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앞두고 안전 관리 총력전
27일 저녁 어둠이 내리자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과 상수역을 잇는 레드로드에는 ‘불금’을 즐기려는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지하철역 출입구와 횡단보도마다 경찰 2~3명이 배치됐다. 사람이 붐빌 것으로 예상하는 도로마다 일방통행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질서유지 펜스도 설치했다. 한 외국인 무리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하자 경광등을 흔들며 통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인파는 통상 금요일 저녁 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31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지난해와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구역에는 행인보다 경찰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골목마다 차량 통행을 막아 택시기사와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레드로드 일대에서 핼러윈을 맞아 가게를 장식한 업소는 10곳 중 1~2곳 수준이었다. 저녁 손님맞이를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던 음식점 직원 김상훈(31)씨는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대신 홍대’라며 사람이 몰릴 것을 생각했는데, 평소 금요일 저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새벽 사이에는 좀 더 붐빌 것”이라고 말했다.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 위한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클럽에 공연을 관람하러 온 김민주(26)씨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과거만큼 핼러윈을 즐기는 분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인파가 확 몰리는 모습을 보면 빠르게 귀가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클럽 업주들에게 이벤트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홍대 클럽거리에 위치한 R클럽 등에서는 핼러윈 이벤트를 개최했다. R클럽 관계자는 “한 클럽에만 사람이 몰리는 것도 아니고, 원래도 인파가 몰리면 입장을 통제하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1일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정부가 안전 관리 총력전에 돌입했다. 특히 주말인 27~29일 이태원·홍대·강남역 등 주요 번화가에 경찰·소방·지자체 인력과 장비를 대규모 투입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태원에서는 지난해 참사 이후 첫 핼러윈을 맞는 만큼 관계자들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는 중이다. 서울 용산구청은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 새벽까지 세계음식문화거리·이태원로·퀴논길 일대에 경찰·소방·구청·서울교통공사 등 인력 3000여명이 현장 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대 7만 명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는 홍대도 비상이다. 같은 기간 경찰 1750명 등 총 2850명의 안전관리 인원이 홍대 앞 레드로드 일대에 투입된다. 특히 번화가와 이어진 홍대입구역 9번과 8번 출입구는 각각 출구와 입구 전용으로 운영한다. 순간 인파가 최대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는 명동에서는 매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3시 사이 135명의 안전요원이 투입된다.
경찰은 압사 사고 발생 위험이 큰 골목길 16곳을 예의주시 중이다. 마포 곱창 골목과 홍대 클럽거리 골목 등 마포 4곳, 이태원 골목 등 용산 5곳, 강남역 영풍문고 옆 샛길 등 강남 7곳이 포함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 장비도 도입했다. 용산구는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와 한남동 카페거리 등 6곳에 지능형 CCTV 100대를 설치했다. AI가 CCTV 영상을 분석해 인파가 1㎡당 4명을 초과하면 경찰에 알려준다. 홍대 앞, 강남역 등에서도 인파 감지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오유진·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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