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대사면' 첫 발부터 삐끗... 이준석 "반대", 홍준표 "장난 말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7일 첫 조치로 당내 대통합을 위해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대사면을 논의하기로 했다. 비윤석열계를 의식한 통합 행보라지만,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혁신위 1호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당 일각에선 "우리가 통합을 하지 못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졌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아 향후 활동에 난항이 예상된다.
혁신위 "유승민, 이준석과 만날 것"... 지도부 사면 수용 시사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요한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사면안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당내 대화합과 탕평을 위한 사면"이라고 설명했다. 임명 첫날부터 '통합'을 강조했던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에게 "우리의 혁신 철학은 희생과 통합,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첫 외부 활동으로 오는 30일 광주 5·18 민주화 묘역을 찾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위 1호 안건인 '대사면 논의'는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대표 체제 존속에 따른 '비윤 배척·친윤 독점'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 혁신위원은 "중요한 것은 인 위원장과 혁신위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만날 의사가 충분히 있다"며 "당 발전과 통합을 위해 만남을 회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통합을 연신 강조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이날 "긍정적인 제안이라고 본다"며 혁신위의 대사면 논의 제안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준석 "이런 식 접근 사태 악화" 홍준표 "장난치지 마라"
그러나 당장 사면 대상으로 꼽힌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혁신위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지, 아량이라도 베풀 듯이 이런 식의 접근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횡포를 지적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하라"고 쏘아붙였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친윤계 중심의 지도부가 혁신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SBS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주변분들에게 연락해서 혁신위에 들어와달라고 했는데,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다"며 "계속 그분 마음을 녹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 시장도 페이스북에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라며 "총선 출마할 사람들에 끼워서 그런 장난 치지 마라. 총선 후 바뀐 정치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 니들(너희들)끼리 총선 잘해라"고 밝혔다. 이들의 반발로 첫 회의에서 1호 안건을 제시한 혁신위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혁신위 첫 행보에 '기대 반, 우려 반'... 공천 논의엔 거리두기
당내 평가도 엇갈렸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해제를 주장해 온 하태경 의원은 "이 전 대표 징계 해제 건의를 혁신위가 바로 수용했다. 혁신위 출발이 좋다"고 밝혔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도 "비윤계 포용 필요성이 컸지만 이를 당 지도부가 주도하기는 머쓱한 상황 아니었나"라며 긍정 평가했다.
반면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보선 패배 원인은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과 수직적 당정관계 아니었나"라며 "이념 논쟁을 벌이는 정부 태도와 '친윤 공천'을 막기 위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우리가 당 분열로 선거에 졌느냐. 민심과 동떨어진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문제였는데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대사면 논의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이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을 희석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으로 혁신위가 당의 환부를 과감히 도려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당정관계 재정립과 공천개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일반적 원칙과 관련한 논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식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제도를 논의할 분과를 만들지 여부도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인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위원들이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구체적 기준이 혁신위에서 제시될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이다영 인턴 기자 da0203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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