데, '요한계시록'에 멸망 전 7년 동안은 짐승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내용이 있으니 1992년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날짜를 10월28일로 특정한 건 이장림이 '어린 선지자'로 지목한 A군이다.
이장림은 1990년쯤부터 포교를 시작해 9년 만에 전국 300여개 교회에 적게는 2만명, 많게는 10만명의 교인을 모았다.
특히 1991년 KBS '사랑방 중계', '뉴스비전 동서남북', MBC 'PD수첩' 등 방송을 타면서 이장림의 '시한부 종말론'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시한부 종말론의 폐해는 컸다. 선교하겠다며 가출을 하거나, 전 재산을 털어 교회에 바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전남 강진군에 사는 한 여고생은 부모가 다미선교회에 못 가게 하자, 음독 자살을 했다. 경남 창원시에서는 30대 여성이 '10월28일 휴거를 앞두고 세상살이가 싫어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휴거 전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며 임신중절을 하거나, 학교와 직장에 무단으로 가지 않은 교인도 다수 나왔다.
그리고 대망의 10월28일. 교인 1000여명은 승천복을 입고 다미선교회에 모여 휴거를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날이 되도록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미선교회는 소동 나흘 만인 11월2일 신문 등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는 한편, 교회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간 받은 헌금 25억원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했다.
이장림은 휴거 한 달 전 교인 등에게 34억4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12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재산 2만6000달러 몰수로 감형됐다.
그는 검찰에 "사실은 나도 10월28일 휴거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는 않다"고 실토했다. 심지어 그의 집에서는 1993년 5월 22일 만기인 3억원대 환매조건부채권(RP)이 나오기도 했다.
이장림은 2011년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은 '불명예스러운'이란 뜻의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해 만든 상이다. 주로 '흉내 낼 수도 없고, 흉내 내서도 안 되는 업적'에 시상한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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