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려 원양어선 타”… 91년생의 전세사기 체험기

임정환 기자 2023. 10. 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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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수 씨가 쓴 '전세지옥'(세종)은 1991년생 청년이 전세 사기를 당하고 극복해야 했던 820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취업난과 주거난이 맞물린 이야기 속에 청춘의 꿈이 어떻게 허망하게 허물어지는지 책은 보여준다.

매달 30여만 원이 들어가는 월세보다는 대출받을 수 있는 전세가 훨씬 나아 보였다.

서른이 넘었지만, 모아둔 돈은 없고, 빚은 쌓여갔으며 꿈은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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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받은 근저당 대출 33억 원 꺼림칙
빚 갚으려 원양어선 타기도
문화일보 자료 이미지

최지수 씨가 쓴 ‘전세지옥’(세종)은 1991년생 청년이 전세 사기를 당하고 극복해야 했던 820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취업난과 주거난이 맞물린 이야기 속에 청춘의 꿈이 어떻게 허망하게 허물어지는지 책은 보여준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천안에 있는 한 회사에 취업했다. 봉급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집과 멀었고,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곳이었다. 그는 꿈을 이루고자 잠시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동기들이 차를 살 때도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래도 녹물이 나오고 바퀴벌레가 다니는 사옥을 견디긴 어려웠다.

2020년 여름 그는 대출받아 전셋집을 마련했다. 매달 30여만 원이 들어가는 월세보다는 대출받을 수 있는 전세가 훨씬 나아 보였다. 전셋집은 회사와 가까운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에 있었다. 마음에 들었지만 건물주가 제2금융권에서 받은 근저당 대출 33억 원이 다소 꺼림칙했다. 부동산중개소 소장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발행하는 1억 원짜리 공제증서를 건네주며 주변 빌라들이 죄다 60~70%는 대출을 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내 보증금은 1억 원을 넘지 않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2021년 7월. 그는 출입문에 붙은 경매통지서를 확인했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었다. 전세 만기가 도래하자 그는 모아둔 돈과 카드론을 받아 대출을 갚았다. 이자가 10%를 넘는 카드빚을 갚고자 그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서른이 넘었지만, 모아둔 돈은 없고, 빚은 쌓여갔으며 꿈은 멀어져갔다. 연로한 부모님에게 손을 빌릴 염치도 없었다. 그는 원양어선을 타기로 했다.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목돈을 모으려면 현실적으로 그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본인이 했던 실수를 구체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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