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캐나다의 작가들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 그 나라 출신 작가가 쓴 소설을 꼭 가지고 간다는 선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책을 읽으면 책 속 세계와 현실 세계가 중첩되면서 여행의 재미가 배가된다고요.
최근 캐나다 출장을 가면서 캐나다 출신 작가들을 살폈습니다. 생존 작가 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은 아마도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인 마거릿 애트우드일 겁니다. 그렇다면 세상을 뜬 작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단연 ‘빨간 머리 앤’을 쓴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겠지요. 몽고메리는 대서양 연안의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출신인데, ‘빨간 머리 앤’ 역시 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앤’의 자취를 좇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섬의 흙은 붉은 색, 사과꽃이 지천에 피어있더군요. 소설에 나오는 장소들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 건 몽고메리의 생애였어요. 희망의 아이콘인 ‘앤’을 창조했지만, 정작 그의 삶은 절망투성이였죠. 두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외조부모 손에 자랐습니다. 목사였던 남편은 자신과 가족들이 ‘선택된 자’가 아니라서 천국에 가지 못할 거라는 믿음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그때부터 내 삶은 지옥, 지옥, 지옥이었다”고 어느 날 일기에 몽고메리는 씁니다. 결국 67세 때 약물을 털어넣고 생을 포기합니다.
자신의 불행을 질료로 남들에게 행복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삶, 아이러니하지만, 문학이란 결국 그런 아이러니의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몽고메리는 말했습니다. “내 작품에 내 삶의 그늘이 들어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나는 다른 그 어떤 삶도 어둡게 만들고 싶지 않다. 긍정과 밝음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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