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캐나다 ‘메이플 로드’에 불어오는 도깨비 바람[전승훈의 아트로드]
●‘단풍국’ 캐나다의 가을
캐나다 단풍에서 놀라운 점은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광활함이었다. 퀘벡주 로렌시아산맥을 가득 뒤덮은 단풍나무 잎의 물결이 차창 밖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내장산 단풍처럼 화려하게 불타오르진 않았지만, 은은하고도 부드럽게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퀘벡에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단풍 명소는 어딜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단풍 계곡이다. 캐나다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캐니언 생트안’은 12억 년 전에 형성된 지질의 협곡이다. 울창한 숲과 함께 74m 높이의 바위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비경을 이루고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3곳의 출렁다리와 전망대를 오가며 여러 가지 각도에서 단풍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단풍이 바다처럼 펼쳐지는 로렌시아산맥을 전망하는 코스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1시간 반 정도 달리면 숲속 마을 몽트랑블랑이 나타난다. 스키와 골프, 하이킹, 카약, 단풍과 별 보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북미의 알프스’로 불리는 곳이다. 정상(875m)까지 곤돌라를 타면 약 15분 걸린다. 정상에 올라가면 거울처럼 맑은 트랑블랑 호수와 로렌시아산맥의 광활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 숲속에는 단풍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로렌시아 고원의 오솔길’도 있다. 자작나무와 단풍나무가 우거진 숲속 20m 상공에 놓여 있는 덱길을 걷는다. 길의 끝에 있는 40m 높이의 타워는 6도의 경사도로 완만하게 올라갈 수 있는데, 경사로를 따라 11번 빙글빙글 돌다 보면 로렌시아산맥의 단풍 숲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퀘벡의 특산품은 바로 ‘메이플 시럽’이다. 단풍나무에서 채취하는 우리나라 고로쇠 수액처럼 메이플 나무 수액을 끓여서 만든다. 메이플 나무는 수액에 단맛이 많이 나서 ‘사탕단풍’ ‘설탕단풍’으로 불린다. 캐나다에서 디저트를 만들 때 사용되는 메이플 시럽은 100g당 260Cal로 설탕보다 칼로리가 낮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만들어낸다.
몽트랑블랑 마을에서는 캐나다인들의 겨울 간식인 ‘메이플 태피(Maple Tappy)’를 맛볼 수 있었다. 메이플 시럽을 끓여서 흰 눈 위에 뿌린 후 식으면 막대기를 꽂아 돌돌 말아서 빨아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 달고나와 비슷한 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길거리 간식이다.
● 찬란하고 쓸쓸한 도깨비 언덕
퀘벡의 가을 단풍이 한국인들에게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tvN 드라마 ‘도깨비’ 덕분이다. 퀘벡 옛 시가지에 있는 프티샹플랭 거리에서는 ‘도깨비 신부’ 김고은처럼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여성들이 인증샷을 찍는다. 공유와 김고은이 함께 걷던 ‘목 부러지는 계단’,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파는 ‘부티크 드 노엘’, 하늘에 우산이 펼쳐진 골목 등이 주요 장소다.
“한국 드라마 ‘Goblin’(도깨비)은 퀘벡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입니다. 드라마를 보고 여행객들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옵니다. 캐나다인들은 예전엔 동양 사람 구별을 어려워했는데, 저도 한류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니 한국인은 확실하게 구별할 줄 알게 됐지요.”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 앞 테라스 뒤프랑 산책길에서는 색소폰 연주자가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퀘벡 옛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성벽길은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전쟁을 벌였던 에이브러햄 평전으로 이어진다.
● 가볼 만한 곳=퀘벡시 세인트로렌스강에 있는 오를레앙섬은 단풍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프랑스의 전원마을처럼 아기자하고 예쁜 농가와 포도밭, 사과 농장, 초콜릿 가게들이 있다. 퀘벡주 남부 소도시 셔브룩에 있는 ‘OMZ레스토랑’은 오래된 성당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이다. 이곳엔 ‘코리안 푸틴 요리’(사진)가 있다. 푸틴은 감자튀김에 치즈, 다양한 소스를 뿌려서 먹는 퀘벡의 음식. 코리안 푸틴에는 감자튀김과 치즈에 고추장, 삼겹살, 김치가 들어간다. 한류 열풍이 분 퀘벡엔 ‘일본식 푸틴’ ‘중국식 푸틴’은 없어도 ‘한국식 푸틴’은 있다. |
퀘벡=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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