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국토위(종합)]'양평道' 정쟁 속에도 꽃은 피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평가 대상 의원= 권영세(국) 강대식(국) 김두관(민) 김민철(민) 김병기(민) 김병욱(민) 김수흥(민) 김정재(국) 김학용(국) 김희국(국) 맹성규(민) 민홍철(민) 박상혁(민) 박정하(국) 서범수(국) 서일준(국) 심상정(정) 엄태영(국) 유경준(국) 이소영(민) 장철민(민) 정동만(국) 조오섭(민) 최인호(민) 한준호(민) 허영(민) 허종식(민) 홍기원(민) 김민기(민, 위원장).
2023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정쟁으로 점철됐다. 대통령 처가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붙은 대형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정치 국감을 피하지 못했다. '적어도 한 번은 양평 질의를 해야 한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로 야당 의원들은 이 의혹을 쟁점화하는 데 몰두했다. 여당 의원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등을 다루며 맞불 작전을 폈다.
그 끝은 정쟁이었다. 자료 제출이 불성실하다는 야당 의원들,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모두 공개했다는 국토교통부 사이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진상규명은 없었다. 대안 노선이 제시된 과정이 부실했다거나 과업수행계획서 일부가 고의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의혹의 핵심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 종합감사에선 양평고속도로, 통계 조작 의혹 관련 증인을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혼란의 국정감사 속에서도 정책 질의를 이어가려는 의원들의 노력은 있었다. 다만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준의 건설적 토론과 해결책 도출의 장을 열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은 기회마다 한끗 다른 정책 질의로 국정감사의 질을 높였다. 특히 지난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철근 누락 사태를 강하게 추궁하며 눈길을 끌었다. 시공사의 책임을 강조하던 이한준 LH 사장에게 입주자의 답답한 심정을 속 시원하게 전달했다. 나아가 설계 오류를 확인하지 않은 감리 업체에 대한 비용 회수 문제를 홀로 거론하기도 했다.
수면 아래 있었던 법 위반 사실을 여럿 발견해내는 성과도 보였다. 조 의원은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자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과정에서 토지보상비와 예비비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시정을 요구했다. 그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사업 예타지침을 분명히 위반한 사안이고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학재 인국공 사장은 "왜 이러한 기준으로 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인천검단 AA13 △인천검단 AA21 △인천검단 AA35 등 3개 건설현장의 임금지급내역을 전수조사해 전체 노동자 60% 이상이 임금을 대리 수령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조 의원은 28일 종합감사에서 "불법 하도급이 실재한다는 명확한 증거이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부분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간사로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정책 질의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7일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관련해 민간사업자의 사업비 조정 요청을 소송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통해 해결할 것을 제안했고, 피감기관의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지난 11일 열린 첫 번째 국정감사에서는 자동차 교환이나 환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짚었다. 위원회 산하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심의 분과위원이 3명밖에 되지 않고,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한 소비자가 이들 위원 선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원 장관은 "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공방 속에서 단연 돋보인 플레이어였다. 이 의원은 탄탄한 논리와 선명한 전달력을 토대로 매 차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국감 스타'로 지목했고, 그에게 "수고가 많다"고 격려하는 의원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포착됐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 남한강휴게소 운영권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휴게소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대안(강상면안)의 종점에서 1km 떨어진 거리에 지어졌다. 휴게소 건물이 다 지어진 시점에 이례적으로 민자 전환이 추진됐고, 사업 주체로 선정된 민간업체인 위즈코프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동문이라 특혜가 의심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었다.
이 의원은 28일 한국도로공사가 남한강휴게소 사업자 모집공고 전에 위즈코프에 공모 계획을 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했다. 위즈코프가 남한강휴게소 사업 공모 한 달 전에 100억원대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확인하면서다. 남한강휴게소 특혜 의혹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번 다뤄졌고, 당 차원에서 현장조사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같은 당 한준호 의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공방 국면에서 남다른 디테일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는 증인 신문을 통해 고속도로 사업 예타 업체가 양평군 보고서를 참고해 대안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데 일조했다. 공흥지구 사업에서 윤 대통령 장모와 양평군 간의 유착관계가 의심된다며 경기도에 특별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전직 부동산 전문 기자 출신답게 전문성 높은 질의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검단아파트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그는 검단아파트에 철근 누락뿐 아니라 부실 골재가 사용됐다는 문제점이 있고,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이 아파트에 대해 3년 전 붕괴 위험 경고를 했던 사실을 새롭게 드러냈다.
여론조사업체에 직접 의뢰해 '부실시공 등 국토교통부 정책'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는 정성도 보였다. LH 아파트에 입주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방식으로 LH 아파트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부정평가' 응답이 54.6%에 달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를 통해 무게감 있는 질의를 선보일 수 있었고, LH 사장의 사과와 '입주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의원임에도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 좋은 평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2021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LH에 178회에 달하는 퇴직자 출입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LH가 퇴직자와의 부적절한 접촉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거론하며 현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정쟁으로 얼룩진 국정감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각종 쟁점 현안을 둘러싸고 파행이 잇따라 벌어졌지만 당 사무총장, 수년간의 위원장 경험을 살려 능숙하게 위기를 모면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성 의사진행발언이 잇따르자 "의사를 원활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끊어내는 등 특유의 재치로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내는 모습도 보여줬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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