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잣대는 왜 그때그때 다른가 [서민의 문파타파]
이재명 수사는 연일 맹비난
이동재 무죄 확정에는 침묵
“근데 국감장이 이정섭 차장의 인사 청문회는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23일 법사위 국감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민주당 김의겸 의원에게 한 답변이다. 그날 김의겸은 이정섭 차장검사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모 재벌 그룹 부회장과 같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수사한 그룹과 만나는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정섭은 해당 재벌을 수사한 적이 없었고, ‘코로나 때 폐쇄된 스키장을 이정섭 가족이 전세 냈다’는 김의겸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평소 같으면 ‘김의겸이 김의겸 했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자리가 국감장이라는 점이다. 법사위 국감은 지난 1년간 법원과 검찰 등이 한 업무를 평가하는 무대. 그런데 ‘일개’ 차장검사, 심지어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의혹을 사실 확인도 안 한 채 유포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비리를 제보받았다면 국감장에서 떠들 게 아니라 해당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하면 될 터. 하지만 김의겸은 지난주 국감 때도 위장 전입 등을 빌미로 이정섭을 도마 위에 올리더니, 닷새 뒤 비슷한 짓을 반복한 것이다.
그가 왜 이러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곳은 수원지검. 그런데 지난달 이재명의 영장이 기각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뒤 수원지검은 수사팀 보강을 위해 이정섭을 불러들인다. 중앙지검 근무 당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능력을 발휘한 그였으니 민주당으로서는 두려울 만도 했다. 그래서 김의겸은 총장에게 묻는다. “이정섭 검사, 업무 배제 안 합니까?”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조국 사태 이후 시작된 ‘검찰 악마화 작업’은 이재명 수사에서 절정에 달했고, 이젠 길을 가다 넘어져도 “이게 다 검찰 때문이다” 할 지경에 이르렀다. 저지른 범죄가 워낙 방대해 많은 검사가 필요한 건 당연하건만, “이재명 하나를 잡으려고 검사 60명이 동원됐다”고 말하고, 이재명 수사에 관련된 사실이 기사로 나가면 ‘피의 사실 공표’ ‘검찰발 받아쓰기’라고 떠들어댄다. 취재 가능한 법정 진술을 보도하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술뿐이고 증거는 하나도 없다” “검찰 그동안 뭐 했냐?”
검찰이 진술 이외의 증거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압수 수색. 근데 압수 수색을 하면 “왜 그리 압수 수색을 많이 하느냐” “먼지 떨이식 수사 당장 그만두라”며 난리를 친다. 여기엔 좌파 인플루언서들도 가세해, 조국 사태 당시 증거가 담긴 컴퓨터를 빼돌리는 행위를 ‘증거 보전’이라 한 일명 ‘뇌썩남’은 이재명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무렵 이런 악담을 했다. “이재명이 (구치소에) 잡아넣어라. 정 그렇게 넣으려면. 판사를 (상대로) 협박질을 하든 어떻게든 잡아넣어 봐라. 그런다고 해서 너희들이 이길 것 같으냐.”
물론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검찰이 구속만을 목표로 먼지 떨이식 수사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쓴 ‘죄와 벌’이란 책을 보면, 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잣대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당시 이동재는 17만 주주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에 유시민이 관여됐는지 여부를 알고 싶었기에, 2020년 2월 다른 사기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던 신라젠 대주주 이철에게 편지를 보낸다. “유시민 등 정·관계 인물들의 연루 의혹이 사실인가? 제보해 주면 보도를 하고 검찰에 제보하겠다. 그럼 당신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가 한 일은 이게 전부였지만, 그 뒤 일어난 일은 그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공작의 대가인 김어준이 그 편지를 입수했고, 공작 전문 방송인 MBC와 전과 5범의 사기꾼 지현진, 아직은 전과 1범인 꿈나무 최강욱 전 의원이 합류했다. 한 명 한 명이 그 분야 대가인 드림팀이 탄생한 것. 이들의 노력 덕분에 신라젠 사건에 대한 이동재의 취재 욕심은 ‘채널A 기자가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위해 한동훈 검사장과 짜고 유시민을 엮으려 했다’는 소위 ‘검·언 유착 사건’으로 둔갑했다. 이 과정에서 최강욱은 SNS에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라는, 이동재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는 같은 팀 멤버인 김어준, 유시민, MBC 등에 의해 수천만 번이나 재생산된다.
당시 법무 장관이던 추미애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엄중한 수사를 지시하자, 단지 편지를 썼을 뿐인 이동재에게 10명 넘는 검사가 달라붙는다. 하지만 민주당 그 누구도 이게 지나치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이동재와 그 가족의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리모컨 덮개와 전자레인지, 변기 뒤는 물론이고 냉동실 소고기까지 꺼내 반으로 써는 꼼꼼함을 보였지만, 민주당 누구도 이게 지나치다고 욕하지 않았다. MBC 등 좌파 언론들은 피의 사실 공표를 원 없이 했지만, 민주당에서 이를 문제 삼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신성식 검사는 “한동훈과 이동재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보도 시점을 조율했다”는 가짜 정보를 KBS에 줬고, KBS는 이 치명적 오보를 기사화했지만, 민주당 누구도 이를 ‘검찰발 받아쓰기’라고 비판하지 않았다.
코미디 같은 일들은 그 후에도 벌어졌다. 범죄 소명도 안 됐고 도주 우려도 없으며, 휴대폰도 다 제출한 이동재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감방에 있는 이철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게 그 이유. 영장판사도 어이가 없었는지 실질심사 당시 이렇게 물었단다. “압수 수색도 다 했고, 그런데 왜 구속하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이 말을 했던 판사는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해괴한 이유를 대며 영장을 발부한다. 그 바람에 편지 쓴 게 전부인 이동재는 202일간 구속되는 신세가 되는데, 건국 이래 ‘강요 미수’로 구속된 이는 이동재가 처음이었단다.
재판 결과는 어땠을까? 1심은, 그때가 문재인 정권 치하였는데, 무죄. 2심도 당연히 무죄. 그 뒤 검찰의 상고 포기로 결국 이동재는 무죄가 확정된다. 죄 없는 이를 200일 넘게 가뒀기에 검찰은 상응하는 돈을 물어줘야 했는데, 그 액수가 무려 4000여 만원이란다. 지금의 민주당이라면 ‘왜 무리하게 영장을 쳤고, 기소까지 했느냐?’며 검찰을 질타할 만한데, 이동재의 무죄 확정 후 검찰을 원망하는 민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랬던 분들이 지금 이재명을 지키겠다며 검찰을 공격하다니,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분들에게 조언한다. 범죄자는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속히 가둬야 할 대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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