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국민 희생 추모하는데 정쟁이 끼어들 수 없다
내일이면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된다. 항공기·선박 사고나 화재, 폭발, 천재지변도 아닌 평화로운 주말 저녁 축제를 즐기러 나온 젊은이 수백 명이 서울 도심에서 비명횡사했다는 사실에 국민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회가 이런 후진국형 압사 사고에 무방비 상태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데도 지난 1년 새 달라진 것이 없다. 제2, 제3의 핼러윈 참사를 막으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도, 시민들의 달라진 의식도 찾아볼 수가 없다. 주최자가 따로 없는 행사는 관할 지자체의 안전 관리 대책 수립을 의무화하고, 재난 관리 주관 기관도 별도 지정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정부가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11개월째 잠자고 있다. 재발 방지보다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도 그대로다. 출퇴근 지하철역과 시내 번화가, 대형 행사장에서 우측통행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주요 거리와 지하철 주변 골목은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핼러윈 참사 1주기는 큰 비극을 겪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1주기 추모 대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 행사를 사실상 민주당 주도의 정치 집회로 보고 대통령 참석에 부정적이다. 민주당이 참사 직후부터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고, 맹탕으로 끝난 국정조사를 55일간 주도하고, 이것으로도 모자라 세월호 때처럼 특별조사위 구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을 강행하는 등 ‘재난의 정치화’에 매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대통령 불참 이유로 대는 것도 궁색하다. 1년 전 사고 직후 대통령은 나흘 연속 빈소를 찾아 조문했었다. 당시도 야당이 이를 정부 책임으로 돌리며 정쟁화를 시도했지만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많은 국민이 희생된 비극 현장을 찾아 위로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참사 1주년을 맞은 추모 행사를 맞는 대통령의 자세도 달라질 이유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참석한 추모 행사마저 야당이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국민이 그런 야당을 어떤 눈으로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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