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가식 없는 총리” “집 기둥 빠진 느낌”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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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전 중국 총리 사망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별세 소식이 27일 오전 8시(현지시간)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공개되자 중국 국민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웨이보에선 발표 2시간 만에 관련 뉴스 조회수가 10억5000만 회를 기록할 정도였다.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적”이라거나 “집 기둥이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슬퍼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며 리 전 총리를 애도하는 네티즌들의 글도 끊임없이 올라왔다. “소박하고 가식 없는 총리” “끝까지 국민을 사랑했던 총리, 평안히 쉬시라” 등 그의 행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중국 CCTV 보도에 달린 4만여 개의 댓글에도 ‘붉은 촛불’과 ‘인민의 훌륭한 총리’라는 글이 이어졌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에선 다소 온도 차가 느껴졌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메인 화면에는 이날 ‘리커창 동지 별세’ 기사가 화면 우측 상단에 올라왔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뉴스창에선 관련 기사가 13번째로 링크됐다. 현재까지 공식 보도 또한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 머물던 중 지난 26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왔고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27일 0시10분 사망했다. 추후 부고가 발표될 것”이란 내용이 전부다.
리 전 총리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건 지난 8월 31일이었다. SNS를 통해 중국 간쑤성 둔황석굴을 방문한 영상이 공개됐는데 당시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환호하며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당시 카메라가 뒤따르고 있었지만 중국 관영 매체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세계 각국도 리 전 총리 별세에 조의를 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방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서거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리 전 총리는 2018년 일본을 공식 방문하는 등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추모했다.
외신들도 리 전 총리의 생애를 비중 있게 전했다. BBC 방송은 “그는 권력 기반 없이도 요직에 오른 인물로, 중국 지도부 중 시진핑 주석의 충성파 그룹에 속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최고위직 관료였다”고 짚었고, 워싱턴포스트는 “자유시장 옹호론자였던 그는 시 주석에 대한 잠재적 균형추로 여겨졌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리처드 맥그리거 호주 로이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리 전 총리 같은 개혁가들이 소외되고 권한을 박탈당하는 건 시진핑 시대의 상징 그 자체”라고 전했다.
베이징=신경진·박성훈 특파원, 이유정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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