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전세 피해 해결책 될까 [솜소미 부동산]
전문가 "신의성실 의무는 기본…법정단체화로 해결 가능성 미미"
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최근 경기 수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 사기로 추정되는 피해 금액만 약 500억원 가까이로 알려진 가운데 공인중개사들의 일탈 행위 방지와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공인중개사에게 임차인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는데요. 업계와 전문가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을 내놓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는 지역마다의 부동산 거래 현황과 시세 등을 잘 파악하고 있는 협회에 공인중개사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한공협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세금 체납 여부를 공인중개사가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세무서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걸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정도"라며 "그마저도 직접 세무서에 방문해서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속속 나오는 전세 피해 문제도 화성과 수원이 끝이 아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시세를 조작하는 등의 장난을 치고 있을 텐데 이를 가시화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 정책이 사전 예방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사후 대책만 돼 있다. 수원 전세사기의 경우,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같은 가족이었고 가격 부풀리기식으로 의도적으로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도 있다. 그런 문제를 해당 지역 업계에 있는 사람들도 눈치는 챘다. 그런데 사전에 이상한 낌새가 있을 때 조사할 만한 기관이 없다. 그런 권한을 협회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공협에 따르면, 협회에 공인중개사 지도단속권이 있었던 1991년부터 1998년까지 과태료, 고발, 업무정지 조치 등 행정조치 건의 건수가 4만9398건으로 집계됐는데요. 1999년 임의단체로 바뀌며 지도단속권이 박탈된 후,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자율적인 점검을 통한 행정조치 건의 건수는 1928건 수준이었습니다.
한공협 관계자는 "이상한 방식으로 계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해당 지역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조사 권한이 있다면 경찰이나 시청, 구청 등에 도움 요청이나 고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은데 현재로선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상한 거래가 감지 돼도 관리·감독 권한이 없어 사기나 사고가 예견 돼도 막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는 법정단체화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협회가 자율적으로 조사나 점검한다면 몰라도 '법'으로 권한을 준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애초에 공인중개사에겐 포괄적으로 신의성실 의무가 있다. 보증금 반환 문제 등과 관련해 세입자가 임대인을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중개사가 알아보고 검토해야 하는 건 당연한 업무인데 법적 의무가 없다고 하지 않는단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인중개사와 협회 자체적으로 윤리강령을 강화하는 등 자정 노력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임 교수는 "최근 발생한 수원 전세사기의 경우 공동담보 제도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예를 들어 해당 건물의 공동담보로 잡을 수 있는 금액이 1000억원일 때, 보통 공동담보는 한 건물 전체로 설정하는데 (수원은) 그걸 3~4개로 쪼개 300억원씩 담보 설정을 했다. 건물 전체를 한 번에 담보로 잡지 않고 몇개 호실만 공동 담보하는 방식을 썼다. 건물 전체가 1000억인데 (담보로) 300억만 설정돼있으니까 세입자들은 자신들의 보증금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공인중개사는 공동담보 목록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세입자한테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식의 변명을 했다"며 "애초에 그런 공인중개사는 마음 먹고 신의성실 의무를 지키지 않은 건데 그런 문제가 단순히 공인중개사협회에 어떤 권한이 부여된다고 해결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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