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사실상 원점으로…스텝 꼬인 산은
산은 "원론적 발언" 진화나섰지만 중소그룹만 나선 HMM 매각, 유찰 가능성 커져
야권 물론 여권 내에서도 나온 '속도 조절론' 영향준 듯
국내 유일의 글로벌 선사인 HMM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내 매각' 입장을 고수해오던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유찰 가능성을 언급하며 입장 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자들의 역량에 대해 해운업계 등에서 계속해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권 내의 신중한 기류까지 더해지면서 산은이 입장 변화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은 다음달 23일 HMM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은과 해진공은 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동원산업과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3곳을 추려 지난달 6일부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산은 강석훈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HMM 매각 등이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HMM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 이외에도 산은은 내 HMM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지만 업계에서는 HMM 매각가격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전망되는데 인수후보들 모두 자체적으로 HMM을 인수하기 어려운 가능성을 감안해 유찰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이런 가운데 강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하며 HMM 매각에 대한 기류변화를 시사했다.
강 회장은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라면서도 "인수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고 자금 조달 계획 중 외부 차입 비율에 구체적으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자가 배당으로 HMM의 현금을 빼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수자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구속력 있는 협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개월만에 '신속 매각'에서 '신중 모드'로 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강 회장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이며 현재 후보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유찰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해진공도 HMM이 새 주인을 찾더라도 일부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매각 속도조절 전망에 힘을 더하는 모양새다.
해진공 김양수 사장은 25일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매각 측이 보유 지분 전량이 아니라 희석 기준 지분율로 38.9%를 매각한다"며 "나머지 지분은 국가전략산업인 해운산업에서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의 비중을 고려해 공사가 일정 지분을 계속 보유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변화는 최근 정부와 여권 내에서 연내 HMM 매각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HMM 매각은 속도·내용 다 잡는 가운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적합한 회사가 없다면 유찰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고, 같은당 윤주경 의원 역시 HMM 매각과 관련해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권에서도 산은의 HMM 매각 속도전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인수 후보들의 자산 규모가 HMM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자기자본과 시가총액은 5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새우가 고래를 삼킬 우려에 대한 지적이 많이 있는데 금융 논리로만 매각에 집중할 경우에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고 해운업계 구조 건전성에도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좋았던 해운업계 업황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해운운임 고공행진 당시 발주됐던 선박이 향후 순차적으로 인도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운임이 더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향후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탄탄한 기업이 HMM을 인수해야 하는데 현재 거론되는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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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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