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환노위(종합)] 기업의 '사과·해법' 받아낸 알짜국감

김지영 기자 2023. 10. 2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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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3 국정감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평가 대상 의원 = 이수진(민), 임이자(국), 김영진(민), 김형동(국) 노웅래(민),박대수(국), 우원식(민), 윤건영(민), 이은주(정), 이주환(국), 이학영(민), 전용기(민), 지성호(국), 진성준(민), 박정(민, 위원장)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대응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와 존치 등 전·현 정부의 환경 정책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또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을 놓고 정쟁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 노동 현장 속 사각지대 해소, 중대재해 등 산업재해 방지에 있어서는 여야가 뜻을 같이 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기업인들의 '사과'를 이끌어냈고 수백억대 임금체불 기업의 구체적인 변제 약속을 받아내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를 넘나들며 올해 국감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윤석열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대응이나 노동 정책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도 주요 피감 기관 관계자들에겐 '진솔한 답변'을 주문했다. 환경부 대상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주영민 현대오일뱅크 대표로부터 대산공장 폐수 방류사건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전임 야당 간사를 맡았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략적인 질의도 눈에 띄었다. 김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4대강과 댐 설치 계획, 현 정부의 노사법치주의, SPC그룹의 중대재해와 허영인 SPC 회장의 증인 채택 등 굵직한 이슈를 화두로 던져 여당을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정쟁에 매달리기 보단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며 합리적으로 국감을 이끌었다. 적재적소의 의사진행발언으로 야당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에도 힘썼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의 준비성과 진정성도 빛났다. 윤 의원은 주요 이슈에 대한 정쟁성 발언보다는 정책 질의와 제언에 공을 들였다. 대기오염 부실 자가측정 질의를 위해 전국 화력발전소의 자가측정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제시하면서 기관장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끼임 사망 사고로 증언대에선 이강섭 샤니 대표가 사과 대신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하자 목소리를 높이며 "야박하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국민의힘 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동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의 '홍보맨'을 자처했다. 현 정부의 노사법치주의와 노조와의 소통 노력 등을 설명하는 데 질의 시간을 상당부분 활용했다. 이와 함께 지난 여름 수해를 입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안동·예천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환노위 의원들의 현장 국감도 성사시켰다. 또 안동댐 교량 설치 등 지역 이슈와 현안을 적절히 연계한 질의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스킬도 보여줬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꾸준함으로 종합감사에서 실제 성과를 보여줬다. 이 의원은 환노위 국감 시작부터 대유위니아의 600억원대의 임금체불 문제와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 실상을 전했다. 이와 함께 산하기관 국감을 포함한 모든 국감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의 증인 채택을 여야와 위원장에게 호소했다. 그 결과 지난 26일 고용노동부 대상 종합감사에 박 회장을 소환했고 호통없이도 사과와 함께 골프장 등 자산을 매각해 체불 임금을 우선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었다. 1000여명이 넘는 임금 체불 피해자는 물론 국민들에게 국감의 효능감을 느끼게 해준 질의였다.

국감 내내 한 가지 이슈를 끈질기게 제기하는 집념을 보여준 의원들도 있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국감 기간 중 쿠팡 물류센터,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 쿠팡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집중적으로 고발했다. 같은당 진성준 의원도 국감 전반에 걸쳐 가습기 살균제 '필터'의 독성 문제를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이 기관장의 사퇴나 국감 퇴장 등을 요청하면서 호통이나 고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우리 국민들의 삶에 직결되는 생활 밀착형 문제를 발굴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들을 보여줬다.

다만 환노위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조치를 두고 여야 간에 의견이 엇갈리며 결국 파행으로 국감이 마무리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환노위는 27일 환경부 등 종합감사 중 전체회의를 열고 SPC와 DL그룹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실시 계획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앞서 허영인 SPC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환노위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환노위은 여야 간사를 중심으로 불출석 증인에 대한 고발 여부, 청문회 개최, 간담회 등 조치를 두고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두 회장의 해외 출장을 '도피성 출장'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를 고발하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뿐 산업재해 예방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두 회장이 참석하는 별도의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청문회는 가혹하다며 회장들이 참석하는 비공개 간담회나 현장 방문 등을 제안했다.

결국 야당이 주도해 청문회 개최 안건을 표결에 부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전 모두 퇴장했다. 이후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개최가 의결됐다. 여당 의원들 부재 속에 추가 질의 후 21대 국회 환노위의 마지막 국감은 종료됐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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