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동양 평화상’ 이야기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그제,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지 114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해마다 10월 26일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 3월 26일에는 서울 남산에 있는 기념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평화 사상을 널리 전파하는 일에 열심인 단체나 개인에게 ‘안중근 동양 평화상’을 시상하는 일입니다. 김구 선생의 손서(孫壻)인 김호연 회장께서 안중근 의사를 선양하는 일에 써달라고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셔서, 이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자 제정된 상입니다.
2021년 제1회 수상자로 ‘류코쿠(龍谷) 대학 안중근 동양평화센터’가 선정되었습니다. 류코쿠 대학은 교토에 있는 불교계 대학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학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자 이 대학과 관련된 교화승이 안중근 의사를 찾아 위로하고, 그때 안중근 의사가 써준 유묵 3점을 받아 지금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3월과 10월에 유묵을 학생들에게 공개하여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을 전파하고, 나아가 ‘안중근 동양평화센터’를 설립하여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 및 바람직한 한일 관계 정립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2011년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서 국내외에 있는 안중근 의사 유묵을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을 세우고 류코쿠 대학에 유묵 임대를 요청하였습니다. 류코쿠 대학 측은 처음에는 유묵이 제대로 반환될 수 있는지 걱정하며 거부하였으나, 잘 설득하여 빌려 와 전시를 마친 뒤 반환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두 기관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어, 2013년 이후 해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학술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연구 자료집도 여러 권 발간하였습니다. 일본에 있는 대학에서 총리를 지낸 자국 지도자를 암살한 사람을 연구하고 선양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본 극우 세력의 위협도 현실적인 부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 고마운 일입니다. ‘류코쿠 대학 안중근 동양평화센터’가 수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될 때, 만약 수상자로 결정된다면 상을 받겠는지 물었습니다. 혹시 수상이 일본 현지 형편상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기우(杞憂)였습니다. “주신다면 왜 안 받아요. 고맙게 받지요” 하는 그 반응이 고마웠습니다.
2022년 제2회 수상자로 ‘대구 가톨릭대학 안중근 동양평화센터’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대학은 2011년 안중근연구소 설립,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 동상 건립 등 선양 사업을 지속하며 매년 학술 발표회를 열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따님인 안현생 여사가 1953년부터 1956년까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2023년 제3회 수상자로 서울대 신용하 명예교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에 관하여는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막연히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애국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 관련 자료도 부족하고 학문적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신 교수님은 일본을 오가며 관련 자료, 특히 안중근 의사 자서전과 동양평화론을 구득하여 이를 분석한 논문을 한국 학계에 발표하였습니다. 1980년 발표한 논문 ‘안중근의 사상과 국권 회복 운동’에서 안중근 의사의 교육 운동부터 하얼빈 의거에 이르는 국권 회복 운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그 기저에 평화 사상이 자리 잡고 있음을 체계적으로 논증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님의 공은 실로 지대하였습니다. 제3회 수상이지만 개인 수상자로서는 처음이므로 너무 늦은 것은 아니라고 위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신 교수님도 시상식에서 당신의 노력이 잊히지 않고 평가된 것에 고마워하며 감개무량해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이 수상자로 선정되어 우리에게 감동을 줄 것입니다. 그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이 유럽연합(EU)의 기본 정신과 맥이 닿아 있음을 논증하여 이를 서양 학계에 전파하는 서양 학자가 포함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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