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국민의힘 팔공산 오르기, 민주당 무등산 오르기

강천석 고문 2023. 10. 2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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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 ‘60일 時限附 생명’을 오히려 무기로 삼으라
이재명 놓친 ‘不實 쥐덫’ 수선보다 黨 공기 바꿔 수도권 승부 바탕 다져야

인요한씨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는다는 뉴스에 좀 걱정스러웠다. 그의 외가(外家)와 친가(親家) 어른들의 한국 세월을 합하면 200년을 훌쩍 넘는다. 인씨 등 뒤엔 증조할아버지부터 내려온 봉사의 세월이 있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혼자된 어머니가 영어 과외 수업을 하며 아들을 대학에 보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성공 가능성이 영(零)에 가깝다. 유일한 예외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다. 당시 박 위원장은 거의 전권(全權)을 쥐었고, 그 뒤를 현직 대통령에 버금가는 대규모 의원들이 받쳤다. 혁신위원회가 반짝 화제가 된 건 인 위원장 집안 내력(來歷)과 겁 없는 낙천적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위원 얼굴이 드러나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더 늘었다. 사양했어야 할 사람들이 포함되고 쓸 만한 사람들은 ‘당대표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며 발을 뺐다고 한다. 위원의 과반수가 넘는 7명이 여성 몫, 1980~2000년대 출생 젊은 세대를 6명 배치한 데서 애쓴 흔적은 보인다.

곧이어 총선기획단과 인재(人材)영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혁신위원회는 추상화(抽象畫)를 그리고, 인재 영입과 총선 기획으로 구상화(具象畫)를 그린다는 것이다. 관심은 영입하는 사람들 얼굴이 드러나는 구상화 쪽으로 쏠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들러리위원회’다.

상식으론 활동 기한 60일 시한부(時限附) 혁신위가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시한부’라는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달라진다. ‘시한부’는 맡은 일 끝내면 본업(本業)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공천에 목매 이야기를 목구멍 뒤로 삼켜야할 이유가 없다. 당내 하나뿐인 독립 언론 노릇도 가능하다. 다음 선거에 출마할 현직 의원·당협위원장·당대표 보좌역 출신 위원들이 대통령 심기(心氣)와 당대표 이익에 거슬린 이야기를 마땅치 않아할지 모른다. 그럴 땐 위원장이 나서 위원들 언론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

대통령은 ‘’‘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했다지만 국민의힘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판에서 ‘나를 비판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바보가 어디 있냐” 하는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디 있든 대통령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동상(凍傷) 걸린 사람 비슷하다. 외부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감각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서울·경기·인천에서 103석을 민주당에 내주고 16석을 건졌다. 이후 그 지역 신경세포가 죽고 되살아나지 못했다. 다음 총선도 그곳에서 결판난다. 당 지휘부는 56석 대 7석으로 민주당을 쉽게 따돌린 지역 출신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응 속도가 더딘 게 당연하다.

‘인요한 위원회’ 운동장은 이런 당의 사각(死角)지대다. 어차피 60일 후면 없어질 위원회다. 권력도 없다. 뒷받침해 주는 당내 세력도 없고 따라서 챙겨줘야 할 대상도 없다. 정치에 대한 전문 지식과 정보도 없다. 무기는 민심을 듣는 귀와 그걸 전할 목소리밖에 없다.

정계에서 쳐주지 않는 등산 기록이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의 광주 무등산 오르기 다른 하나가 국민의힘의 대구 팔공산 오르기다. 수도권 봉우리에 도전하라고 고함을 지르라.

여성과 척진 정당이란 이미지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라. 공직(公職) 여성들이 부딪치고 있는 유리 천장을 ‘과격하게’ 뜯어내 그 분위기가 민간으로 번져가도록 하라고 촉구하라.

교육 문제는 수능 킬러 문항 몇 개 없앤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노사(勞使) 문제보다 심각한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곳이 한국 교육 현장이다. 보통 중산층은 노후(老後) 대비 자금을 자녀의 과외비로 쏟아 넣고 하류(下流)로 굴러떨어지는 악몽(惡夢)을 꾼다. 제1계급 강남, 제2계급 강북, 제3계급이 지방이란 말에 담긴 폭발성을 똑바로 봐야 한다. 보통 중산층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 개혁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라. 그래야 강남 정당이란 호사스러운 감옥을 벗어날 수 있다.

이재명 대표는 뒷문이 닫히지 않는 부실 쥐덫 덕을 보고 의기양양해 한다. 그래도 쥐덫 수선보다 당의 공기를 바꾸는 게 근본 처방이라고 지적하라. 하기 따라 국민의힘을 바꾸면 그 물살이 민주당으로 번져갈 수도 있다. ‘시한부 위원회’가 시작은 미미했어도 끝이 굵었던 위원회로 기억되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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