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테슬라 이어… 포드도 16조원 전기차 투자 미뤘다

김아사 기자 2023. 10. 2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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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차업계 ‘전기차 급제동’
포드의 전기차 전용생산라인 -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의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에서 전기 픽업트럭‘F-150 라이트닝’이 조립되고 있는 모습. 포드는 지난 8월 미시간주 내연기관 관련 인력 3000명을 감원하는 대신 전기차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포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26일(현지 시각) “전기차 수요 둔화를 감안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 등 120억달러(약 16조원) 규모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사업부인 ‘e-포드’가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포드뿐만이 아니다. GM과 테슬라,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흑연 같은 중국의 핵심 원자재 수출 통제 등 다중 악재를 맞닥뜨린 업체들이 전략 변경에 나선 것이다.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커지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한 원인이다. 로이터는 “전기차가 여전히 비싼 상황에서 업체들이 수요 둔화 등 공포를 마주하자 생산 능력 확충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기차 수요 감소를 ‘일시적 허들(장애물)’로 규정하고 생산 계획 변경 없이 전기차 전환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자신감 충만하던 일론 머스크의 변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동요가 본격화된 건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다. 전기차 업계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테슬라는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17억64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7%가 넘던 영업이익률은 7.6%로 급감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고금리 환경이 걱정된다”고 반복해 언급하며 “이런 환경에선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게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늦추겠다는 뜻도 전했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테슬라는 불황에 대한 회복력이 있다”고 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발언이다.

선두 업체인 테슬라가 움츠러들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확장 전략을 수정했다. GM은 26일 혼다와 6조8000억원을 들여 보급형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공동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했고, 독일 폴크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감산에 들어갔다. 포드는 대표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 생산도 일시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실제 일론 머스크 발언대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선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미국 신차 구매 금리는 연초 6.9%에서 지난달 7.4%까지 올랐고 이에 따라 연체율도 대폭 올랐다. 신용 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자동차 담보 대출자 중 60일 이상 연체한 사람 비율이 30년 만의 최고치인 6.11%를 기록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정치권에선 전기차 전환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 부품이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으로 늦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역시 전기차 전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제 길 걷겠다는 현대차

반면,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은 전략 수정 없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26일 실적 발표에서 최근 수요 둔화를 ‘잠깐의 허들’이라고 언급하며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전기차 37만5000대를 판 현대차그룹은 2026년 전기차 194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미국 내 월평균 딜러 인센티브 지급액은 2343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5%, 2분기 대비 50% 늘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비유럽 업체의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개정안이 추진돼 인센티브 지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대차의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판매 차질 등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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